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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에 발목 잡힌 오바마의 굴욕 : 하원 TPP 법안 부결

  • 허완
  • 입력 2015.06.13 07:12
  • 수정 2015.06.13 07:15
President Barack Obama pauses as he speaks to the Catholic Hospital Association Conference at the Washington Marriott Wardman Park in Washington, Tuesday, June 9, 2015, about healthcare reform. (AP Photo/Carolyn Kaster)
President Barack Obama pauses as he speaks to the Catholic Hospital Association Conference at the Washington Marriott Wardman Park in Washington, Tuesday, June 9, 2015, about healthcare reform. (AP Photo/Carolyn Kaster) ⓒASSOCIATED PRESS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자신의 핵심 어젠다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과 관련한 핵심 연계법안이 12일(현지시간) 미 하원에서 부결된 탓이다.

특히 집권 2기 마지막 1년 반 정도를 앞둔 상황에서 야당인 공화당이 아니라 집권 여당이자 '친정'인 민주당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어서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다.

벌써부터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이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공화당 주도의 하원은 이날 TPA 협상의 신속한 타결을 위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부여하는 법안의 연계법인 무역조정지원제도(TAA) 안건을 표결에 부쳤으나 반대 302표, 찬성 126표로 부결됐다.

하원이 TAA 안건 부결 직후 TPA 부여 법안을 찬성 209표, 반대 211표로 통과시켰으나, 연계법인 TAA 안건이 부결됨에 따라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하는 것은 물론 행정부로 보낼 수도 없게 됐다.

상·하원이 똑같은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켜야 행정부로 넘길 수 있는데 지난달 22일 TPA 부여 법안과 TAA 안건을 하나의 법안으로 패키지 처리한 상원과 달리, 하원은 하나의 법안에서 두 개 사안을 분리해 처리하면서 TAA 안건을 아예 부결시켰기 때문이다.

하원은 애초 TAA 안건 부결 시 TPA 부여 법안에 대해서는 표결을 아예 하지 않기로 했으나, 존 베이너(공화·오하이오) 하원의장의 즉석 제안으로 상징적 차원에서 표결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원의 이 같은 결과는 충분히 예상됐던 결과다.

TPP 협상에 찬성하는 공화당과 달리 민주당은 그동안 환경 및 노동자보호 조항 미흡 등을 이유로 TPA 부여 법안에 반대해 왔으며 이 법안의 연계법인 TAA 안건을 부결시킴으로써 TPA 부여 법안 자체를 저지한다는 계획에 따라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이는 TPP 협상 및 TPA 부여 법안에는 찬성하는 공화당에서도 TAA 안건에는 부정적인 의원이 많다는 점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오바마 대통령과 '찰떡궁합'을 과시해 온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회의 공개발언을 통해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선언함으로써 '당론 반대' 분위기를 주도했다.

표결 결과는 예상대로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민주당에서 40명만 찬성표를 던지고 144명은 반대표를 행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이날 오전 직접 의회를 찾아가 민주당 반대파들을 설득했음에도 전혀 통하지 않은 것이다.

미 주요 언론은 TAA 안건 부결 소식을 전하면서 '오바마의 굴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이외에 일본을 비롯해 11개국이 참여하는 TPP는 단순한 하나의 무역협상을 넘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맞서는 정치·외교적 의미도 내포하고 있어 TPP 협상의 성공 여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과 직결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TAA 안건 재투표를 포함해 대안 마련에 나섰지만, 전망이 그다지 밝지는 않은 상황이다.

베이너 의장은 이미 TAA 안건 부결 직후 재투표 제안을 해 놓은 상태로, 재투표 제안 시 2회기일 이내에 안건을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2회기일 이내인 오는 16일까지 반대 의원들을 돌려놓기가 쉽지 않아 재투표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

재투표 무산 시 ▲상·하원이 TPA 부여 법안으로만 구성된 단독법안을 다시 처리하는 방안 ▲하원이 상원처럼 TPA 부여법안과 TAA 안건을 패키지로 처리하는 방안 등이 있으나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TPA 부여 법안만 단독으로 처리하는 방안은 상원에 부결될 가능성이 크고, 하원이 TPA 부여법안과 TAA 안건을 패키지로 처리할 가능성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으로서 더 큰 문제는 TPA 부여 법안 처리가 더 지체될 경우 TPP 협상의 연내 타결이 물 건너갈 수도 있다는 데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7월 중 TPP 협상을 마치고 연말까지 의회의 비준을 받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실적으로 TPA 없이는 협상을 진척시킬 수 없다. '신속협상권'으로도 불리는 TPA는 행정부가 타결한 무역협정에 대해 미 의회가 내용을 수정할 수 없고 오직 찬반 표결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치로, TPP 협상 타결에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자칫 2016년 대선을 앞두고 TPP 협상이 정치적으로 쟁점화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내 처리가 아예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의 거듭된 호소와 설득에도, 민주당이 TPP 협상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것도 당의 지지 기반인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을 의식한 측면이 적지 않다.

한 외교 소식통은 "현재로서는 TPA 부여 법안의 의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면서 "미 의회의 상황에 따라 TPP 협상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House Democrats sink part of Obama Trade Bill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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