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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도, 경쟁력도 놓친 한국 IT 기업

IT업계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애플이 100% 재생가능에너지를 향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갖고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입니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이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은 지구를 생각하는 '착한' 마음 때문만이 아닙니다. LG경제연구원 보고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는 연료비 상승으로 인한 위험을 분산시키고 운영비용을 줄이기 위한 현명한 경영적 판단입니다. 한국의 IT 기업들은 이런 흐름에 얼마나 준비돼 있을까요?

지난 6월 5일 노르웨이 의회는 우리돈 약 1천조원에 이르는 세계최대 규모인 국부펀드를 투자하는 데 있어 다음과 같은 기업에 대해선 투자를 철회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조건은 두 가지였습니다. ① 매출의 30%이상이 석탄에서 발행하는 기업, ② 석탄에서 오는 전력생산 비중이 큰 전력회사.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르웨이 의회의 이 결정으로 한국전력은 2016년 1월 투자 철회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노르웨이 의회는 최근 석탄과의 결별을 선언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없인 투자 유치도 없다

한국정부는 신기후체제(Post-2020)를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안에서 4안까지 내놓았습니다. 1안 2030년 배출전망 대비 14.7% 감축, 2안 19.2% 감축, 3안 25.7% 감축, 4안 31.3% 감축. 하지만 이 모두 이명박 정부가 국제사회와 했던 약속, 즉, 2020년 배출전망치 대비 30%를 감축한다는 목표치를 어기는 수치입니다.

그러나 한국 산업계는 가장 적은 감축 목표치인 1안조차도 지나치며 기업의 생산 비용을 늘려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실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바로 시대착오적인 생각에 묻혀 있는 기업 자신들입니다. 이들은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방향으로 투자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유럽국가들 및 기업들의 투자 대상에서 계속 제외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이런 생각을 고수하는 한, 노르웨이 국부펀드에 한국전력이 투자 철회 대상 기업으로 포함된 이번 사례는 더 큰 폭풍을 예고하는 시작에 불과할 것입니다.

반면, 오는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을 앞두고 전세계 유수 기업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바로 '지구를 살리는 것이 돈이다'라는 것을 눈치채고 발빠르게 이산화탄소 감축을 목표로 하는 경제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것입니다.

재생가능에너지로 경쟁력 확보하는 IT업계

IT업계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애플이 100% 재생가능에너지를 향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갖고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입니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이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은 지구를 생각하는 '착한' 마음 때문만이 아닙니다. LG경제연구원 보고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는 연료비 상승으로 인한 위험을 분산시키고 운영비용을 줄이기 위한 현명한 경영적 판단입니다.

이 세 기업은 세계 IT 시장에서 서로 경쟁하는 관계이지만, 재생가능에너지와 IT 서비스의 결합이 향후 경쟁력 확보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깨닫고 이들 데이터센터가 위치하고 있는 주정부에 서한을 보내 친재생가능에너지 정책 도입을 요구했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은 우리의 경쟁력 확보에 매우 도움이 되며, 일차리 창출을 비롯해 경제적인 도움이 된다"라는 것이 이들이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을 요구하는 요지입니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은 100% 재생가능에너지를 향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갖고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 IT 기업입니다.

거북이 한국 IT 기업, '혁신'은 말로만?

광고를 통해 한국 IT 기업은 '혁신'과 '지속가능한 서비스'를 자신들의 기업 이미지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어떤 전력을 통해서 운영되고 있을지 생각하면 혁신이나 지속가능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산업혁명 때 사용하기 시작했던 더러운 석탄, 한번 사고가 나면 회복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드는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통해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죠.

<가트너>는 일류 IT 기업들이 신규데이터 센터를 구축할 때, 탄소배출량이 적은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지역을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얘기합니다. 위험한 원전의 폐기물 처리에 드는 환경 비용을 감안했을 때, 그리고 원전 사고 발생시 데이터센터 정보가 복구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한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원전은 좋은 대안이 아닙니다.

국내 IT기업들의 데이터센터는 어떤 전력을 쓰는가를 살펴보면 이들이 혁신적인 기업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IT 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대안은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스마트한 IT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도 필수적으로 선택해야 할 대안입니다.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은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IT 기업들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을 때 누가 고객이 될 수 있을까, 누가 투자자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한다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것입니다.

2015년 한국 IT 기업들의 재생가능에너지 성적표

한국의 IT 기업들은 이런 흐름에 얼마나 준비돼 있을까요? 그린피스는 그래서 'IT 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의 IT 기업들이 얼마나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고 있는지 들여다봤습니다. 대기업과 유명 포털 사이트를 포함한 총 7곳을 상대로 면담과 설문 답변을 통해 아래와 같은 성적표가 완성됐죠.

2015 한국 IT 기업 재생가능에너지 성적표

이들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자체 운영하거나 임대해서 쓰는 경우와 상관없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율이 모두 1% 이하인 것을 고려해,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에 대한 비전 유무에 더 많은 무게를 두고 점수를 매겼습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삼성 SDS와 다음카카오는 처음부터 자료 제공을 거부했고, LG U+는 면담 때와는 다르게 갑자기 자료 제공을 거부했습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4개 기업 가운데서도 모든 설문 문항에 성실히 대답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높은 점수를 부과했습니다. 현재의 에너지 사용에 대한 정보 공개에 성실히 임하는 것 자체가 투명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항목입니다.

네이버를 제외한 다른 기업들은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았으며, 캠페이너인 제게 "그걸 왜 써야 하나요?"라고 반문하기까지 했습니다. 대부분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에 대한 뚜렷한 비전과 목표가 없는 가운데, 네이버는 국내 최초로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그린피스와 약속했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세계 시장의 흐름을 볼 때, 네이버가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에 대해 약속하며 이번 그린피스 '딴거하자' 캠페인에 동참한 것은 '스마트'한 선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린피스는 지난 1일 마침내 네이버로부터 "'데이터센터 각의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공식화한다"는 답변을 받아냈습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삼성 SDS, LG CNS, LG U+, SK C&C, KT, 다음카카오는 재생에너지 사용 및 확대에 대한 어떤 비전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우리 IT 기업들이 세계 시장의 흐름에 준비돼 있지 않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린피스는 '딴거하자'는 주문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린피스와 함께 요구합시다, '딴거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빅데이터를 '21세기 원유'라고 표현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창조경제의 중심 사업으로 IT 사업을 들고 있습니다. 한국이 동아시아 IT 허브가 될 수 있다고도 말합니다.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유수한 IT 기업들이 왜 '100% 재생가능에너지'를 향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지, 세계 유수 IT 기업들이 보기에 한국은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왜 매력적인 곳이 아닌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재생가능에너지 3% 미만, 재생가능에너지 직접 구매가 되지 않는 불편한 시장인 한국이 동아시아 IT 허브로서 창조경제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습니다.

세계적 IT 기업들은 3년 전부터 연간 전력소비량과 전력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미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약속하고 장기적인 정책을 마련해 이를 현실화하는 중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는 한국 IT 기업들은 왜 세계적인 기업들이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약속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도 늦지 않았습니다. 이제라도 한국 IT 기업들은 100%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비전을 소비자들과 공유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을 설정해야 합니다. 사용하는 전력 및 탄소배출량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인터넷과 웹을 사랑하는 여러분이라면 누구라도 이 흐름을 만드는 일에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으로서 내가 사용하는 인터넷 서비스가 환경적 측면에서 지속가능한지 알 권리가 있고,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선택할 자유도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IT 기업들의 재생가능에너지 성적표를 확인하고, 그린피스와 함께 국내 IT 기업들을 변화시켜갑시다.

글: 이현숙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 이 글은 2015년 6월 17일 IT 전문 인터넷 미디어 <블로터>에도 기고 된 글입니다.

▶ 한국 IT기업들이 재생가능에너지 100% 사용에 동참하도록 '딴거하자' 검색으로 참여하기

* 이 글과 관련, 다음카카오는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다음카카오는 현재 데이터센터를 직접 보유하거나 운영하고 있지 않으며, 전문 업체로부터 데이터센터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보고서에 함께 비교된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재생 에너지 사용 실적 등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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