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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물' 4대강 물, 끌어다 쓰려 수천억 또 투입된다

ⓒ한겨레

심각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으나,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11억7천만t의 물은 올해도 가뭄 해소에 전혀 사용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수자원을 활용하겠다며 추가로 수천억원의 양수장, 송수관로 건설 사업을 추진 중이다.

16일 기상청은 올해 들어 강원 영동과 영서, 경기의 강수량이 각각 예년의 39%, 64%, 55%에 불과해 이들 지역에 심각한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의 댐들인 소양강댐과 충주댐의 저수율도 12일 기준으로 각각 예년의 64.3%, 65.8%에 불과했다. 그러나 애초 홍수와 물 부족에 대비한다며 모아둔 4대강의 수자원은 이번 가뭄에도 전혀 사용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와 농림축산식품부, 한국수자원공사에 확인해 보니, 4대강 사업으로 모아둔 물은 모두 11억7천만t에 이르지만, 이번 가뭄 피해 지역인 영동과 영서 산간, 경기 북부 등지에서는 한 방울도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자원공사의 한 관계자는 “보 주변 일부 지역에서는 취수 장애 해소 효과가 나타났으나, 현재 가뭄이 든 지역들은 4대강 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확보한 수자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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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뭄은 강원도의 영동과 한강 상류 지역인 영서 산간이 심한데, 강천보, 이포보, 여주보 등은 모두 한강 중류에 설치돼 있다. 통상 가뭄 피해는 강 상류 쪽이 심각하다. 역시 가뭄이 심한 한강 하류의 경기 파주 지역도 이들 3개 보가 아닌 주변 임진강에서 물을 끌어다 가뭄에 대처하고 있다.

애초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모두 13억t의 수자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확보한 수자원은 모두 11억7천만t이다. 이 가운데 6억5천만t을 사용할 수 있으며, 취수장이나 양수장을 이용해 주변에 공급할 수 있는 수량은 1억3천만t 정도다. 그러나 이 1억3천만t도 가뭄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전혀 쓸 수가 없는 상황이다.

앞서 국무조정실 4대강조사평가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4대강 사업 조사 평가 보고서’에서 “4대강 사업이 실시된 (주변) 지역에서는 가뭄이 발생하지 않았고,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용수를 가뭄에 사용한 실적도 없다”고 지적하고, “가뭄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으로 (수자원을) 공급할 수 있는 송수관로 및 시설물 설치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런 조사평가위원회의 지적에 따라 정부는 지난 4월 4대강의 수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내년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라 4대강 보와 가뭄 지역에 최소 수천억원을 들여 양수장과 송수관로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한강 이포보의 물을 끌어다 쓰기 위해 양수장 2곳과 송수관로 5.8㎞를 건설하는 경기도 여주시 백신지구 사업에는 1029억원이 투입되고 있다. 1398억원을 들여 강천보의 물을 옮기는 여주시 점동지구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단계다. 가뭄이 잦은 지역들은 4대강 보에서 멀기 때문에 더 많은 사업비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충남도는 금강 백제보와 공주보의 물을 보령댐에 공급하는 사업을 검토했다가 수질과 경제성 등을 이유로 중단하기도 했다. 충남도 물관리정책과의 이병영 주무관은 “백제보와 공주보의 수질이 나빠 생활용수로 사용하기 어려웠고, 정수장과 송수관로 등을 설치하는 데 1954억원이나 들어 경제성이 없었다. 현재는 수질이 좋은 대청댐의 물을 가져다 쓰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상희 의원은 “4대강 사업으로 가뭄을 해소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정부가 이제 와서 4대강 수자원 활용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결국 잘못된 사업을 정당화하기 위한 예산 낭비에 불과하다.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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