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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빌려 드립니다? | 반려동물 대여, 동물은 행복할까

2008년, 영국에서는 반려동물 대여업이 '동물 소유권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를 양산한다'는 이유로 법으로 금지되었다. 같은 해 미국 보스턴 시의회에서도 동물 대여를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했고, 이어 메사추세스 주에서도 '동물을 일회용으로 취급하도록 조장한다'는 근거를 들어 동물대여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반려동물 대여업'은 이제 일본과 우리나라 정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동물을 영구적으로 입양한 경우에도 반려동물이 한 가정에 적응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며칠 간격으로 바뀌는 환경에서 이 사람 저 사람과 살다가, 다시 업체로 돌려보내지면 다음 '손님'을 받을 때까지 케이지에 갇히는 생활을 반복하는 것이 동물에게 얼마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 것인지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 이형주
  • 입력 2015.06.18 10:50
  • 수정 2016.06.18 14:12

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은 마냥 신나고 즐겁기만 한 일은 아니다. 내가 7년째 함께 살고 있는 개 '밴조'를 처음 입양했을 때는 하루가 정말 길었다. 불법 종견장에서 거의 태어나자마자 구조돼 보호소 케이지 안에서만 살았던 하룻강아지에게 내 좁은 아파트는 탐색할 것이 넘쳐나는 신세계였다.

갓 이빨이 나기 시작한 강아지는 깨물고 부수는 탐색 방식을 선택했다. 넘치는 에너지와 무서운 파괴력을 지닌 강아지로부터 내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아침, 저녁으로 공원에 데리고 다니며 기진맥진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늦잠은 꿈도 꿀 수 없었고, 저녁에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던 여유도 사라졌다. 입양한 지 몇 개월 되었을 때는 장염에 걸려 호되게 앓고 나서 '이제 저 사람이 없으면 큰일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분리불안이 생겼다. 출근할 때마다 건물이 떠나가라 큰 소리로 울부짖는 바람에 고치느라 몇 달을 애를 먹었다.

반려견 밴조를 처음 입양했을 때의 모습.

나도, 개도 철이 들고 서로에게 적응하면서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일들이다. 그러나 아직도 일 년에 한두 번씩 하는 크고 작은 병치레에, 휴가 한 번을 가려 해도 다른 사람들처럼 쉽게 훌훌 떠나지 못하는 처지 때문에 누가 '개 기르고 싶다'고 하면 '잘 생각해'라고 초를 치게 된다.

그런데 아마 동물을 기르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상당수인 것 같다. 동물은 예쁘지만, 딸려오는 책임에는 아직 자신이 없는 사람들. 동물과 교감하며 '힐링'하고 싶지만 시간적, 경제적, 환경적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들. 혹은 나는 별로 동물을 좋아하지 않지만 조르는 아이들의 등쌀을 이기기 힘든 사람들. 이런 '틈새 시장'을 노려 2000년대 말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 '렌터-독(Rent-a-Dog)', 바로 '반려동물 대여업'이다.

동물과 노는 '재미'만 있고, 부담스럽고 귀찮은 '책임'은 뺀 '렌터독'

국내 한 '렌터-독(Rent-a-dog)' 서비스 업체의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화면에는 말티즈, 닥스훈트, 토이푸들부터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큰 인기를 끈 '산체'와 똑 닮은 장모 치와와까지, '강아지 인형 쇼핑몰'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인형같은 외모의 강아지의 사진들이 빼곡하다. 주로 태어난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은 품종있는 강아지들이다. 사진 밑에는 '불황에 지갑 얇은데, 2박 3일 5만원!'처럼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까지 배려한 가격들이 적혀 있다. 주로 업체 홈페이지에서 소비자가 동물의 사진을 보고 선택해 돈을 지불하면 소비자가 직접 데려가거나 지하철 택배 혹은 승용차퀵서비스(2014년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동물을 오토바이 택배로 보내는 것이 금지됐다)로 배달해주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동물을 빌리는 사람의 신원이나, 비록 며칠이긴 하지만 동물이 살게 될 환경 등 소비자에 대한 정보는 전혀 요구하지 않는다.

한 렌터독 업체 홈페이지에 게시된 동물 사진. 작고 어린 동물일수록 면역력이 약해 화경이 자주 바뀌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개 렌탈산업은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2008년 7월 28자 뉴스위크(Newsweek) 기사에 의하면, 2007년 미국 샌디에고에서 창업한 '플렉스펫츠(FlexPetz)'라는 개 렌탈업체는 오픈하자마자 로스엔젤레스, 맨해튼, 워싱턴, 심지어 바다 건너 파리, 런던 같은 대도시에까지 초고속으로 확장했다.

1년에 백 달러 정도의 회비를 내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하루에 45달러의 비용을 지불하고 개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업체는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개들은 보호소에서 안락사 위기의 개들을 구조해 온 것이며, 가입할 때 신상 확인을 철저히 해서 동물의 안전을 최대한으로 보장하고, 개 한 마리당 회원 다섯 명 수준의 규모를 유지해 동물의 복지에 해가 될 게 없다고 주장했지만(2007년 뉴욕 지점의 경우 6마리 정도를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보호단체와 여론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1년도 되지 않은 2008년, 영국에서는 반려동물 대여업이 '동물 소유권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를 양산한다'는 이유로 법으로 금지되었다. 같은 해 미국 보스턴 시의회에서도 동물 대여를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했고, 이어 메사추세스 주에서도 '동물을 일회용으로 취급하도록 조장한다'는 근거를 들어 동물대여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바쁜 도시인에게 정서적 안정을 찾아주겠다'던 개 대여 업체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반려동물 대여업'은 이제 일본과 우리나라 정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충동구매 방지해 유기동물 숫자가 줄어든다고? 글쎄...'

동물을 영구적으로 입양한 경우에도 반려동물이 한 가정에 적응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며칠 간격으로 바뀌는 환경에서 이 사람 저 사람과 살다가, 다시 업체로 돌려보내지면 다음 '손님'을 받을 때까지 케이지에 갇히는 생활을 반복하는 것이 동물에게 얼마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 것인지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비록 하루 이틀이라고 해도, 어린 동물을 처음 집에 들였을 때는 동물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적절한 사료와 충분한 휴식을 제공하는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마치 주말 동안 빌린 장난감처럼 다루면서 사람이 먹는 음식을 먹이거나, 동물이 최소한의 휴식도 취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게 쓰다듬고 만지는 행동은 나이 어린 동물들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는 끔찍한 동물학대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기가 기르는 동물이나 길고양이처럼 길에서 생활하는 동물, 심지어 주인이 있는 남의 동물에게까지 몹쓸 짓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당당하게 돈까지 지불하고 잠시 빌린 동물들이 학대 대상으로 악용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누가 보장할 것인가.

어린 강아지들이 늙고 병들었을 때는 업체에서 어떻게 처리할지도 의문이다. 한 해에 10만 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거리에 버려지는 현실에서, 어린 강아지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계속해서 들여오는 몇 개월 짜리 동물들을 전부 업체에서 15년이 넘도록 보호할 리가 만무하다.

동물대여업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무책임하게 동물을 분양받았다가 키울 수 없어 유기하는 경우가 줄어들기 때문에 유기동물을 억제하기 위한 방법이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러나 공장에서 물건 찍듯 수없이 새끼를 빼 판매하는 번식업장이 유기동물 양산의 근원지임을 생각할 때, 대여업 운영을 위해 종견장에서 동물들을 끊임없이 조달하는 것은 오히려 번식업을 지속시키고 잉여동물을 늘어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살아있는 생명을 물건처럼 돈을 주고 사고 파는 것도 모자라, 몇 만원에 빌리고 빌려주는 산업이 성행하는 것은 유기동물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물을 물건처럼 여기는 생명경시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

'동물대여업'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 발의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동물 대여업을 금지하는 법안이 최근 발의됐다. 지난 5월 20일,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이 발의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안'은 '반려의 목적으로 기른 동물을 대여하는 영업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애인 보조견 등은 예외로 두었다. 또한, 현행법에서 명시한 '도박 광고 오락 유흥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와 더불어 '동물을 경품으로 주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이제 '렌터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 된다. 그러나 반려동물 대여업 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동물을 단순히 좋아하는 마음과 함께 생명으로서 존중하는 의식이 자리잡지 못한다면 동물의 고통을 볼모로 이용하는 산업들은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다. 그때마다 끊임없이 법으로 금지만 해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라며 반기기 전에 동물도 감정과 고통을 느끼는 존재이며 하나의 생명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먼저 자리잡는 것이 시급하다.

애견카페, 고양이카페, 라쿤카페... 늘어나는 동물테마카페

반려동물과 '즉석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곳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동물카페'다. 애견카페는 이미 수 년 전부터 꽤 많은 숫자가 운영되고 있고, 최근에는 고양이카페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심지어 야생동물인 라쿤을 케이지에 사육하는 '라쿤카페'까지 생겨났다.

차 한 잔 값을 내고 동물들과 평화롭게 시간을 보내다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동물들에게는 딱히 '반갑지 않은' 손님들도 분명 있다. 업체마다 '고양이를 들어올리지 않을 것', '자는 고양이는 만지지 않을 것' 등 나름대로 규칙을 세워놓고는 있지만 항상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손님이 갑'인 세상에서, 꼬리를 잡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이나 플래쉬를 펑펑 터뜨려가며 사진찍기 바쁜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해 가며 엄격하게 통제하기는 카페 소유주나 종업원의 입장에서 그리 쉽지 않다.

홍대입구의 한 고양이 카페를 찾아갔다. 20평 남짓한 공간에 무려 40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었다. 개중에는 콧물을 흘리거나 눈꼽이 많이 낀 고양이들도 보였다. 동물 관리와 음료 서빙까지 단 한 명의 아르바이트생이 맡고 있었다.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의 명보영 수의사는 제한된 공간에서 동물을 집단으로 사육하는 경우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전염병에 취약한 고양이 여러 마리를 한 공간에서 기를 경우, 허피스 바이러스나 칼리시 바이러스같은 호흡기 전염병에 감염되기 쉽고, 이런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개체는 보균자로 남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면역력이 약해지는 경우 반복적으로 재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꼭 바이러스가 아니라도 외부기생충, 곰팡이 질환같은 병도 쉽게 전염될 수 있고, 여러 마리가 한 두 개의 화장실을 같이 사용하는 환경에서는 비뇨기 질환에 걸리기도 쉽다고 한다. 아무리 업체에서 위생과 동물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해도 한계가 있을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유기동물보호소에도 고양이를 집단 사육할 시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프로토콜이 정립되지 않은 마당인데, 수십 마리의 고양이를 기르면서 몰려드는 손님까지 받아야 하는 업소에서 고양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시기 적절하게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명보영 수의사는 반문한다.

홍대입구의 한 고양이카페.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서 고양이 4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이런 동물까페들은 법의 테두리에서도 완전히 벗어나 있다. 동물보호법에서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영업을 동물장묘업(화장장), 판매업, 수입업, 생산업으로 규정하고 정부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동물생산업으로 등록해야 하는 종견장도 등록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영업하는 곳이 90퍼센트 이상이고,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동물원에서 지켜야 할 기준인 동물원법조차 국회가 막아서는 마당에 동물까페까지 챙기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과도한 기대다. 그러나 상업적 용도로 동물을 수십 마리씩 사육하는 시설에서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시설과 관리에 대한 기준은 분명히 필요하다. 지금 같아서는 갑자기 폐업을 해서 동물들이 갈 곳이 없어지거나 관리 부실로 전염병이 돌아 수십 마리가 집단 폐사 한다고 해도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형편이다. 결국 동물들만 억울할 뿐이다.

동물과 교감 원한다면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시작해 보자.

동물과의 직접적인 '교감'에 목말라 있다면, 굳이 돈을 주고 개를 빌리거나 동물카페에 가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규모가 크든 작든, 사료주고, 청소하고, 아픈 동물 약 먹이기에도 바쁜 마당에 동물들을 산책시키거나 놀아줄 여유가 있는 보호소는 많지 않다.

목욕, 미용 등 특별한 기술이 있거나 동물을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더라도 상관 없다. 눈을 맞추고 따뜻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주는 것 만으로도 보호소 동물들에게는 '계 탄 날'이 될 것이다. 동물을 기르고 싶지만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입양이 망설여지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동물들과 여러 차례 만나면서 자신감이 생길 수도 있고, 자신과 맞는 동물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유기동물 보호소에는 항상 사람의 손길에 목말라하는 동물들이 넘쳐난다.

앞에서 불평을 좀 늘어놓긴 했지만, 사실 밴조와 살면서 내 삶은 그 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윤택해졌다.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바쁜 일상에서도 계절마다 바뀌는 공기, 온도, 나무의 색깔까지 즐기는 여유가 생겼다. 산책길에서 만나는 개 주인들과는 이제 가끔 보는 친구들보다 더 반가운 사이가 됐다. 몇 시간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7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마다 격렬하게 꼬리를 흔들며 반가움을 표시하는 것을 보면 웃음이 나기도 하고, 밤에 내 몸에 다리를 턱 걸치고 태평하게 자는 모습을 보면 '모든 동물이 이런 평화로움을 느껴봤으면'하는 마음도 든다. 늙어가면서 힘들거나 가슴 아플 일도 분명 있겠지만, 그래도 함께 나이 먹으면서 보낼 시간들을 생각하면 신이 나고 기대가 된다.

정말 동물과의 교감을 원한다면, 동물의 입장에서도 한 번 생각해보자. 잠깐의 재미를 위해, 또는 내 정서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하는 행동들이 이 동물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동물도 과연 '교감'이러고 생각할지 말이다. 혹은 내가 동물의 고통을 볼모로 한 산업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는 않을까 꼼꼼하게 따져보자. 만지고 쓰다듬으며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이 동물을 사랑하는 올바른 방법은 아니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와 <월간비건>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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