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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는 이재용 vs 모르쇠하는 박근혜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는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일반명사처럼 통용되는 지금도 여전히 삼성이,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이건희 일가가, 여론의 눈치를 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건 좋은 징조다. 흔히 삼성으로 상징되는 재벌권력의 문제점 중의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세습되는 비선출권력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과는 달리 메르스 사태에 대해 일절 본인의 책임을 인정한 바 없다. 대국민 사과도 물론 없다. 박 대통령은 선출된 권력인데다 메르스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데도 이 모양이다.

  • 이태경
  • 입력 2015.06.24 09:55
  • 수정 2016.06.24 14:12
ⓒ연합뉴스

박근혜와 이재용.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이 센 두 사람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센 두 사람의 공통점은 세습권력이라는 점이다. 이재용이야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이니 세습권력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에서 이겨 권력을 쟁취한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가능할 것이다.

일리 있는 반론이다. 그런데 일리만 있다. 국정원 등의 국가기관에 의한 선거개입은 말하지 않으련다. 단언컨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건 박정희의 딸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박정희의 딸이 아니었다면 국회의원도 난망이었을 것이다. 주목할 건 세습권력자 두 사람이 메르스 사태에 대해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과를 했다. 이 부회장은 23일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드렸다"며 메르스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를 했다. (이재용 부회장 메르스 사태 대국민 사과)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사태의 진원 역할을 했으니 이 부회장이 사과를 하는 건 당연하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 부회장의 사과는 적절했다.

이 부회장의 사과는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일반명사처럼 통용되는 지금도 여전히 삼성이,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이건희 일가가, 여론의 눈치를 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건 좋은 징조다. 흔히 삼성으로 상징되는 재벌권력의 문제점 중의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세습되는 비선출권력이라는 것이다. 재벌권력이 지닌 자원의 크기와 영향력은 심대한데 반해 재벌권력은 선출되지 않기 때문에 교체가 사실상 어렵고 세습되는 걸 막기도 힘들다. 권한과 책임의 심각한 불일치가 발생하는 셈이다.

여기서 논의가 더 진전되면 재벌권력을 무소불위 혹은 통제불능의 존재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재벌권력을 과소평가하는 것만큼이나 과대평가하는 것도 위험하다. 삼성 등의 재벌권력은 아직도 대한민국이 필요하며, 국가에 비해서는 확연히 열세다. 견강부회일지도 모르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에서 나는 그런 기미를 읽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과는 달리 메르스 사태에 대해 일절 본인의 책임을 인정한 바 없다. 대국민 사과도 물론 없다. 박 대통령은 선출된 권력인데다 메르스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데도 이 모양이다. 대신 그 자리를 대신하는 건 대독사과와 질책 퍼포먼스와 시장 순방이다. 적어도 메르스 사태와 관한 한 이재용이 박근혜 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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