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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26일 07시 31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6월 26일 14시 12분 KST

해상작전헬기, 요구조건만 맞으면 끝인가

일단 와일드캣의 알려진 성능은 여러가지로 '실망스럽다'. 음향탐지기나 레이더 등의 탑재 센서 성능도 기대에 다소 못 미친다는 의견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비행성능, 특히 체공시간이다. 어뢰 두 발과 잠수함 탐지용 디핑 소나(음향탐지기), 승무원 3명, 무장 장착대 등 임무장비를 모두 탑재한 상황에서의 체공시간은 38분, 최소한의 장비와 인원만 실은 상태의 최대 체공시간도 79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쟁기종이던 미국의 MH-60R은 헬파이어 미사일 8발에 어뢰 2발, 음향탐지기, 승무원 3명 등 와일드캣과는 비교가 안될 중무장을 싣고도 와일드캣의 최대 체공시간보다 훨씬 오래 뜰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군 주변에서는 해군의 해상 작전헬기에 관해 갑론을박이 뜨겁다. 2013년 도입이 결정되어 2016년부터 8대가 전력화될 'AW-159 와일드캣'헬기 도입이 비리냐, 아니냐로 말이 많더니 급기야 일부 관계자들이 기소까지 된 것이다.

일단 와일드캣의 알려진 성능은 여러가지로 '실망스럽다'. 음향탐지기나 레이더 등의 탑재 센서 성능도 기대에 다소 못 미친다는 의견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비행성능, 특히 체공시간이다. 어뢰 두 발과 잠수함 탐지용 디핑 소나(음향탐지기), 승무원 3명, 무장 장착대 등 임무장비를 모두 탑재한 상황에서의 체공시간은 38분, 최소한의 장비와 인원만 실은 상태의 최대 체공시간도 79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쟁기종이던 미국의 MH-60R은 헬파이어 미사일 8발에 어뢰 2발, 음향탐지기, 승무원 3명 등 와일드캣과는 비교가 안될 중무장을 싣고도 와일드캣의 최대 체공시간보다 훨씬 오래 뜰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해군의 차기 해상작전 헬기, 아구스타-웨스트랜드 AW159 와일드캣)

(차기 해상작전 헬기 후보였다 탈락한 미국 시콜스키사의 MH-60R)

게다가 평가 과정도 문제가 컸다. 평가 시점에서 아직 해군형 와일드캣이 개발이 끝나지 않아 영국에서 육군형 기체에 대잠 장비 대신 모래주머니를 싣고 평가를 대신하는 것은 물론이고 실물이 없어 평가가 곤란한 마당에 '62개 평가 항목에 대해 실물평가를 마쳤다'고 해 버린 것이다.

물론 실물이 없는 개발 단계의 기체에 대해 이처럼 시뮬레이션이나 유사기종을 통한 대체평가를 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며 규정상으로도 가능하기는 하다. 아직 개발이 안 끝났어도 우리 군에 딱 맞는 신무기가 있다면 불가피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위에서도 언급했듯 서류상 기재된 내용이 '대체평가를 했다'가 아닌 '실물평가를 마쳤다'로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차세대 전투기 F-35A다. 이것도 미국 측의 거절로 직접 우리 조종사가 타서 평가할 수 없었다. 시뮬레이션 등 다른 대체평가 방법을 써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점이 평가 전부터 공개됐고 행정적으로도 반영됐기 때문에 기분은 나쁠지 몰라도 최소한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다. 와일드캣의 경우와는 제법 차이가 있는 것이다.

미흡한 성능

설령 실물이 있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았다 해도 와일드캣의 문제는 여전하다. 어뢰 2발에 음향탐지기라는, 얼핏 생각하면 잠수함 사냥을 위해 기본이라고 할 수준의 장비를 싣고도 38분밖에 체공이 안 된다는 점은 누가 봐도 갑갑하니 말이다. 일부에서는 38분이 아니라 50분~1시간 정도라고도 하지만, 이착함 및 이동등의 시간을 감안하면 실제 작전에 쓰이는 시간이 적잖이 부족하다는 사실 자체는 변함이 없으며 경쟁기종보다 크게 열세인 것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이 성능은 현재 우리 해군이 쓰는 슈퍼 링스 해상작전 헬기와 비교해 그다지 나아진 점이 없다. 어차피 와일드캣 자체가 슈퍼 링스를 기초로 개량된 것이라 이 한계는 처음부터 분명한 셈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도입될 와일드캣은 실제 작전시에는 어뢰를 1발만 싣거나, 아니면 두 대가 출동해 한 대는 음향탐지기만, 또 한대는 어뢰 두 발만 싣는 '헌터-킬러'방식의 운용을 할 것이라고도 전해진다. 체공시간만 충분하면 한 대가 다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두 대로 나누는 셈이다.

(기존의 해상작전헬기인 슈퍼 링스는 작은 크기로 인한 제약이 적지 않았다)

또 다른 약점은 체공시간도 체공시간이지만 '작다'는 그 자체다. 현재의 슈퍼 링스 헬기는 크기가 작아 탑승 인원이 제한적이다. 수년 전 소말리아에서 벌어진 '아덴만의 여명'작전에서도 슈퍼 링스는 작은 크기로 인해 저격수나 기관총을 탑재하고 화력지원에 나서는 수준에 그쳤다. 조금만 더 대형이었다면 몇 명이라도 대테러부대 요원들이 탑승해 직접 적함에 투입될 수 있었을 것이며 실제로 많은 다른 나라의 해상작전 헬기들이 대테러부대 투입 등 다양한 다른 용도에 활용된다. 와일드캣은? 근본적으로 슈퍼 링스 수준의 크기이므로 그런 사치(?)는 기대하기 힘들다.

물론 와일드캣은 장점도 있다. 가격이 저렴하고 기술이전이 비교적 관대하다는 것이다. 사실 현재 책정된 예산으로는 MH-60R이라면 4대도 살까 말까 한 수준이다. 또 크기가 작아 격납고 크기가 대체로 작은 우리 해군함정의 현실에도 잘 맞기는 한다. 또 일부에서는 어차피 우리 해군의 대잠작전은 해안에서 비교적 가까운 연안지대에서 주로 이뤄지므로 긴 체공시간이 필수적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여전히 짧은 체공시간과 탑재량 부족은 만만찮은 문제다. 영국 해군도 와일드캣을 도입하기는 하지만, 대신 이들은 훨씬 대형인 AW-101 '멀린'헬기를 44대나 함께 운용한다. 멀린은 숫제 MH-60R보다 더 크다. 한때 미국 정부도 대통령 전용기로 도입을 검토할 정도였다. 단시간-단거리 작전은 와일드캣이, 장시간-광역 대잠 작전은 멀린을 투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멀린 같은 대형 해상작전 헬기가 없다.

(얼핏 보기에도 덩치가 매우 큰 영국의 AW-101 멀린)

요구조건만 맞으면 끝인가

결국 모든 문제의 귀결은 요구조건(ROC)과 예산이다. 해군에서 와일드캣 정도의 기체도 통과할 ROC를 세우고 사실상 와일드캣을 살 수밖에 없는 예산만 나왔으면 할 말이 없으니 말이다. 이 때문에 ROC에만 맞으면 와일드캣 도입은 아무 문제도 없다며 항변하는 사람도 분명 있다.

문제는 ROC다. ROC자체는 과연 합리적으로 설정됐을까.

예를 들어보자. 필자가 잘못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현재 알려진 대로라면 해상작전헬기의 ROC에는 '어뢰 장착 상태에서의 비행 시간'이라는 항목이 아예 없다고 한다. 그런데 해상작전헬기의 주 목적 중 하나가 대잠전, 즉 적 잠수함을 잡는 것이고 이를 위한 무장이 바로 어뢰다. 그런데 어뢰를 달고 얼마나 비행할 수 있는지 안 따진다고?

이처럼 ROC자체부터가 좀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물론 이것이 어떤 '미심쩍은'과정을 거쳐 작성된 것인지, 아니면 특별히 악의는 없이 작성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무장 중 하나가 빠진 ROC를 '지켰으니 아무 문제도 없다'며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것일까.

필자 개인적으로는 와일드캣 역시 아쉬운 대로 우리 해군에서 차기 해상작전헬기로 못 쓸 물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뭐가 어쨌든 지금 쓰는 슈퍼 링스보다는 발전된 기체이고 속속 건조되는 차기 호위함 등 각종 함정에 탑재할 헬기의 수량 확보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일리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왕이면 돈을 좀 더 들여서라도 더 성능이 좋은 헬기를 사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분명 들고, 무엇보다도 이번처럼 요구조건 자체부터 이해할 수 없는 식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것은 어떤 기체가 들어오건 옳지 않다고 본다. 그냥 '요구조건 맞으니 끝'으로 퉁치면 만사형통일까. 여기서 필자가 감히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겠지만,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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