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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p라도 더" 가계자금 2금융권으로 몰렸다

  • 김병철
  • 입력 2015.06.24 11:04
  • 수정 2015.06.24 11:06
ⓒ한겨레

올해 1분기 가계의 여유자금이 제2금융권 장기예적금 상품에 대거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원금손실 부담이 없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조그마한 금리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한국은행의 '2015년 1분기 중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1분기말 현재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굴리는 돈(운용자금) 가운데 예금취급기관의 장기(1년 초과) 저축성예금은 작년 말과 대비해 11조5천억원 증가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증가한 가계의 장기저축성 예금이 총 6조2천억원이라는 점에 비춰 연간 증가분의 2배 가까이가 불과 석 달 사이에 몰린 것이다.

더구나 이는 단기 저축성 예금이 1분기 동안 8천800억원 줄어든 상황에서 나타난 현상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작년 8월과 10월 있었던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올해 들어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대 아래로 떨어지면서 금융권에서는 고객 자금이 예적금에서 주가연계증권(ELS) 등과 같은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으로 대거 이동할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또한 시중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장기상품보다는 단기상품이나 자유입출금식 상품과 같은 부동자금이 늘어날 것이란 예측도 많았다.

그러나 자금순환 통계로 확인된 현실에서는 지난 1분기 동안 시장예측과 정반대의 '머니무브'가 발생한 셈이다.

장기저축성 예금 증가의 배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금융소비자들은 단 0.1%포인트라도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 자금을 이동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의 문소상 자금순환팀장은 "1분기 늘어난 11조5천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은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과 같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예적금 상품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1∼2월만 두고 봤을 때 지역농협과 같은 상호금융에 2조원가량이, 새마을금고에 1조7천억원, 상호저축은행에 1조원, 신용협동조합에 7천억원가량이 각각 유입되는 등 두 달간 약 5조7천억원의 가계 자금이 이들 기관의 장기저축상품에 몰린 것이다.

저금리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안전한 투자처 중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받고자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상호금융 등을 찾아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0%에서 1.75%로 낮춘 3월만 해도 일부 비수도권 소재 저축은행 가운데서는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가량 높은 2%대 후반의 예금상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게다가 상호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 비은행 예금기관도 기관별로 5천만원까지는 예금자보호가 되기 때문에 안전 투자처로 분류된다.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받으려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은 시중은행 예적금에서도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1분기 장기저축성 예금 잔액이 540억원 증가했는데, 신규 고객의 대다수는 인터넷예금에 몰렸다.

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에서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우대금리 혜택을 충족시키기가 까다롭지만 인터넷으로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우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문턱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넷 장기예금 가입자 대부분이 직원 권유 없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찾아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고객들이 작은 금리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문 팀장은 "저금리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받고자 가계 자금이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주는 금융기관에 몰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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