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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흑인교회 총기난사범의 '선언문' 추정 웹문서 발견

  • 원성윤
  • 입력 2015.06.21 12:24
  • 수정 2015.06.21 12:25
ⓒAP/연합뉴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흑인교회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언문' 성격의 웹문서가 발견됐다.

20일(현지시간) NBC뉴스 등 미국 언론들은 지난 17일 발생한 이 사건의 용의자 딜런 로프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마지막 로디지아인'이라는 이름의 사이트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현재는 접속이 차단된 이 사이트에는 흑인을 열등한 존재로 비난하고 백인의 비겁함을 탓하며 백인 우월주의를 조장하는 내용의 2천500단어 분량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사이트 이름에 포함된 '로디지아'는 현재의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일부 지역에서 소수 백인이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할 때 사용했던 이름으로, 흑인 차별과 관련된 단어로 꼽힌다.

미 흑인교회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해 추모하는 행렬이 펼쳐지고 있다.

선언문에는 "트레이번 마틴 사건이 나를 일깨웠다"며 "지머먼이 옳았다는 것은 확실하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백인 상대 흑인 범죄'를 검색하게 된 것이고, 그날 이후 나는 예전의 나와 같을 수 없었다"고 밝힌다.

자경단원으로 일하던 조지 지머먼은 2012년 2월 플로리다 주 샌퍼드에서 당시 17세였던 비무장 흑인 청년 트레이번 마틴과 다투던 중 마틴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인물이다.

또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나 혼자 게토(주로 흑인들이 모여 사는 빈민가)에 가서 싸운다. 찰스턴은 내가 사는 주에서 가장 역사적인 도시이고, 한때는 흑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동네였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는 스킨헤드도, 진짜 KKK도 없고 다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떠들기만 한다. 누군가는 그것을 진짜 세계에서 감행하는 용기를 가져야 하고, 그것은 내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선언문과 함께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60여 장의 사진은 모두 남부연합과 관련이 있는 장소나 노예 박물관 등에서 찍은 것들이었다.

성조기를 불태우거나 남부연합기와 총을 든 사진들, 흑인 노예 밀랍 인형을 배경으로 하거나 과거 흑인 노예들이 일한 농장을 찾아 찍은 사진들도 나왔다.

남부연합기는 미국 남북전쟁(1861~65) 당시 노예 소유를 인정한 남부연합 정부의 공식 깃발이었다. 전쟁이 끝난 지 150년이 넘었지만, 미국에서는 아직도 이 깃발이 백인 우월주의 또는 흑인 차별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바닥에 피투성이가 돼 죽은 백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스킨헤드에 대한 영화인 '롬퍼 스톰퍼'(이유 없는 반항)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이 사이트는 지난 2월 9일 로프의 이름으로 등록됐으며 그 다음 날 등록 정보가 의도적으로 차단됐다. 마지막으로 수정된 시간은 교회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진 17일 오후 4시44분이었다.

로프의 한 친구는 "그의 사이트가 맞다"며 "그가 썼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선언문을 로프가 작성했는지, 사이트를 직접 관리했는지, 사진은 타이머를 이용해 찍었는지 누군가 찍어준 것인지는 모두 확실하지 않지만, 실제 로프가 작성한 것이라면 증오범죄 혐의의 중요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찰스턴 경찰과 FBI는 이 사이트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다며 "사이트에 올라온 내용의 진실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유서깊은 흑인교회인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으로 저녁 성경 공부를 하던 신자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교회는 21일 예배를 위해 교회를 다시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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