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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돔 속 발암물질 ② 파라벤

콘돔의 경우, 어떠한 파라벤이 보존제로 사용되는지, 또 얼마나 사용되었는지, 애초에 사정지연형 콘돔의 국소마취제에 파라벤 성분이 포함되어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데에서 문제는 시작된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그와 같은 정보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한 함유량을 알아보기 위해 식약처에 문의해보아도 '기업기밀'이라는 이유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의 성기에 닿는 물건에 특정 성분이 얼마만큼 함유되어있는지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먹는 것보다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내 몸이 어떤 위험에 노출되는지 알 수 없다.

  • 박진아
  • 입력 2015.06.19 14:51
  • 수정 2024.03.27 16:28
ⓒgettyimagesbank

지난 번 <콘돔 속 발암물질 ① 니트로사민>이 작지 않은 반향을 불러왔다. 한번도 건강의 측면에서 접근해보지 못한 제품이 내포한 유독성을 보면서 '굳이 저렇게 콘돔을 깎아 내려서 뭘 어쩌겠다는거지? 안 그래도 사용률 낮은데'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분명 많았다.

하지만 이 시리즈의 목적은 콘돔 시장 전체가 의료기기라는 그 품목에 걸맞은 건강에 대한 고려를 하게 하는 데에 있다. 더 얇고 기능적인 제품만을 개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생식건강을 보호하는 진정한 '의료기기'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콘돔을 떠올리면 뭔가 야하고 민망하다는 생각을 많이들 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먹는 것, 입는 것, 마시는 것보다 훨씬 더 예민하고 섬세하게 따져봐야 할 '생활용품'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몸 가장 소중한 곳에 닿는 물건인 만큼 더욱 더 건강을 따져야 한다. 소비자가 알 수 없었던 콘돔 속의 유해물질을 조명함으로써 좀 더 건강하고 깨끗한 콘돔을 찾는 여정인 <콘돔 속 발암물질 시리즈>, 그 두 번째 유해물질은 치약으로 크게 이슈가 되었던 '파라벤'이다.

콘돔 속의 파라벤

사정지연형 콘돔. 롱러브형 콘돔이라고도 한다. 말 그대로 국소마취제를 사용하여 남성 성기의 촉각을 둔화함으로써 사정을 지연하는 기능을 지닌 콘돔이다. 대개 남성에게 씌워지는 쪽 내부에 마취제가 소량 발린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정지연형 콘돔에 들어있는 촉각예민감소제의 이름은 벤조카인이다. A사의 사정지연형 콘돔이나 B사의 사정지연형 콘돔처럼, 으레 겉표지에는 '벤조카인 3.5%'라는 문구가 기재되어있다. 3.5%. 그러면 나머지는 96.5%는 무엇일까?

마취크림은 기본적으로 벤조카인, 기제, 보존제, 정제수로 구성되어 있다. 마취크림을 통상적 유통기한인 3년 동안 부패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보존제가 들어가게 되는데, 이 보존제 성분이 파라벤이다.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사정지연형 콘돔 2종에 들어가는 파라벤은 다음과 같다.

 

 

크게 프로필파라벤, 메틸파라벤 두 종류가 사용되고 있으며 두 종류 모두 식약처가 주관한 동물생식실험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 2008년부터 식품에는 첨가가 금지된 상태다. 정자수 감소 등 생식독성에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물론 파라벤은 현재 식품 이외의 다른 제품(화장품 등)에서 대중적으로 쓰이는 보존제이다. 또한 인체에 유해한 성분도 어떠한 경로로 얼마만큼의 성분이 체내로 유입되느냐에 따라 그 영향은 상이하게 발생한다. 그러나 일말의 위험성이 제기된 바 있는 물질이라면 적어도 소비자에게 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콘돔보다 치약이 더 중요해요?

얼마 전 치약 속의 파라벤 함유량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콘돔과의 비교를 위해 치약 속의 파라벤을 한 번 살펴보자. 우리나라 식약처 허가를 받은 치약에 사용되는 파라벤의 종류는 4가지, 허용하는 상한선은 0.2% 이하로, EU(단일 0.4% 이하, 혼합 0.8% 이하), 일본(혼합 1.0% 이하), 미국(기준 없음) 등과 비교해봐도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치약에서도 콘돔과 마찬가지로 메틸파라벤, 프로필파라벤이 들어갈 수는 있지만, 함량기준을 엄격하게 설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콘돔의 경우, 어떠한 파라벤이 보존제로 사용되는지, 또 얼마나 사용되었는지, 애초에 사정지연형 콘돔의 국소마취제에 파라벤 성분이 포함되어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데에서 문제는 시작된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그와 같은 정보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한 함유량을 알아보기 위해 식약처에 문의해보아도 '기업기밀'이라는 이유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의 성기에 닿는 물건에 특정 성분이 얼마만큼 함유되어있는지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먹는 것보다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내 몸이 어떤 위험에 노출되는지 알 수 없다.

파라벤, 우리 성기에 노출되어도 괜찮을까?

파라벤은 식품, 화장품, 의약품 등의 보존제로 널리 쓰이는 성분으로,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하게 작용해 유방암 발생의 원인이 되거나 남성생식기계에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일부 연구결과가 공개되며 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영국의 한 대학에서는 화장품에 들어가는 파라벤을 정상적인 유방 세포에 노출시켰더니 세포가 커지거나 암세포와 똑같은 성질로 변하는 것을 확인했다는 연구보고서를 낸 바 있으며 덴마크에선 성장기의 수컷쥐를 파라벤에 노출시킨 결과, 정자 생산에 악영향을 나타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었다.

몇 해 전, 치약 속 파라벤이 문제가 되었을 당시 식약처에서는 입으로 섭취한 파라벤은 체내에 흡수된 후 파라하이드록시벤조산이라는 물질로 대사가 돼 빠르게 배출되기 때문에 유해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콘돔 속 파라벤의 경우 신진대사를 통해 흡수, 배출되는 것이 아니다. 질내벽은 혈관과 림프관이 많이 발달하여, 신진대사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의 화학물질을 순환계로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질과 외음부의 세포조직은 우리 몸 그 어느 부위보다 그 피부가 예민하고 투과성이 높다. 페니스, 요도, 항문 등 콘돔과 직접적으로 닿는 다른 신체부위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가 마시는 공기에서부터 머리를 감는 샴푸까지, 하루 종일 인간의 생식과 건강을 위협하는 화학물질에 노출되고 있음은 이미 너무나도 많은 연구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미량이 함유되어 있다해도 안심할 수 없는 까닭은 거기에 있다. 어디서 어떤 경로를 통해 얼마만큼의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있는지 개인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더욱 더 조심하고, 가능한 한 지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왜 콘돔에 예민해야 하는가?

유해물질을 줄여나가는 것은 기존의 생식권리가 내포하던 의미에서 조금 거리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면 생식과 직결되어 있는 제품에 깐깐해지는 것은 가장 직접적으로 우리의 생식건강과 가족을 보호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피임기구는 최대한 건강해져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비단 제조 시의 친환경성뿐만 아니라 사용자에게 조금이라도 해가 될 수 있는 물질은 제거하는 양심을 필요로 한다. 콘돔은 우리 몸 가장 소중한 곳에 닿는 물건이다. 그렇기에 더 건강하고 깨끗할 의무가 있다.

* 이 글은 대한민국 성문화 개선 소셜벤처 인스팅터스 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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