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신경숙씨의 표절 의혹을 제기한 소설가 이응준씨는 17일 신경숙씨가 표절 의혹을 전면 부인한 데 대해 “독자 분들께서 추상같은 판단을 내려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보낸 입장에서 “기어이 반성하지 못하는 문단이 너무도 치욕스러워 그저 죄스러울 뿐”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응준씨는 전날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쓴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에서 신경숙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다음은 이응준씨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보내온 글 전문이다.
문학의 진정성을 향해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쓴 글이었습니다. 그 글에 대한 신경숙과 창비의 이러한 반응에 대하여서는 한국문학을 사랑하시는 모든 독자 분들께서 추상같은 판단을 내려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만, 한 사람의 문인으로서 제 모국어의 독자 분들께 이 기어이 반성하지 못하는 문단이 너무도 치욕스러워 그저 죄스러울 뿐입니다.
마지막 부탁입니다.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을 다시 한 번 더 깊이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모든 질문과 대답은 이미 그 안에 다 들어 있고, 그것을 온당하고 정의롭게 사용해주실 당사자들은 신경숙의 독자 분들도, 이응준의 독자 분들도 아닌 바로 한국문학의 독자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신경숙씨는 도서출판 창비를 통해 낸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오래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우국>)은 알지 못한다.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내 독자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풍파를 함께 해왔듯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뿐이고,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
이응준씨가 16일 표절 의혹을 제기한 부분은 아래와 같다.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 미시마 유키오, 김후란 옮김, 「우국(憂國)」, 『金閣寺, 憂國, 연회는 끝나고』, 주우(主友) 세계문학20, 주식회사 주우, P.233. (1983년 1월 25일 초판 인쇄, 1983년 1월 30일 초판 발행.)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 신경숙, 「전설」, 『오래전 집을 떠날 때』, 창작과비평사, P.240-241. (1996년 9월 25일 초판 발행, 이후 2005년 8월1일 동일한 출판사로서 이름을 줄여 개명한 '창비'에서 『감자 먹는 사람들』로 소설집 제목만 바꾸어 재출간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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