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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도 간다. 지상파에서 케이블로 가는 스타들

ⓒSBS

유재석이 최근 지상파 방송 3사에 한 방을 날렸다. KBS, MBC, SBS는 짐짓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유재석이 날린 한방에 꽤나 아파하고 있다.

지상파 예능 최후의 보루였던 유재석이 오는 8월 케이블채널이자 종편채널인 JTBC의 파일럿 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선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지자 방송 3사 예능국은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파일럿 프로그램이라 정규 편성이 될지 여부는 모른다. 단발 출연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유재석의 행보는 그가 '절대' 넘을 것 같지 않은 선을 넘었다는 점에서 최근 몇 년 방송가에 거세게 부는 변화의 바람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평가된다.

1995년 케이블채널이 개국할 때도, 2012년 종편이 개국할 때도 지상파 방송 3사는 팔짱을 낀 채 '수수방관'했다. 별로 대응할 필요도 못 느꼈고 이렇다 할 위기의식도 없었기 때문이다. 방송사 예능국, 드라마국 관계자들이 그러한 태도를 보여준 것과 나란히 스타들도 A급들은 새로 생긴 채널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 현재 방송가 상황은 많이 달라져 있다. 케이블채널 시청률이 지상파를 위협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종편 콘텐츠들이 히트를 치며, 좀체 움직이지 않을 듯 하던 A급 스타들도 하나둘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유재석이 지상파가 아닌 방송에 출연할 것이라고 과거에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고 '걱정'도 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유재석도 결국 종편에 출연하기로 한 것이다.

그에 앞서 지난 수십 년 미디어업계 최고 선망의 직장이라 평가받아온 KBS와 MBC의 PD들이 케이블과 종편으로 엑소더스를 하면서 스타들도 그 인맥을 따라 움직이게 됐다. 유재석도 KBS '해피투게더-쟁반노래방'에서 인연을 맺은 PD의 러브콜에 이번 JTBC행을 결정했다.

삼시세끼

KBS에서 '1박2일'을 연출하다 tvN으로 옮겨 '꽃보다 할배' 시리즈와 '삼시세끼' 시리즈로 대박을 친 나영석 PD는 얼마전 백상예술대상 방송 대상을 차지했다. 케이블채널의 쾌거는 지상파 방송의 '굴욕'이 된다.

KBS 예능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프로듀사'에는 KBS 예능국장이 케이블로 이직한 나영석 PD(실명으로 등장한다)를 아쉬워하며 "다시 데리고 올 수는 없을까?"라고 말하는 대사도 등장했다. '지상파가 최고'는 이제 옛말인 것이다.

매체가 많아지면 제일 좋은 건 연예인이라고 한다. 여기저기 출연할 곳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타들도 인기도에 따라 출연 매체를 선정하는 기준이 나름대로 명확하다. 한마디로 A급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방송 예능 쪽에서는 유재석과 강호동이 10년 넘게 '특A'급으로 분류됐고 이들은 지금껏 지상파 출연만을 고집해왔다.

강호동은 세금 과소 납부 논란으로 1년 쉬고 나온 뒤 예전만 같지 못한 상황이긴 하지만, 유재석은 MBC '무한도전'과 SBS '런닝맨', KBS '해피투게더'라는 막강 인기 프로그램을 수년째 진행하면서 방송 3사에서 모두 여전히 '가장 귀하신' 몸이다. 그런 그가 지상파의 울타리를 벗어나 케이블로 이동할 '필요'는 지금도 없다. 하지만, 유재석은 변화를 택했고, 그의 선택은 방송 3사에 꽤나 큰 충격을 안겼다.

KBS 예능국 관계자는 15일 "KBS도 마찬가지지만 MBC나 SBS도 코멘트를 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유재석의 행보에 화들짝 놀랐다고 하면 이번 사안을 더 키워주는 것 같기 때문에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것"이라며 "애써 짐짓 신경을 안 쓰고 태연한 척하려는 분위기다"고 밝혔다.

그는 "유재석도 우리 쪽에 파일럿 한 번만 하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하지 말라고 했다"며 "우리로서는 섭섭하지만 한번만 한다고 하니 진짜 한 번만 찍겠거니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MBC 예능국 한 CP는 "말을 아껴야 할 것 같다"면서 "그쪽에서 유재석에게 얼마나 공을 들였겠냐"고 말했다. 그는 "유재석 본인도 이번 선택에 대해 긴가민가할 것이다. 우리로서도 두고 보는 수밖에 없지 않겠냐"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디를 가든 본인의 선택 아니겠냐. 다만 그게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인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 프로그램으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유재석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어떤 내용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JTBC는 PD와의 인연, 프로그램의 참신한 기획 등이 유재석의 선택에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나영석 PD가 백상예술대상 대상을 거머쥔 것은 분명 놀라운 일이지만, 이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만큼 그가 tvN으로 옮겨 예능계에 일으킨 파란이 컸기 때문이다. 시청자는 이제 재미있는 콘텐츠를 따라 어느 채널이든 움직인다. 그것을 스타들이 모를 리가 없다.

지금은 유재석에 비해 관심도가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유재석에 이어 강호동도 케이블채널에 출연하게 되면 지상파의 위기감은 가중될 듯하다. 강호동의 소속사 SM C&C 관계자는 "지금도 계속 케이블 쪽과 미팅을 하고 있다. 우리는 항상 열려있다. 기획안만 좋으면 언제든 출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복귀 후 예전만 같지 못한 우리로서는 어느 채널이든 상관없이 성공작을 하나 내는 게 중요하다. 지상파만 고집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SBS 예능국 남승용 국장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 아니겠냐. 매체가 많아지고 미디어 생태계가 변화했다"고 지적했다. 남 국장은 "어차피 요즘은 아이템으로 승부하는 시대"라며 "MC들의 이동은 자연스러운 것 같고, 얼마나 참신한 프로그램을 만드느냐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것 같다. 무한경쟁 시대에 과거 지상파만의 세상을 얘기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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