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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정보공개 늦어져 메르스 초기 방역 실패"

  • 허완
  • 입력 2015.06.13 10:17

한국-세계보건기구(WHO) 합동평가단은 한국 정부가 정보 공개를 늦춘 탓에 초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방역 정책의 실패를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합동평가단은 13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속한 정보 공개가 늦은 것이 실패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다음은 기자회견의 일문일답.

관련기사 : WHO, "한국 메르스 단기간 해결 예상하면 안 된다" (전문)

-- 한국 정부의 초기 대응은 어떤 면에서 실패했다고 평가하나?

▲ (이종구 메르스 합동평가단장) 혼란을 일으키는 원인은 정보의 비대칭 때문이다. 투명한, 신속한 정보 공개가 늦은 것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다. 두 번째는 거버넌스가 위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데 거버넌스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 그래서 초창기에 혼란이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이 질병의 확산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원을 동원한다든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예측이 좀 잘못됐기 때문에 혼란이 있었다.

▲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 세계적으로 신종 감염병이 처음 발생할 때 늘 어려움이 있다. 신종 전염병은 전 세계의 도전 과제 중 하나다. 새로운 감염병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라도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한국 정부의 대응은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중요한 점은 어떻게 대응했는지, 질병 통제 조치가 마련됐는지, 빠른 속도로 조치를 강화하는지 등이다.

-- 단순히 병원에서 접촉이 많아서 감염이 많았다고 판단한다면 지역사회 전파도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 감염자와 접촉자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굉장히 광범위하고 집중적이고 강력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의 그 어느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강력하다. 신규 환자가 계속 발생을 하기 때문에 사태가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이미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신규환자들은 더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 대책이 반영되는지는 신규 환자를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단은 신규 환자 수가 줄고 있다. 통제조치가 효과를 발하기 시작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 국내 의료 쇼핑은 어떤 면에서 문제인가.

▲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 감염된 사람이 여러 병원을 돌아다닐 경우, 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늘어나고,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확률이 더 늘어난다.

-- 메르스의 확산을 촉진한 특정한 병원 환경이 있는가. 사스에서는 에어로졸 등으로 전파되는 경우 있었는데.

▲ (이종구 메르스 합동평가단장) 에어로졸을 통한 전파도 논의했다. 에어로졸은 특별한 경우에 발생한다. 예를 들어 기도삽관이나 산소마스크를 쓰면서 산소에 압력을 가해서 환자를 치료하는 등에만 에어로졸이 발생했다. 간혹 (감염이) 설명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직 에어로졸이라는 증거는 발견 못 했다. 지역사회로 전파의 증거는 없다는 것이 최종 결론이다.

한국과 세계보건기구(WHO) 메르스 합동평가단 공동단장인 케이지 후쿠다 WHO 사무차장(왼쪽)과 공동단장인 이종구 서울대 의과대학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센터장. ⓒ연합뉴스

-- 학교 수업 재개 권고 방침에는 변화없나.

▲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 현재 메르스 발생 상황을 보면서 우리의 기본 질문은 '감염이 어디에서 발생하는 것이고, 감염원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현재 한국에서의 메르스 발생은 의료시설에 집중돼 있다. 학교에서의 감염, 전파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학교가 계속 수업을 중단하면 학부모에게 어려움을 가져오고, 학교에 대한 두려움을 만들어낸다. 이런 두려움은 실제적인 현실, 위험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적인 근거와 공중 보건에 기반을 둔다면 학교 수업 재개를 강력하게 고려해야 한다.

-- 정부가 앞으로 해야 할 노력은

▲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 한국 정부는 메르스 사태를 종식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마련했다. 중요한 것은 이 조치들을 강력한 수준으로 상황이 완전히 종료될 때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강력한 모니터링과 감시를 계속해야 한다. 정보상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과학적인 연구와 리서치를 계속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 2005년 WHO 감염병 발생 지침에는 정부가 질병 상황을 조기에 발표하고 투명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다. 한국 정부는 이를 어겼다.

▲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 그 어떤 국가라도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하면 깜짝 놀라고 조정을 하는 시기가 있다. 한국 정부는 초동대응 이후 점점 더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 왔고, 그 조치들이 현재 취해지고 있다. '대응이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투명성은 굉장히 중요하다. 신뢰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바쁜 질병 진행 상황에서 완전한 정보를 적절한 수준에서 전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 지역사회 감염 없나.

▲ (이종구 메르스 합동평가단장) 지역사회 전파라면 환자를 접촉한 추적 고리를 놓쳤다는 의미다. 여태까지 4차 감염이 발생했더라도 추적 고리를 놓친 적은 없었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지역사회 전파가 일어난다는 점은 거의 없다. 다른 나라에도 그런 사례는 없었다. 지역사회 전파는 간혹 산발적으로 있더라도 그것이 다시 인플루엔자처럼 커질 가능성은 없다.

-- 에어로졸 통한 공기 전파 가능성은

▲ (이종구 메르스 합동평가단장) 공기역학 실험을 했다.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까지 강력한 증거는 접촉감염이나 비말 감염이라는 결론이다. 예외적으로 일정한 장소에서 가능성이 있지만, 지역사회 전파를 일으킬 만한 요인은 아니다. 최종 결론을 위해 실험을 하고 있다.

-- 거버넌스에서 개선할 부분은

▲ (이종구 메르스 합동평가단장) 질병에 대한 정의와 이 질병에 대한 관리에 지식이 더 필요하다. 한 군데에서 이 질병이 무증상에서부터 사망까지의 전 기간을 본 사례가 아직 없었다. 우리는 메르스가 폐렴을 동반한 중증질환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메르스 감기'라고 할 정도의 질환이었다. 초창기에 국가재난 수준에 해당하는 질병으로서 메르스를 파악했는데 재난으로 관리하기에는 사례가 너무 많고 재난 수준이 다른 재난과 형평성이 안 맞았다. 이 부분은 앞으로 고쳐야 할 것이다. 병원 중심으로 진행되는 전파, 접촉성 질환을 재난으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다. 사실 재난 수준이라기보다는 지역 단위에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재난으로 관리하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와 과도한 공포가 생긴다. 추후에 질병의 역학이나 상황에 따라서 적용에 관한 방법을 좀 바꿔야 한다. 또 새로운 질환들이 앞으로 어떻게 국제적으로 평가돼서 관리하느냐가 사실 WHO하고 같이 고민을 하고 연구해야 할 부분이다.

▲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 해외의 관점에서는 메르스 등 새로운 질병은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공동 과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또 공중보건부문 그리고 의료부문에서 조금 더 강력한 체제를 갖추기 위한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번 사례에서 드러났다. 기존 제도의 중요성이 부각된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서 한국의 질병관리본부는 훌륭한 리더십과 전문성을 보여주었다. 즉시 취할 수 있는 노력도 있다. 수많은 의료진이 하루 24시간 노력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국민적인 이해와 지원, 그리고 협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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