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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19일 06시 59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6월 19일 14시 12분 KST

눈 감고 애니팡!

경우의 수들을 줄이고 확률을 높여가기 위해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는 쪽을 택했다. 한 손가락보다는 여러 손가락으로 공략하는 것을 택했고 오른손으로는 화면을 긁고 왼손으로는 주기적으로 단말기를 돌려주었다. 그쯤 되었을 땐 시작버튼의 위치도 끝났을 때 눌러야 하는 버튼의 위치도 외워서 스스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어쩌다 너무 잘한 것 같아서 점수와 랭킹확인을 주변에 부탁하기도 했는데 운이 좋을 때는 눈으로 보고 하는 친구들이 내 밑으로 한 무더기 있을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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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을 때쯤 이와 발맞추어 '애니팡'이라고 하는 국민게임이 등장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새롭게 각색된 동명의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그때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지하철이나 사무실이나 가리지 않고 애니팡 하는 소리가 안 들리는 곳이 없을 정도였던 것 같다.

크고 작은 모임에서도 개그프로에서도, 예능프로그램에서까지 언급되고 대회가 열리던 시대의 트렌드를 게임 좋아하는 내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런데 온통 그래픽 효과 투성이인 이 녀석은 화면을 친절히 읽어주는 '보이스오버'조차도 무용지물이어서 시작버튼조차도 찾을 수가 없었다.

배경음악 소리만 들으면서 끙끙대는 나를 보고 누군가 시작버튼을 눌러주었다. 생각보다 게임은 할 만했다. 퍼즐이 터지는 원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름의 전략을 세워서 손가락을 더듬어 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다보면 연달아 터지기도 하고 어떻게 하다보면 폭탄이 터지기도 했다.

횟수가 반복될 수록 고득점을 향해가고 있었다.

경우의 수들을 줄이고 확률을 높여가기 위해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는 쪽을 택했다. 한 손가락보다는 여러손가락으로 공략하는 것을 택했고 오른손으로는 화면을 긁고 왼손으로는 주기적으로 단말기를 돌려주었다.

그쯤 되었을 땐 시작버튼의 위치도 끝났을 때 눌러야 하는 버튼의 위치도 외워서 스스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몇 점을 맞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터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어느 정도 잘했는지 추측할 수는 있었고 정말 잘했을 때는 기록을 세웠다는 팡파르가 울렸기 때문에 나름의 목표와 성취 동기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어쩌다 너무 잘한 것 같아서 점수와 랭킹확인을 주변에 부탁하기도 했는데 운이 좋을 때는 눈으로 보고 하는 친구들이 내 밑으로 한 무더기 있을 때도 있었다.

잘된 건지 잘못된 건지 나처럼 화면을 볼 수 없는 제자들도 언젠가부터 게임을 설치하고 나와 같은 방법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가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내가 하는 모습을 보고 뒤이어서 게임을 시작한 정안인 동료 선생님들도 화면을 보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나와 같은 방법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손가락에 근육이 생길 만큼 게임에 빠져들고 있을 때쯤엔 내 모습을 신기하게 보신 어떤 분께서는 '시각장애인과 스마트게임'이란 주제로 논문을 준비해 보고 싶다고 진지하게 말씀을 건네오시기도 했다.

사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두 눈 멀쩡한 게임고수들만큼의 점수를 얻어낼 수도 없었고 게임에서 제공하는 부가적인 콘텐츠를 모두 활용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른 방법들과 충분치 못한 점수 속에서도 내가 즐거워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누구처럼 누구만큼은 아니었지만 동시대의 같은 공간에서 문화를 공유하고 나만의 감성으로 함께 기뻐할 만큼의 무언가를 찾아내었던 것이다.

뭐든지 다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 같은 도구라 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최적화된 자세와 모양으로 사용하지도 않는다.

과자 하나를 먹더라도 뜯는 모양도 어느 쪽부터 먹는지도 각양각색이다.

모두가 다른데 잘 되지 않는 같은 모양을 억지로 쫓을 필요는 없다.

억지로 같음을 쫓지 말고 자유롭게 나답게 사는 건 어떨까?

내가 즐겁게 사는 것! 그것은 내 안에 이미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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