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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월드'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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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월드'는 엄청난 영화다. 예전 작들 못지 않다. 1편에 비해도 꿀리지 않는다. 나는 3D로 보았으니 예전의 2D 버전들과 비교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3D 포맷으로 만드니 정말 생생했다. 하지만 차원 문제는 제쳐두고라도, 가장 회의적인 관객이라도 불신을 좀 미뤄두고 쥬라기에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공룡을 유전조작으로 만들어 낸다는 영화의 전제를 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게 만들 만큼 플롯이 탄탄하다. '쥬라기' 시리즈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공룡 채굴자인 고생물학자 잭 호너의 조언을 받아 만들어졌다.

나는 1990년대 초에 몬태나에서 그가 공룡을 파내는 것을 처음 도와주었을 때부터 알고 지냈다. (영화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이 작은 붓으로 쉽게 흙을 털어내 버리지만, 단단한 암석 속에 들어있는 화석화된 보물을 치과용 도구를 사용해 꺼내는 것은 사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호너의 캠프에 도착했을 때, 나는 참을성있는 역사과학자가 1억 4천만년 된 아파토사우루스(예전엔 브론토사우루스라고 불렀다)의 목뼈 앞에 다리를 꼬고 앉아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지역 신문의 기자가 호너에게 이 발견이 공룡의 역사에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물었다. 이번 발견으로 그의 이론이 바뀌었는가? 머리는 어디 있는가? 현장에 공룡 화석이 한 마리 이상 있는가? 호너의 대답은 조심스러운 과학자의 그것이었다. "아직 모르겠어요." "모릅니다." "증거가 더 필요해요." "기다려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쥬라기 월드 뒤의 과학은 현대의 새의 DNA를 사용해서 공룡의 등을 만들었던 호너 자신의 연구와 아주 유사했기 때문에, 그의 과학적인 철저함은 스크린에서도 느껴졌다. 그가 새의 DNA를 사용한 것은 이제 우리는 쥬라기 때의 DNA는 남아있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 소설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첫 영화 '쥬라기 공원'의 전제와 같이 호박 속에 갇힌 쥬라기 모기 몸 속에조차 없다. 잭이 영화 개봉 며칠 전에 LA의 자연사 박물관에서 나와 나눴던 대화에서 설명했듯이, 우린 공룡이 새로 진화했다는 걸 알고 있고, 그래서 새 DNA에는 공룡 선조들의 DNA 흔적이 남아 있다. 호너는 2009년에 쓴 책 'How to Build a Dinosaur: Extinction Doesn't Have to be Forever'(와 멸종된 생물을 되살리는 방법에 대한 TED 토크)에서 활동을 멈춘 유전자를 다시 살려 공룡 같은 꼬리, 주둥이, 치아까지도 만들어내는 방법을 설명했다. 구하기 쉽기 때문에 닭을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잭은 자신이 만들고 싶은 공룡을 '치키노사우루스'라고 부른다.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새 안에 있는 선조들의 특징을 되살려내 공룡을 만들 수 있다면. 애초에 새에게 선조가 없다면 선조의 특징을 가질 수가 없죠. 그게 진화의 증거입니다."

진화의 증거가 필요한 사람이 있긴 있나? 안타깝게도 미국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고, '쥬라기 월드'와 같은 영화는 미국 과학 교육의 현상태에 대해 우려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과학 교육이라는 또 다른 가치도 갖는다(미국의 과학 교육은 보통 부유한 서구 산업화 국가들 중 최하위에 랭크된다). '쥬라기 월드'는 미묘하지만 통렬하게 진화 생물학을 담고 있다. 닭의 이빨을 보라. 우리는 수십 년 전부터 닭의 선구 유전자를 켜서 이빨을 자라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모든 생물이 6천년 전 창세기에 한꺼번에 만들어졌다면 불가능할 일이다(스티븐 제이 굴드의 1983년 책 '닭의 이빨과 말의 발가락'을 보라). 유전공학은 선조 동물의 유전적 화석을 찾는 법을 알려준다. 이제 이 작업은 유전 형질 전환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호너는 내게 설명했다. "공룡을 만들고 싶다면, 유전 형질 전환은 선조의 유전자를 찾는 것 만큼이나 좋은 방법입니다. '쥬라기 월드'에서 우리가 만든 게 유전 형질 전환 공룡이죠. 우리는 몇 가지 공룡을 섞고, 다른 동물들의 유전자도 섞어 넣은 공룡을 만들었어요." 그 결과물은 괴수 영화 역사상 가장 무서운 괴물 중 하나인 인도미누스 렉스다. T-렉스와 벨로시랩터를 섞고, 다른 생물의 특징도 제법 넣었다. 거의 어떤 배경에도 몸 색깔을 맞출 수 있는 오징어의 카무플라주 능력 같은 것이다. 이게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 건지 내가 자세히 캐묻자 호너는 설명을 이어갔다.

우린 곧 공룡닭 같은 생물을 보게 될 것이다. 진행 속도가 상당히 빠르지만, 벨로시랩터 같은 공룡을 만드는 건 훨씬 오래 걸릴 것이다. 우리가 더 많은 유전자들을 알게 되고, 그 기능을 익히고, 끄고 켜는 법을 알게 될수록 더 가까워진다.

모든 새들의 조상은 하나다. 우리가 기술을 손에 넣고 나면, 어떤 새에도 다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닭은 그저 구하기 제일 쉬운 새였을 뿐이다.

'쥬라기 월드'에는 이전 작품들에 나오지 않았던 것이 나오는데, 그것은 바로 공룡 조련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시 월드 같은 곳에서 조련사들이 쓰는 테크닉을 활용한다. 그래서 나는 잭에게 이 훈련법은 포유류에게 쓰는 것인데 어떻게 파충류들에게 적용되는지 물었다.

우리는 공룡이 사회적 동물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러 해에 걸쳐 우리는 공룡 둥지를 찾았고, 그들이 새끼들을 돌보았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그리고 새들도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그건 어디에선가 내려온 것이지, 나는 새들이 발명한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새들과 파충류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지만, 새들은 공룡이고, 그러므로 파충류다. 유전적으로 보면 악어들은 도마뱀보다 새에 더 가깝다.

하지만 공룡들이 시 월드 조련사들이 즐겨 쓰는(범고래 조련에 대한 불편한 영화 '블랙 피쉬'에 나오는) '클릭' 시스템을 이해할 정도로 머리가 좋을까? 호너는 그것 역시 인간 중심적인 오해라고 한다.

공룡과 그 쪽 (진화 계통) 생물들에 대한 지성에 대한 큰 스케일의 이야기가 된다. 우리는 너무나 포유류 중심적이다. 우린 우리가 굉장히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뇌의 위치에 대해서도 우린 포유류 중심적으로, 머리에 있을 거라 생각한다.

공룡은 두개골 안에도 뇌가 있었고, 골반 안에도 뇌가 있었다. 새들도 가지고 있는 거대한 신경절이다. 뇌와 신경절의 크기를 합치면 대부분의 포유류만큼 크다. 앵무새는 정말 똑똑하고, 우리는 오리가 별로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들의 두뇌/신체 비율은 거의 같다.

'쥬라기 공원' 1편에서는 '피 빨아먹는 변호사'라는 말이 나오는데, 난 그걸 보고 하루에 손님이 2만명 오는 '쥬라기 월드' 같은 곳은 법적으로는 어떨까 궁금해졌다.

우리는 공룡들이 그렇게 무섭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세렝게티에 공룡을 풀어놓아도 된다. 자동차 창문만 내리지 않는다면, 사파리에 가서 구경할 수 있다. 공룡들은 사람을 잡으러 차를 찢어 발기지 않을 것이다.

쥬라기 공원에 간다면 공룡들이 자는 모습을 아주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동물들은 재미로 죽이지 않는다. 다른 동물을 죽이는 건 위험하다. 스스로의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다. LA 동물원에 쥬라기 월드를 개장할 수도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더 위험한 물건들이 많다.

'쥬라기 월드'를 보러 가서 과학 공부를 해보자. 그러나 이 영화가 잔뜩 주는 것은 그보다는 주로 즐거운 모험이 될 것이다.

허핑턴포스트US의 'The Science of Jurassic World'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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