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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과거 표절 의혹 사례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 김도훈
  • 입력 2015.06.18 07:51
  • 수정 2015.06.18 07:52
ⓒSBS

1996년작 단편 '전설'에서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1925~1970)의 작품 '우국'(憂國) 일부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는 신경숙 작가에게 표절 의혹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참고: 신경숙 작가 표절 혐의가 최초로 게재된 이응준 작가의 허핑턴포스트 글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 : 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

작가가 1999년 문예지 문학동네에 발표한 소설 '딸기밭' 일부는 재미작가 안승준 유고집 '살아는 있는 것이오'의 서문에 안씨의 아버지가 쓴 편지글을 거의 그대로 베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귀하./ 이제는 고인이 된 안승준의 아버지입니다. 그의 주소록에서 발견된 많지 않은 수의 친지 명단 가운데 귀하가 포함되어 있었던 점에 비추어, 저는 귀하가 저의 아들과 꽤 가까우셨던 한 분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귀하께서 이미 듣고 계실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저는 그의 아버지로서 그의 돌연한 사망에 관해 이를 관련된 사실들과 함께 귀하께 알려드려야만 할 것 같이 느꼈습니다."(안승준 유고집 '살아는 있는 것이오' 서문)

"귀하./ 저는 이제 고인이 된 유의 어머니입니다. 유의 수첩에서 발견된 친구들의 주소록에서 귀하의 이름과 주소를 알게 되었습니다. 귀하의 주소가 상단에 적혀 있었던 걸로 보아 저의 딸과 꽤 가까우셨던 사람이었다고 짐작해봅니다. 귀하께서 이미 알고 계실는지도 모르겠고, 참 늦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마는 그의 어머니로서 그의 돌연한 사망에 관해 알려드립니다."(신경숙 '딸기밭' 일부)

당시 한 신문사가 신씨 작품에 등장하는 6문단의 편지가 모두 안씨 아버지의 글을 가져다 쓴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일었지만 신씨는 "유가족에게 누가 될까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면서도 사과하지는 않았다.

문학평론가 박철화는 1999년 작가세계 가을호에 발표한 글 '여성성의 글쓰기, 대화와 성숙으로'에서 신 작가의 단편 '기차는 7시에 떠나네'의 모티브가 파트릭 모디아노의 작품 세계와 매우 유사하다고 꼬집었다.

"무서운 말이 되겠지만 정말 심각한 것은 이 작품의 본질이 '허위'가 아닐까 하는 점이다. 허구적 현실로서의 소설 장르의 기원이 아니라, '기차는 7시에 떠나네'라는 개별작품의 발생의 기원에 모방 대상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선 '기억'의 문제와 관련하여 프랑스 소설가 파트릭 모디아노의 그림자가 너무나 짙게 드리워져 있다. (중략)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지만, 적어도 예술이란 '다른' 방식으로 말하기라는 차원에서 생각할 때, 그 둘 사이에 별다른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대단히 예민한 문제이다."(기고문 발췌)

지난해 미국에 번역 출간되기도 한 장편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도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와 일부가 비슷하다는 시비에 휘말렸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 관해서 얘기해서는 안됩니다. 완전한 이기주의로 보더라도 안됩니다. 왜냐하면 마음을 털어 버리고 나면 우리는 보다 가난하고 보다 고독하게 있게 되는 까닭입니다. 사람이 속을 털면 털수록 그 사람과 가까와진다고 믿는 것은 환상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와지는 데는 침묵 속의 공감이라는 방법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루이제 린저 '생의 한가운데' 일부)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일은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가난해지는 일일 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때 했던 것도 같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은 오히려 침묵 속의 공감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일부)

이렇듯 수차례 표절 의혹이 제기됐지만 작가는 매번 명쾌한 해명이나 사과를 내놓지 않고 넘어갔다. 하지만 이응준 소설가가 이번에 제기한 의혹은 꽤 구체적이어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다른 작품에서 인상깊은 부분을 메모해 두는 과정에서 작가가 자신도 모르게 표현을 조금씩 가져다 쓰는 일이 있지만, 신씨 작품의 문구는 여러 개의 문장이, 사용하는 단어와 어순까지 다른 작품과 거의 같아 표절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며 "한국 문단 전반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비중을 가진 소설가로서 반성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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