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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확산' 평택성모 "코호트 격리하자 했더니 정부가 막아"

ⓒ한겨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초동 대응 과정에서 방역당국이 메르스의 위험 정도를 오판해 잘못된 의사 결정을 내린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 안팎 관련자들의 증언이 잇따라 앞으로 초기 방역 실패를 둘러싼 책임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국내 메르스 1차 확산지로 꼽히는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의 이기병 원장은 22일 의료 전문매체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병원이) 방역당국에 ‘코호트 격리’를 제안했으나 (정부한테서) 돌아온 답변은 ‘코호트 격리는 규정에 없다.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코호트 격리는 병원에서 감염 확산을 막으려고 환자와 의료진을 병동에 함께 격리하는 방식으로 감염병 관리에서 일반적으로 고려하는 방안이다.

5월 하순께 삼성서울병원발 2차 메르스 확산이 시작됐을 때 평택성모병원 쪽이 선제적으로 코호트 격리를 요청했으나 질병관리본부가 이를 막았다는 취지의 발언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평택성모병원은 5월29일 ‘자진 폐쇄’를 결정했다.

이 원장은 “정부 지침은 없었다. 정부는 오히려 코호트 격리는 지침에 없다며 감염 차단 기회를 막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메르스 첫 환자 발생 2주 만인 2일에 이르러서야 대전 건양대병원을 처음으로 코호트 격리했다.

이 원장의 인터뷰 내용에 비춰보면, 정부는 5월20일 첫 환자 발생 당시부터 이미 사태를 잘못 판단하고 있었다. 이 원장은 “(방역당국은) 세계적으로 3차 감염은 없으니 안심하고 일단 환자와 밀접 접촉한 의료진 등 10여명만 격리 조처하면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원장은 “(강제 폐쇄 당시) 정부가 메르스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병원 쪽은 병원을 폐쇄하며 메르스 문제는 밝히지 않은 채 ‘보수공사를 해야 하니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환자와 보호자를 설득했다고 한다.

이 원장은 인터뷰 말미에서 “1차 역학조사팀이 나왔을 때 코호트 격리를 했더라면 지금의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원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메디칼타임즈의) 기사 내용은 모두 맞다”면서도 “정부에 화살을 돌리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고 별도 인터뷰를 거절했다.

보건복지부의 ‘무방비’ 상태는 <한겨레>와 만난 또다른 평택성모병원 관계자의 증언에서도 확인된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이 관계자는 “메르스 환자가 나온 뒤 ‘(일반) 환자들을 어디로 보내겠느냐. 데리고 있겠다’고 했더니 정부 쪽에선 ‘우리는 모르겠다’고 했고 ‘그럼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구해달라’고 했더니 ‘못 구한다’고 했다”며 “결국 ‘강제퇴원시키라’고 해서 병원에서 나간 사람들이 다른 병원에 가서 병을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소극적인 대응을 두고는 정부 안에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 초기에 보건복지부에 ‘얼마든지 정부가 인력을 지원해줄 테니 요구하라’고 했더니 기껏 9명의 추가 인력을 요청했다고 들었다. 사태가 이렇게 확산될 줄 알았으면 초기에 자원을 쏟아부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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