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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여성들, '혐오 범죄에 '백인 여성'을 들먹이지 마라!'

  • 박세회
  • 입력 2015.06.19 08:04
  • 수정 2015.06.19 08:10
Charleston, S.C., shooting suspect Dylann Storm Roof is escorted from the Cleveland County Courthouse in Shelby, N.C., Thursday, June 18, 2015. Roof is a suspect in the shooting of several people Wednesday night at the historic The Emanuel African Methodist Episcopal Church in Charleston. (AP Photo/Chuck Burton)
Charleston, S.C., shooting suspect Dylann Storm Roof is escorted from the Cleveland County Courthouse in Shelby, N.C., Thursday, June 18, 2015. Roof is a suspect in the shooting of several people Wednesday night at the historic The Emanuel African Methodist Episcopal Church in Charleston. (AP Photo/Chuck Burton) ⓒGettyimages

미국 남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에 있는 흑인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살해하고 달아난 용의자 딜런 로프.

이 총격에서 살아남은 실비아 존슨의 증언에 의하며 이 남성은 총격으로 무자비하게 9명(남성 3명 여성 6명)을 살해하며 "난 이렇게 해야만 했다. 너희(흑인)는 우리(백인) 여자들을 강간했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차지했다. 너희는 이 나라를 떠나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 끔찍한 발언에 특히 미국사회의 여성들이 강하게 반응했다. 허핑턴포스트 US의 블로거 엠마 그레이는 '백인 여성과 백인 여성의 성적 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은 백인 남성성이 얼마나 유해한지를 최악의 형태로 보여 주는 것이다'라고 결론지었다.

그녀가 말한 바로는 미국 사회에서 '백인 여성'이 혐오 범죄의 동기로 사용된 예가 여러 번 있다. 여성인권 운동가이자 칼럼니스트인 클로에 엥겔은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 여성. 백인 여성. 또다시 인종 차별 범죄가 백인 여성의 이름 하에 자행됐다"고 썼다.

중요한 건 '또 다시'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인종 핍박을 정당화하는데 백인 여성의 이름을 들먹인 역사는 매우 오래됐다. 엠마 그레이에 따르면 1800년대엔 '흑인 남성들은 태생적으로 백인 여성을 강간하려는 성향이 있다'는 명목하에 흑인 남성들을 집단 폭행했다고 한다. 이 당시의 인종 차별에 대한 크리스탈 파임스터의 저서 '남부 공포 : 여성과 강간 그리고 집단 폭행의 정치학'은 '백인 남성의 성폭행 사건 기사보다 흑인 남성이 백인 여성을 성폭행한 기사들이 훨씬 큰 분량으로 다뤄 지면서 흑인 남성은 태생적으로 백인 여성을 강간하려는 성향이 있다'는 미신을 키워왔다'고 말한다.

1900년대 초반, 로즈우드 사건 역시 이런 일련의 흐름에서 상징성을 갖는다. 1923년 플로리다 중부 로즈우드라는 작은 흑인 마을에선 200명의 백인 남성이 마을을 불태우고 6명의 흑인을 학살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백인 남성들이 이 사건을 일으킨 이유는 '백인 여성을 강간하고 감옥에 잡혀 들어갔던 흑인이 탈옥해서 로즈우드 마을에 숨어있다'는 잘못된 소문 때문이었다.

그리고 2015년. 딜런 로프가 흑인 교회에 들어가 6명의 여성과 3명의 남성을 죽였고, NBC의 보도와 실비아 존슨의 기억이 사실이라면 딜런이 이런 짓을 한 이유 역시 백인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백인 남성이 인종 차별을 정당화하는데 백인 여성의 이름을 들먹이는 것은 다양한 층위에서 비판받아야 한다.

엠마 그레이에 따르면 그들은 여성을 '물질화' 하고 있다. '어떻게 감히 흑인이 백인 여성을'이라고 생각하는 백인 남성의 사고 회로에서 백인 여성은 백인 남성이 차지해야 할 '상품' 또는 트로피다. '백인 여성, 강강, 그리고 버지니아의 인종 권력, 1900~1960'의 저자인 린드퀴스트-도르(Lindquist-Dorr)는 허핑턴포스트에 "여성에 대한 성적인 접근권은 힘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백인 여성들은 이제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백인 여성의 이름 하에 자행되는 혐오 범죄를 멈출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아니, 난 백인이지만 '당신의 것'이 아니다. 내 이름으로 그런 짓을 하지마. 거부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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