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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조깅은 어느 코스로 뛸까

조아는 웨어러블 환경 감시 센서다. 대기 중 유해 요소를 감지해 알려주는 것이 주된 임무다. 조아의 진가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동되면서 드러난다. 조아 앱은 수집한 환경 데이터를 위성항법장치(GPS) 기반으로 이용자 위치정보와 함께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한다. 이 데이터는 지도 위에 뿌려지고,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된다. 그 덕분에 조아를 쓰지 않는 이용자도 이 지도를 보며 건강한 삶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다. 새벽 조깅은 어느 코스로 뛸까? 이번 여행지 환경 상태는 어떨까? 조아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우리는 그들이 자발적으로 모아 보내준 환경 데이터를 덤으로 얻게 된다.

  • 이희욱
  • 입력 2015.06.21 06:28
  • 수정 2016.06.21 14:12
ⓒgettyimagesbank

이희욱의 휴머놀로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가 온 나라를 덮었다. 이번에도 골든타임은 놓쳤고, 우리는 또 영문도 모른 채 가만히 있어야 한다. 답답한 노릇이다.

메르스가 불현듯 급습한 낯선 공포라면, 미세먼지는 일상에 편재하는 익숙한 위협이다.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 통계가 그렇게 말한다. 이화여대 의대 하은희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10㎍/㎥ 올라가면 저체중아 출산 위험이 7.4%까지 높아지고, 임신 4~9개월의 사산 위험도 최대 13.8%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미세먼지는 천식이나 두통, 아토피를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서울·경기 지역에선 30살 이상 성인 1만5천여 명이 미세먼지로 인해 기대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 사망한다고 한다(위키백과 참조).

TZOA 제공

극복할 수 없다면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적극적인 관심과 실천으로 건강을 챙겨보자는 얘기다. 조아(TZOA)는 정보기술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웨어러블 컴퓨팅과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조아는 웨어러블 환경 감시 센서다. 대기 중 유해 요소를 감지해 알려주는 것이 주된 임무다. 옷이나 지갑, 가방에 붙여두면 센서는 자동으로 주변 환경 데이터를 수집해 블루투스를 이용해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으로 전송한다. 대기오염 지수, 온도, 기압, 습도, 주위 밝기(환경광)와 자외선 노출 지수 등이 주된 감시 대상이다. 입경 10㎛ 이하의 미세먼지(PM10)와 2.5㎛ 이하인 초미세먼지(PM2.5)도 측정해 알려준다.

요리나 청소를 하며 조아 센서를 활성화해두면, 언제 공기 상태가 나빠지는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알려준다. 여름에 조아 센서를 차고 바깥으로 나가면 언제쯤 자외선 지수가 위험 상태까지 치솟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가장 쾌적한 자전거 운동 경로도 직접 짤 수 있겠다. 잠들고 깨기 적당한 조도까지 맞춰준단다.

조아 앱은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용자 위치나 외부에서 보낸 시간 등을 고려해 환경 지표를 매일 요약해 알려준다. 심지어 추천도 해준다. 통풍을 위해 창문을 여는 게 좋겠다거나, 어떤 코스가 조깅하기에 깨끗한 환경인지, 겨울엔 햇빛을 충분히 쬐고 여름엔 덜 쬐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조아의 진가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동되면서 드러난다. 조아 앱은 수집한 환경 데이터를 위성항법장치(GPS) 기반으로 이용자 위치정보와 함께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한다. 이 데이터는 지도 위에 뿌려지고,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된다. 그 덕분에 조아를 쓰지 않는 이용자도 이 지도를 보며 건강한 삶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다. 새벽 조깅은 어느 코스로 뛸까? 이번 여행지 환경 상태는 어떨까? 조아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우리는 그들이 자발적으로 모아 보내준 환경 데이터를 덤으로 얻게 된다. 그래서 조아는 단순한 상품을 넘어 사회운동으로 확장될 불씨를 품었다.

십시일반 모은 데이터에 기술을 덧입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시빅해커'를 보자. 지역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모으고 기술로 이를 구현하는 일까지 직접 나서는 '시민 기술쟁이'들 말이다. 미국 보스턴에선 해마다 겨울이면 폭설에 소화전이 묻힌다. 비영리단체 '코드포아메리카'는 시민들이 직접 소화전 눈을 치우고 이 정보를 공유하는 '어답트 어 하이드런트' 모바일 앱을 만들었다. 이 앱은 오픈소스로 공개됐고, 하와이 쓰나미 경보용 알람 관리나 시카고의 폭우 뒤 물빠짐 하수구 관리 등으로 사용이 확대됐다.

지금까지는 시민이 직접 데이터를 전송하고 공유했다면, 앞으로는 사물인터넷과 웨어러블 컴퓨팅이 그 몫을 넘겨받는다. 그 정보가 특정 기업이나 이익단체가 오롯이 소유하지 않고 공익에 복무하게 한다면? 그런 점에서 조아는 웨어러블 컴퓨팅과 사물인터넷의 파릇한 미래를 모색하는 실험이다. 개인이 돌아다니는 곳 어디서든 자동으로 수집된 환경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수집돼 다시 공공 데이터로 개방되는 그림. 좀 거룩하게 말하자면 십시일반 환경 개선 운동에 동참하자는 게다. 너무 이상적인가?

*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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