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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사시 출신 모두 부유층 자녀 늘었다

  • 허완
  • 입력 2015.06.22 03:21
  • 수정 2015.06.22 03:22
ⓒGetty Images/OJO Images RF

로스쿨 도입 7년

① 사법시험 출신과 첫 비교분석

2009년 도입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같은 시기에 사법시험을 거쳐 사법연수원을 다닌 법조인들의 ‘출신 배경’을 조사한 결과, 그 이전에 법조인이 된 이들과 견줘 고학력·고소득층 자제들의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적 계층 이동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법조 직역에서 ‘신분 세습’ 경향이 강화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이재협(로스쿨 교수)·이준웅(언론정보학과 교수)·황현정(언론정보학과 박사과정) 연구팀은 22일 법조인 1020명의 출신 학부와 전공, 부모 학력과 직업, 가구소득, 교육 평가, 직업적 평판 등을 조사·분석해 ‘로스쿨 출신 법률가, 그들은 누구인가?’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연구진은 로스쿨 1~3기(2009~2011년 입학) 308명, 사법연수원 40~43기(2009~2012년 입소) 300명, 연수원 39기 이전 경력변호사(2008년 이전 입소) 412명을 면접 또는 전자우편을 통해 설문조사했다. ( ▶ 관련 기사 : [단독] 로스쿨도 사법시험도 ‘계층 이동 사다리’ 역할 못한다 )

연구진은 로스쿨 출신 법조인의 아버지 학력이 대졸 이상인 경우는 67.5%, 연수원 40~43기 출신은 62.9%라고 밝혔다. 어머니가 대졸 이상인 비율은 로스쿨 출신 52%, 연수원 출신 42.8%로, 로스쿨 출신자들의 부모 학력이 상대적으로 높게 조사됐다. 2009년 이후 연수원과 로스쿨에 들어간 법조인들의 부모 학력 수준은 사회 전체와는 차이가 크다. 201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 교육지표에 실린 비슷한 연령대(55~64살)의 대졸 이상 학력자 비율은 11%다. 젊은 법조인들의 부모들은 비슷한 연령대의 전체 인구에 견줘 대졸 이상 학력 보유 비율이 5~6배에 달하는 것이다.

부모 중 한쪽의 직업이 관리직(경영진 또는 임원)인 비율은 로스쿨 출신이 24.7%로 연수원 출신(14.7%)에 비해 10%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부모가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인 경우는 로스쿨 출신 18.5%, 연수원 출신 16.7%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이처럼 같은 시기에 로스쿨과 연수원에 들어간 법조인들 사이의 ‘배경’ 차이는 크지 않지만, 세대가 달라지면 차이가 뚜렷했다. 연수원 33기(2002년 입소) 이전 법조인들 가운데 부모가 경영진·임원인 경우는 9.9%, 전문직 비율은 7.7%에 불과했다.

2009년 로스쿨 도입 뒤 연수생들을 선발하는 사법시험은 규모를 단계적으로 줄여와 2017년을 끝으로 폐지가 예정돼 있다. 이에 최근 법조계에서는 ‘로스쿨이 부유층 자녀의 법조계 입문 통로가 되고 있다’는 주장이 일면서, 사법시험 존치론을 둘러싼 ‘로스쿨 진영’과 ‘연수원 진영’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온 이번 연구는 로스쿨과 연수원 출신 사이 사회경제적 배경 차이를 실증적으로 비교해보니 두 ‘통로’가 공히 ‘계층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연구진은 “로스쿨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적극 선발하는 등 제도적 보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주저자인 이재협 교수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더라도 사법시험과 연수원을 통해 사회경제적 배경 수준이 높은 집단 출신이 다수 법조 직역에 진출했을 것”이라며 “논문이 로스쿨 제도에 대한 엄밀한 공론화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 관련 기사 : “진영논리와 이해관계 떠나 로스쿨제도 발전 함께 고민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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