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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내를 찾아 나선 80대 영국인 할아버지의 사연

  • 허완
  • 입력 2015.06.16 12:34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에 걸린 80대 영국인 할아버지가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아내를 찾아달라며 지구대에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져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11시 20분께 중절모를 눌러쓴 한 영국 국적의 할아버지(81)가 "아침에 일어나니 아내가 갑자기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신분증도 사라졌는데 생사가 걱정된다"며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지구대를 찾아왔다.

경찰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할아버지를 진정시키고나서 할머니에 대한 정보를 물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자신의 이름과 한국인 아내의 이름만 기억할 뿐 다른 질문에는 답변하지 못했다.

경찰은 할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있을 것으로 짐작,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구대 내 실종자 프로그램을 조회했다.

마침 지난해 9월경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실종 신고한 기록이 있었다.

경찰은 할머니의 행적을 찾고자 할아버지가 거주하는 인근 아파트를 방문했고, 그곳에서 할아버지가 A4 용지에 직접 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를 발견했다.

편지에는 "I cannot live without my YUMEE, She was the best wife and person in the world. I go to join her in heaven"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유미 없이 살 수 없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내였다. 천국에 있는 그녀를 만나러 간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편지 내용을 토대로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할아버지가 기억 못 하고 있을 수 있다고 판단, 관내 지자체와 장례식장을 통해 할머니의 사망 여부 확인에 나섰다.

그 결과 할머니는 지난달 25일 숨졌으며, 분당구 소재 한 병원에서 이미 장례식까지 치른 것으로 확인됐다.

할머니의 사망 소식을 전하자 할아버지가 충격을 받고 눈물을 쏟아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주민자치센터를 통해 알아본바 한국에는 자녀가 없는 걸로 파악돼 두 분이서만 함께 생활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할아버지가 한국 국적일 경우 지자체에서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외국인이라 그럴 수 없다"며 "할아버지에게 여동생이 있지만 수십 년 전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영국에 따로 연락이 닿을 만한 가족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걱정되는 마음에 할아버지 집을 다시 한번 찾았는데 할아버지가 아내 없는 한국을 떠나 영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셨다"며 "이에 영국 대사관에 할아버지의 사연을 알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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