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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세탁 의심 300건 보고도 'CJ 비자금' 계좌 눈감은 우리은행

ⓒ한겨레신문

씨제이(CJ)그룹 비자금 사건에 연루됐던 우리은행이 씨제이 쪽의 자금세탁 의심거래를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가 적발돼, 최근 20억원에 이르는 과태료를 부과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은행은 2009년 삼성그룹에 이어 씨제이 비자금 사건에서도 주거래 관계에 있는 재벌그룹의 불법행위를 돕다가 수십억원대의 금전 제재까지 받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4월 과태료심의위원회를 열어 씨제이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2009년 9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수천억원대의 자금세탁 의심거래에 대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거나 의심거래 보고 의무를 위반한 우리은행에 19억9400만원의 과태료 부과를 의결했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심거래 보고 의무 위반행위에 대해 금융정보분석원이 매긴 과태료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우리은행은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과태료 처분 결과를 수용하기로 해, 애초 부과 금액에서 20%를 감액받은 15억9520만원을 납부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고객이 자금세탁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경우 본인 여부(실명·주소·연락처 등) 및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할 의무가 있다. 또 고객이 자금세탁에 나섰다고 의심되는 합당한 근거가 있고 해당 거래 금액이 1000만원 이상이면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금융정보분석원장이 내부 심의위원회 논의를 거쳐 한 건당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이번에 우리은행이 20억원에 육박하는 과태료를 부과받은 것은 3년8개월에 걸쳐 위반 건수가 무려 300건에 달했기 때문이다. 건별로 과태료(수백만원~1000만원)를 일일이 산정해 모두 더한 결과다.

우리은행이 씨제이의 비자금 조성을 돕다가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주의 및 임직원 징계 조처(정직·감봉 등)를 받은 바 있다. 당시 금감원의 특별검사 결과를 보면, 우리은행은 서울 중구 씨제이 본사 사옥에 입점한 우리은행 씨제이남산출장소를 통해 비자금 조성 행위를 도왔다. 차명계좌를 개설해주고 자금세탁 의심거래도 눈감아주는 방식이었다.

2007년 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이재현 회장 일가와 그룹 임직원 등 24명 명의로 비자금 조성용 예금계좌 70개가 우리은행 지점에서 만들어졌는데, 직원들은 실명 확인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또 이들 계좌에서 약 4년간 수천억원에 이르는 자금세탁 의심거래가 이뤄졌는데도, 우리은행은 금융당국에 관련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특히 우리은행의 자체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에서도 2009년 9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씨제이의 수상한 현금 분할인출과 관련해 843건(3343억원)의 ‘경보’가 발생했지만, 우리은행은 정상적인 거래로 처리하기도 했다.

금융정보분석원 관계자는 “금감원의 적발 내용 가운데 자금세탁 방지 제도의 취지상 제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부분을 가려내 과태료를 부과했다”며 “사소한 서류 미비 수준의 위반에 대해선 금융기관에 시정하도록 하지만 (우리은행처럼) 사안이 중대할 경우에는 적극적 금전 제재에 나선다는 것이 내부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과거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때도 이번처럼 차명계좌를 개설해주고 자금세탁을 방조한 일이 포착돼 2009년 과태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인 삼성증권을 비롯한 5개 증권사와 우리은행 등 금융회사 6곳이 모두 10억원가량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우리은행으로서는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는데도 또 다른 재벌가의 불법 비자금 조성을 돕다가 급기야 수십억원대 과태료를 내는 수모를 당한 것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우리은행이 재벌그룹과의 주거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불법행위를 무릅쓰고라도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이는 관행을 반복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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