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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돌아온 배트맨 │ 76년 역사의 향연에 직접 참여하라!

내일(6월23일)이면 전 세계가 기다려 오던 새 배트맨 게임이 출시된다. 바로 『배트맨: 아캄 나이트』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게임만이 줄 수 있는 쫀득한 손맛(!)으로 팬을 열광시킨 아캄 시리즈. 수많은 악당과 배트맨이 벌이는 힘과 두뇌의 싸움에 버금가는 이 시리즈의 또다른 매력이라면 역대 배트맨의 수많은 배트 슈트를 다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슈트들은 주로 게임 속 과제를 해결하면 보상으로 주어지는데, 새 의상으로 갈아입고 고담을 날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닌 게 아니라 슈트 목록만으로도 76년에 달하는 배트맨의 살아있는 역사를 생생히 체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이규원
  • 입력 2015.06.22 08:13
  • 수정 2016.06.22 14:12

게임으로 돌아온 배트맨

─ 76년 역사의 향연에 직접 참여하라!

광기의 향연! 게임이냐! 만화냐!

내일(6월23일)이면 전 세계가 기다려 오던 새 배트맨 게임이 출시된다. 바로 『배트맨: 아캄 나이트』이다. 2009년 『아캄 어사일럼』을 시작으로 2011년 『아캄 시티』, 2013년 『아캄 오리진』까지 2년 터울로 발매되어 온 아캄 시리즈는 게임 역사상 가장 잘 만들어진 슈퍼 히어로 게임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외전격인 『아캄 오리진』을 다른 회사에 맡기며 『아캄 나이트』에 혼신을 다한 락스테디 사는 3부작의 피날레를 장식할 이 작품에 전작의 5배에 달하는 규모와 시리즈 최초로 도입되는 배트모빌, 오리지날 빌런 '아캄 나이트'까지 팬을 위한 다양한 즐길 거리를 준비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한국어화 정식 발매가 확정되어 있다.

오늘 밤, 나는 배트맨이 된다. 『배트맨: 아캄 나이트』 TV 광고.

(https://youtu.be/X-jHY2QmTXo)

'아캄'이라고 하면 배트맨 시리즈에서 모든 미치광이 악당을 가두어 놓은 수용소를 말한다. 아캄 시리즈의 1편인 『아캄 어사일럼』은 이렇게 시작된다. 어느 날 아캄의 보안 시스템이 해체되고 풀려난 악당들이 아캄을 정복한다. 수용소가 갑자기 악당들의 요새로 돌변한 상황. 배트맨은 인질을 구하기 위해 아캄에 잠입해 미로와도 같은 수용소를 헤메며 수수께끼를 풀고 숙적들을 하나씩 쓰러뜨려 나간다. 후속작인 『아캄 시티』는 수용소로 한정되었던 무대를 도시로 확장한다. 신임 시장이 도시 빈민가를 분리해 범죄자를 한데 몰아넣는다는 설정이다. 배트맨의 초창기 시절을 다룬 『아캄 오리진』은 무대가 고담 시 전체로 더욱 넓어진다.

만화에서도 아캄은 단골 무대다. 우선 게임 1편의 원작인 그랜트 모리슨의 『아캄 어사일럼』이 있다. 2012년 한국에도 정식 출간되어 팬들 사이에서 이미 필수 입문작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프랭크 밀러의 『다크 나이트 스트라이크 어게인』에서도 아캄은 끔찍한 지옥으로 그려진다. 어느 날 아캄이 게임에서처럼 수용자들의 손에 넘어가고 직원과 견학생이 모조리 인질로 붙잡힌다. 그러나 정부는 협상을 통한 인질 구출에 실패하고, 아캄은 5년간 외부로부터 그 어떤 식량도 제공받지 못한 채 격리되어 생지옥으로 변한다.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무엇을(심지어 누구를) 먹고 살았는지도 모르는 상황. 배트맨은 세상에 닥친 종말의 위기를 막기 위해 아캄의 벽을 기어오른다.

아캄을 탈출한 최악의 적들과 사투를 벌이는 배트맨. 『배트맨: 나이트폴』 1권 표지.

(사진 제공: 세미콜론)

3권으로 구성된 『배트맨: 나이트폴』도 아캄 시리즈와 아주 비슷하다.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원작으로도 알려진 『나이트폴』의 줄거리는 이 한 마디로 시작된다. "미치광이들이 자유를 얻었다.(1권 25쪽)" 베인이 아캄 수용소를 파괴하고 악당들을 탈옥시킨 것이다. 살인을 저지를 때마다 몸에 흉터를 만들어 숫자를 세는 미친 살인귀 즈아즈와 '불 미치광이'로 불리는 방화범 파이어플라이를 비롯해 리들러, 조커, 투페이스, 벤트릴로퀴스트, 포이즌 아이비, 매드 해터, 킬러 크록, 스케어크로우 등 무시무시한 악당이 연이어 배트맨과 대결을 벌이고, 배트맨은 악당과의 전면전 속에서 부상과 피로가 누적되다 급기야 몸과 마음이 부러지고 만다.

취향에 따라 다를지 모르지만, 만화가 그냥 영화라면 게임은 4D 영화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의 좌절감, 강한 적 앞에서 경험하는 죽음과 재시작의 피로감, 스케어크로우가 주는 환상을 동반한 공포감, 미친 듯이 웃어대는 조커의 광기, 외모는 무시무시하지만 너무 저돌적이라 은근히 만만한 킬러크록, 배트맨과도 막상막하의 무술 실력을 지닌 캐릭터인 데스스트로크나 레이디 시바와 생사가 달린 한 합을 주고받는 긴장감. DC 세계에서도 정상급 캐릭터로만 가득 찬 배트맨 세계에서 악당들의 능력과 광기를 입체적으로 체험하고 몰입하기에는 게임만한 수단이 없다.

하지만 아캄 시리즈의 재미는 타격감과 스펙타클한 스토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션을 완수하며 새 아이템을 획득하고 바비 인형 갖고 놀듯 옷을 갈아입히며 노는 재미. 사실은 은근히 이 부분이 재미있다.

배트맨의 살아있는 역사. 배트 슈트.

탄탄한 스토리와 게임만이 줄 수 있는 쫀득한 손맛(!)으로 팬을 열광시킨 아캄 시리즈. 수많은 악당과 배트맨이 벌이는 힘과 두뇌의 싸움에 버금가는 이 시리즈의 또다른 매력이라면 역대 배트맨의 수많은 배트 슈트를 다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슈트들은 주로 게임 속 과제를 해결하면 보상으로 주어지는데, 새 의상으로 갈아입고 고담을 날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닌 게 아니라 슈트 목록만으로도 76년에 달하는 배트맨의 살아있는 역사를 생생히 체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리스트를 한 번 살펴보자. 『아캄 시티』에서 플레이어가 입을 수 있는 옷은 기본 의상 외에도 70년대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 버전 배트맨, 애니메이션 버전 배트맨, 미래의 배트맨인 『배트맨 비욘드』 버전의 배트맨 등이 있다. 『아캄 오리진』에서는 60년대 TV 드라마 버전, 『배트맨: 가스등 아래의 고담』 버전, 뉴52 버전, 『슈퍼맨: 레드 선』 버전, 『블랙키스트 나이트』와 『브라이티스트 데이』 버전 등 더 다양한 버전들이 소개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또 어떤 배트 슈트를 선보일지가 팬들의 큰 관심사이다. 이 슈트만은 반드시 추가되어야 한다며 따로 목록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영화로만 배트맨을 접한 팬이라면, 배트맨에게 이런 다양한 의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생소할 수도 있다. 흔히 배트 슈트의 다양함은 마블 코믹스 아이언맨의 아머와 비교되기도 하는데, 사실 둘은 성격이 좀 다르다. 아이언맨의 경우는 다양한 기능을 갖춘 아머가 매력 포인트다. 스피드에 중점을 둔 아머부터, 헐크 버스터처럼 힘을 중시한 거대 아머, 우주용 아머, 심해용 아머,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아머 등등 그 기능이 얼마나 분화되고 업그레이드되었느냐가 주목 사항. 하지만 배트맨의 배트 슈트는 단일 세계관 속에서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된 슈트들이 존재하는 것을 뛰어넘어, 저마다의 세계관에 존재하는 각기 다른 배트맨, 76년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만화, TV,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미디어를 넘나들며 대중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영웅의 슈트 컬렉션으로서 더 큰 매력을 갖고 있다.

프랭크 밀러의 『다크 나이트 리턴즈』만 하더라도 DC의 중심 세계가 아닌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헬보이』의 원작자 마이크 미뇰라의 『가스등 아래의 고담』은 현대가 아니라 19세기 말의 고담을 배경으로 살인마 잭 더 리퍼와 배트맨의 대결을 그린다. DC에서는 '엘스월드'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기존 히어로를 다른 공간-시대에 던져 놓고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시도를 하며 수많은 명작을 낳았는데, 『가스등 아래의 고담』은 '엘스월드'의 문을 연 작품으로 손꼽힌다.

'엘스월드'의 여러 배트맨 중에는 마크 밀러의 『슈퍼맨: 레드 선』에 등장한 배트맨이 대표적이다. 단 제목이 말하듯, 이 만화의 주인공은 배트맨이 아니라 슈퍼맨이다. 슈퍼맨이 탄 우주선이 미국이 아니라 소련 땅에 추락하면서 슈퍼맨이 소련의 영웅이 되어 지구의 독재자가 되는 세계다. 여기서 배트맨은 독재자 슈퍼맨에 맞서 고독한 전쟁을 벌이는 투사로 그려진다. 이 셋 다 팬들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배트 슈트들로 알려져 있다.

『아캄 오리진』 복장 모음 중에서. 『가스등 아래의 고담』배트맨은 왼쪽에서 다섯 번째, 『슈퍼맨: 레드 선』 배트맨은 오른쪽에서 세 번째이다.

(사진 출처: http://arkhamcity.wikia.com/wiki/Batsuit?file=Arkham-batsuits.png)

60년대 TV 시리즈 버전, 70년대 배트맨 버전, 애니메이션 배트맨 버전 복장은 그야말로 미디어의 변천사를 나타내는 콜렉션이나 다름없다. 배트맨의 역사를 보면 1939년 등장 당시에 큰 인기를 끌었던 어두운 분위기가 만화에 강력한 규제가 가해지고 배트맨과 로빈이 동성애 관계로 그려진다는 모함까지 받았던 1950년대에는 생존을 위해 명랑하고 코믹한 분위기로 선회한다. 이때 배트맨은 범죄자로 가득한 고담보다는 차원 이동 등을 통한 환상 세계로의 모험을 선호하게 되었다. 1960년대에는 다시 예전의 배트맨 만화로 돌아가자는 운동이 일어났으나, 1950년대 만화에 기반한 TV 드라마가 돌연 히트하면서 그 시도가 퇴색되게 된다. 하지만 드라마는 TV라는 매체를 통해 대중이 배트맨을 더 친숙하게 접하게 하는 큰 역할을 했다. 게임에 등장하는 60년대 TV 시리즈 버전이 바로 당시에 드라마 주인공이었던 아담 웨스트가 입은 복장이다.

개그 본능은 숨길 수 없다?! 『아캄 오리진』의 60년대 TV 시리즈 복장.

(사진 출처: http://arkhamcity.wikia.com/wiki/Alternate_Skins_List?file=Adam_west_batman_suit.jpg)

1970년대 들어서서 미국 만화에는 어린 시절에 만화를 즐겨왔던 독자들이 성인 독자로 성장함과 함께, 그들 중 상당수가 만화 작가와 편집자로 현업에서 활약하게 되면서 판도가 많이 바뀌었다. 배트맨도 그 흐름에 따라서 다시 고딕풍의 어둠의 기사로 귀환하면서 장난기많은 악동으로 그려져왔던 악당들 역시 피도 눈물도 없는 사악한 살인마로 돌아갔다. 70년대 배트맨 의상에서는 그 시절의 배트맨이 지닌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어둠의 기사, 귀환. 『아캄 시티』의 70년대 배트맨 복장.

(사진 출처: http://arkhamcity.wikia.com/wiki/Alternate_Skins_List?file=Batman1970ACskin.jpg)

1990년대는 만화에서도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특히 애니메이션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시대였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가 성공하면서 그 어두운 분위기를 이어받아 성인 시청자를 겨냥한 배트맨 애니메이티드 시리즈가 만들어졌다. 영화 『스타워즈』의 루크 스카이워커 역으로 유명한 마크 해밀과 같은 노련한 배우들이 조커와 같은 무시무시한 악당의 목소리를 맡아 연기했다. 마크 해밀의 조커는 게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게임으로 옮겨온 조커의 목소리. 3D의 세계에서 표현되는 적나라한 광기는 팬들을 광분케 하기에 충분했다. 이 외에도 애니메이티드 시리즈는 특히 고담의 여러 인물들의 정신세계를 깊이 파헤친 것으로도 유명하다.

에미상을 받은 슈퍼 히어로 애니메이션의 전설. 『아캄 시티』의 에니메이티드 시리즈 복장.

(사진 출처: http://arkhamcity.wikia.com/wiki/Alternate_Skins_List?file=BatmanBTASACskin.jpg)

『아캄 오리진』에서 모든 에니그마 미션을 완수해야 사용할 수 있는 뉴52 버전은 『올빼미 법정』과 『올빼미 도시』등을 통해 고담 자체를 하나의 캐릭터로 그려내면서 팬들의 찬사를 불러모았던 스콧 스나이더와 그렉 카풀로 두 작가가 그려낸 배트맨이다.

책으로 만나는 배트맨의 변천사. 『배트맨 앤솔로지』 표지.

(사진 제공: 세미콜론)

배트맨이 갖고 있는 이런 다채로운 변천사는 배트맨 역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스토리 20편을 모아 엮은 『배트맨 앤솔로지』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아머를 업그레이드하고 새 기능을 얻을 때마다 게임의 손맛이 변하는 쾌감이 있는 아이언맨과 달리 아무런 기능적 변화도 없이 단지 디자인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장구한 역사의 파노라마를 훑어보는 떨림을 선사하는 배트맨 게임. 이제 하루 남았다. 『아캄 나이트』는 또 어떤 충격의 떨림을 우리에게 안길 것인가.

* 이 연재는 세미콜론과 공동으로 기획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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