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금융·법률회사들이 신입사원을 모집하면서 이른바 '상류층 테스트'를 통해 중산층 이하 출신의 진입을 원천봉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사실이 영국 정부 산하 '사회이동과 아동빈곤 위원회'가 공개한 보고서에서 드러났다고 15일 보도했다.
보고서는 일류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광범위한 여행경험 여부와 발음 억양 등 실력과 관계없이 특권층에게 유리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영국 내 일류 기업 입사자의 70%가 전체 학생수의 4~7%에 불과한 특목고나 사립학교 졸업생이었다.
보고서는 일류 기업 가운데 차별 관행을 깨기 위해 신입사원 모집 절차를 바꾸려는 곳은 거의 없다면서 한 회사의 인사 담당자는 사내 직원 모두가 '동질성'을 갖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런던에 본사를 둔 10개 주요 로펌 및 회계법인과 스코틀랜드 소재 3개 은행, 1개 회계법인의 신입사원 모집 담당자들을 심층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 담당자는 유사한 계층 출신을 선택하려는 이유에 대해 "농담을 하더라도 알아들을수 있어서 기분을 상하게 할 우려가 없고 서로 통하기 때문에 (업무에) 매우 효율적이다"고 설명했다.
다른 로펌의 인사관계자는 "편파적 기준으로 일부 유능한 인재를 놓칠지 모르지만 결국 예산문제로 귀결된다"며 "신입사원 선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내세우기도 했다.
노동당 정부 각료 출신으로 위원회를 이끈 앨런 밀번은 "조사 결과는 노동자 계층 출신 젊은이들이 일류 일자리를 가질 수 없도록 조직적으로 차별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엘리트 기업들이 입사 지원자들에게 우아함이나 화려함을 기준으로 삼는 테스트를 통과하도록 요구하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