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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만 바꾼 국회법, 청와대는 NO!

  • 원성윤
  • 입력 2015.06.16 10:03
  • 수정 2015.06.16 10:18
ⓒ연합뉴스

국회가 국회법 개정안을 일부 수정했지만, 청와대는 강력하게 거부권 행사의 뜻을 거듭 밝혔다.

여야가 기존 국회법 개정안에서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한다'는 자구를 '요구'에서 '요청'으로 완화해 강제성을 다소 누그러뜨렸지만, 청와대의 입장은 변한 게 없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오전 춘추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렇게 밝혔다.

중재안을 보니 한 글자를 고쳤던데 우리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 지금으로서는 거부권 행사 시기 등은 결정된 바 없고 다른 대응책도 준비된 바 없다. 저희 입장이 바뀐 바 없다. (6월16일, '조선일보')

'헌법 제53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회가 의결한 이번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15일 이내에 법률로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

'헌법 53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53조 ①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되어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한다.

②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제1항의 기간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국회의 폐회중에도 또한 같다.

③대통령은 법률안의 일부에 대하여 또는 법률안을 수정하여 재의를 요구할 수 없다.

④재의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 재적의원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

⑤대통령이 제1항의 기간내에 공포나 재의의 요구를 하지 아니한 때에도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

⑥대통령은 제4항과 제5항의 규정에 의하여 확정된 법률을 지체없이 공포하여야 한다. 제5항에 의하여 법률이 확정된 후 또는 제4항에 의한 확정법률이 정부에 이송된 후 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지 아니할 때에는 국회의장이 이를 공포한다.

⑦법률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공포한 날로부터 20일을 경과함으로써 효력을 발생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헌법 제35조)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은 국회로 돌아와 재의결해야 한다. 이후 본회의에서 여야가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법률안을 가결하면 그대로 확정된다.

이에 대해 국회가 재의 할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국회의장은 '재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유승민 새누리당 대표는 전체 의원들과 다시 논의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의장은 이날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시 국회 재의를 보장해달라는 야당의 요구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같은 질문에 “그 부분은 의총 결정 사안이기 때문에 약속해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6월 15일, '한국경제')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반대하는 국회법 개정안의 내용은 무엇일까. 법보다 아래에 있는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구속력'을 갖겠다는 것에 청와대가 반대하고 있다. 바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인 시행령과 법은 어떻게 다를까? 법이 특정 제도나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청사진이라면 시행령 등 행정입법은 법을 뒷받침하는 추진계획이다. 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확정되고, 시행령 등은 정부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무회의 의결만으로 성립된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의 핵심은 국회가 시행령에 대한 수정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기존 국회법은 시행령 등이 법 취지나 내용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국회는 행정기관에 이를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개정 국회법은 시행령에 대한 수정·변경을 요구하고 행정기관은 이를 처리한 뒤 소관 국회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6월 16일, '중앙일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다른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기로 한 청와대 방침에 대해 새누리당은 곤혹스러운 모양새다.

시기가 언제이든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 재의를 요구할 경우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곤혹스런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률안 거부권 행사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정부와 입법부가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가 된다. 이 경우 새누리당 유 원내대표로서는 청와대로부터 사실상 여당의 원내사령탑으로서 인정받지 못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를 수도 있다. (6월16일, 연합뉴스)

그러나 국회법이 마냥 거부될 가능성이 큰 것만도 아니다.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맞물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낮은 상황인 데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안 통과까지 겹쳐 있어 대통령의 '마이 웨이'가 국민에게 독선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향후 이달 말까지 정국의 흐름과 여론 향배에 따라 '국회법 개정안'의 진로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오전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23차 북한정책포럼'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한편 이 과정에서 정의화 국회 의장의 '중재' 역할도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정 의장은 16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청와대 측에 곧 연락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청와대와 집중적으로 물밑 접촉을 시도할 계획"이라며 "정 의장은 여야 합의로 문구를 일부 수정함으로써 위헌 소지를 제거했기 때문에 거부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점을 직접 설득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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