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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취미 사진 때문에 야생 동물이 고통받고 있다(사진)

  • 박세회
  • 입력 2015.06.19 11:48
  • 수정 2015.06.19 12:20

플래시를 터뜨려 찍은 부엉이 사진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출사코리아'라는 사진 커뮤니티에 야행성 동물인 부엉이의 육추 장면을 포착한 한 사진이 올라왔다. 제목은 '밤의 제왕'. 한밤중에 날개를 크게 펼치고 둥지에 있는 새끼 부엉이들에게 먹이로 쥐를 날라다 주는 장면을 찍었다.

출사코리아 게시판에 올라온 사진과 댓글.

'기막힌 순간을 잘 포착했다'는 칭찬도 있었지만 뒤 이어 '부엉이를 못살게 구는 것이다', '야행성 조류에게 플래시 불빛은 큰 스트레스다'라는 비난이 더 크게 쏟아졌다.

그러나 계시자는 이런 비판을 받아들이지 힘들었는지 "참치에 쐬주 한잔찌끄리고 왓는데 참치 죽여서 어떡한디야...님 집 냉장고가 궁굼하네...'라며 반박했다.

과연, 플래시는 야생 동물에게 얼마나 위험할까?

네이처 스케이프에 따르면 플래시 촬영은 지속광이 아니라면 동물에게 망막증을 일으킬 정도로 심각한 시각 손상을 야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야간에 플래시를 사용하는 행위는 동물에게 5~20분가량의 시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 즉 가지가 많은 산속에서 비행 중이었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조류 사진의 경우 육추의 행위를 찍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매우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조류 사진 전문가는 말한다.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사에 따르면 둥지로 먹이를 나르는 어미는 위험을 감지하고도 두려움에 떨며 그 자리를 지킨다. 새끼를 버리고 도망갈 수 없기 때문이다.

조류 사진촬영은 그동안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겨레에 따르면 아래 사진처럼 포란 중인 뿔논병아리를 찍기 위해 십수 명의 사진가가 둘러싸고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대는 행위는 새가 보금자리를 떠나게 하거나 가끔은 포란 중인 알이 부화하지 못하는 결과로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포란 중인 뿔논병아리를 찍기 위해 모여든 자칭 ‘야생동물 사진가’ 들의 모습.

사진을 찍기 위해 프레임에 걸리는 가지를 쳐내는 행위도 문제다. 새는 둥지를 지을 때 최대한 은폐된 장소를 골라 번식 성공률을 높이는데 가지를 쳐버리면 둥지가 천적에게 노출된다.

나무가 아니라 모래나 자갈밭에 알을 낳는 새들의 경우엔 더욱 심각한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이 새들의 알은 모래, 자갈과 비슷한 보호색을 띄고 있어 새를 찍기 위해 모래밭이나 자갈밭을 서성이던 사진사의 발에 밟혀 깨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군무를 찍기 위해 새떼를 놀라게 해 일부러 쫓아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김봉균 씨에 따르면 새들은 비행할 때 아주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데 이런 식의 자극을 받은 새들은 도망을 가야 하므로 이렇게 새를 쫓으면 불가피하게 에너지를 소모할 수밖에 없고 이는 새들의 삶을 굉장히 피곤하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한다.

다음은 야생 조류를 찍을 때 반드시 조심해야 할 사항들이다.

1.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움직일 때는 최대한 조용히, 천천히 이동한다.

야생동물들은 사람을 자신을 해칠 수 있는 천적이라고 인식합니다. 때문에 사람의 움직임은 동물들을 놀라게 하거나 두렵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되도록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조용히, 천천히 움직이면 야생동물들이 놀라는 걸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습니다.

 

2. 야생동물과 ‘임계 거리’ 를 지켜 준다.

임계거리라는 건 쉽게 말해 야생동물이 사람에게 접근을 허용하는 최소 거리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백로 한 마리를 발견했고 백로에게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했는데 백로와 사람과의 거리가 약 50m 정도로 좁혀졌더니 날아서 도망갔다면 이 백로의 임계거리는 50m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는 개체마다, 종마다,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정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동물들의 미세한 움직임으로도 파악이 가능합니다. 이 임계거리를 지켜준다면 동물들에게 주는 스트레스를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3. 둥지는 절대 손대지 않는다.

둥지는 새 생명이 태어나는 곳 입니다. 둥지 근처에서 내가 했던 그 어떠한 행동 하나가 피어나는 생명을 꺾어 버릴 수 있습니다. 둥지나 새끼에게 손을 대는 건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 중 하나입니다.

 

4. 둥지 주변의 환경을 임의대로 변화시키지 않는다.

본문에서 다뤘듯 둥지는 천적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각 종마다 가장 적절한 위치에 짓는데 둥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둥지 근처의 나무나 풀을 꺾으면 둥지가 밖으로 노출되어 천적에게 발견될 위험이 높아집니다.

 

5. 둥지의 위치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는다.

야생동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발견한 둥지의 위치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둥지를 찾게되어 둥지가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됩니다. 둥지의 위치를 공유하지 않는 것은 자신만 그 사진을 찍고자 하는 욕심이 아닙니다. 동물을 지켜주고자 하는 최소한의 배려입니다.

 

6. 자연환경과 비슷한 색의 옷을 입거나 위장막을 사용한다.

야생동물 사진을 찍을 때에는 자연환경에 녹아들 수 있도록 위장막이나 위장 텐트 등을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7. 되도록 적은 수의 인원으로 다닌다.

야생동물 사진을 찍기 위해 너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다니면 눈에 띄기 쉬워져 새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고 경계심을 극대화 시키게 될 수 있습니다.

 

8. 돌을 던지는 등의 직접적인 자극을 주지 않는다.

역동적인 모습을 찍겠다고 돌을 던지는 등의 행위를 하는 건 꼭 돌을 직접적으로 맞는 게 아니더라도, 스트레스를 주거나 불필요한 비행을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9.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나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삼간다.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동물들을 위험에 빠뜨리지만, 사진을 찍고 떠난 후에 버려진 쓰레기로 인해 고통받는 또 다른 야생동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10. 촬영하고자 하는 야생동물 종의 습성이나 특징에 대해 공부를 한다.

야생동물 사진을 찍는 취미생활을 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자신이 촬영하고자 하는 야생동물의 습성과 특징을 알고 있으면 그러한 특징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점이 있고 동물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거나 고통받게 하는 경우도 분명히 줄여나갈 수 있습니다. -한겨레(2014년 1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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