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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법원, 왜 메시가 타깃인가?

리오넬 메시가 다시 화제가 됐습니다. 신기에 가까운 드리블이나 골 때문이 아니라, 탈세 혐의 조사를 받기 위해 법정에 선다니 불명예스러운 일이네요. 순진무구한 얼굴의 메시가 탈세라는 어두운 단어와 함께 등장한다는 게 참 아이러니합니다. 당장은 남미의 코파 아메리카나에 출전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법정에 나가야 합니다. 카메라 앞에서 이미지를 구기는 것이죠. 그래서 찾아봤는데, <블룸버그>의 축구 칼럼니스트 조나선 말러는 2013년 칼럼에서 "카탈루냐 지방의 독립을 추구하는 바르셀로나 구단과 그 구단의 상징인 메시에 대한 중앙정부의 보복"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요?

  • 김창금
  • 입력 2015.06.13 06:20
  • 수정 2016.06.13 14:12
ⓒASSOCIATED PRESS

리오넬 메시가 다시 화제가 됐습니다. 신기에 가까운 드리블이나 골 때문이 아니라, 탈세 혐의 조사를 받기 위해 법정에 선다니 불명예스러운 일이네요. 순진무구한 얼굴의 메시가 탈세라는 어두운 단어와 함께 등장한다는 게 참 아이러니합니다. 메시는 이미 2013년 탈세 문제로 아버지 호르헤 메시와 법정에 선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아주 간단하게 끝났고, 스페인 검찰은 불기소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바르셀로나 상급 법원이 메시를 법정에 불러서 탈세 관여 여부를 다시 물어보겠다고 하니 메시가 난감하게 됐습니다. 당장은 남미의 코파 아메리카나에 출전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법정에 나가야 합니다. 카메라 앞에서 이미지를 구기는 것이죠. 그래서 찾아봤는데, <블룸버그>의 축구 칼럼니스트 조나선 말러는 2013년 칼럼에서 "카탈루냐 지방의 독립을 추구하는 바르셀로나 구단과 그 구단의 상징인 메시에 대한 중앙정부의 보복"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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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100대 스포츠 선수 수입 랭킹을 보면 메시는 4위(7380만달러)에 올라 있습니다. 3위인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7960만달러)에 조금 못 미칩니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말까지 1년간 벌어들인 수입인데, 사실 포브스의 수입 랭킹을 얼마나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포브스 쪽도 "내부 정보를 잘 아는 수십명의 전문가의 도움으로 추산을 했다. 세금은 제하지 않았고, 에이전트에 나간 지출은 포함돼 있지 않다. 선수들의 자산 투자 수익은 뺐다"고 했습니다. 정밀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비공개 정보이다보니 대부분 추정입니다. 그러나 대략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들이 어느 정도 수입을 올리는지 감을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은 주고 있습니다.

포브스는 메시의 연간 수입 7380만달러(세전 수입) 가운데 연봉과 수당 등 경기에 출전함으로써 얻게 된 소득을 5180만달러로 추정했고, 나머지 2200만달러는 아이다스 등 후원사의 스폰서십 수입으로 분류했습니다. 지난해 5월 메시가 2018년까지 계약을 연장했을 때 스페인의 <엘파이스>는 메시의 연봉이 1300만유로에서 2000만유로(세후 수입)로 인상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말에 세금 정산을 따로 하지만, 유럽은 대개 임금을 지급할 때 소득세도 동시에 냅니다. 메시가 순전히(네트) 2000만유로의 연봉을 받는다면, 바르셀로나 구단은 메시의 봉급을 지급하기 위해 4000만유로(4500만달러) 가깝게 지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페인의 개인 소득세는 구간별로 차이가 있지만 메시 같은 고액 연봉 선수한테 적용되는 세율은 47%입니다. 2013년까지만해도 52%로 유럽 주요 국가 중 가장 높은 축에 들었지만, 우파 정부가 깎아 눌러 47%대로 줄었습니다. "서민들한테는 1만유로 깎아주는 대신, 부자들한테는 100만유로를 깎는 바보같은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합니다.

구단이 선수의 주머니에 세금을 낼 필요도 없는 알토란 같은 소득을 안겨주기 위해 세금을 대신 내주는 것은 최고 선수에 대한 서비스겠죠. 하긴 레알 마드리드도 호날두의 순연봉 2000만유로를 지급하기 위해 4000만유로의 지출을 감수해야 합니다. 포브스는 메시의 기본급에다 출전, 승리 수당 등을 더해 연간 소득을 5180만달러라고 했는데, 그것은 세금을 포함하고 있어 훨씬 규모가 커진 것입니다.

그런데 메시의 탈세는 바르셀로나 구단으로부터 받는 연봉에서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만약 누군가 메시가 받은 연봉 순수입에 다시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주장을 할 수는 있겠지만 어찌 됐든 메시의 수입은 합법적입니다. 또 급료를 둘러싼 선수와 구단의 거래는 자칫 불법이 발생할 경우 선수나 구단의 이미지에 치명상을 주기 때문에 서로 조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이탈리아나 영국에서는 이미 선수와 구단의 탈법적인 거래에 대해 강도 높은 회계 조사를 벌이는 식으로 투명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메시의 경우 자신의 초상권으로 벌어들인 수입에 대해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아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 유명 스포츠 스타나 배우, 연예인 등 고소득자들은 어떻게 세금을 적게 낼까 고민을 합니다. 메시의 아버지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불법은 아니지만 편법으로 세금을 회피하는 것이죠. 메시의 에이전트인 아버지 호르헤 메시는 2007시즌부터 2009시즌까지 400만유로(약 54억원) 규모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받았고, 그 액수에 이자까지 더해 추징금으로 냈습니다. 아버지 호르헤 메시는 "재정 자문의 말을 너무 믿었다. 그가 세운 회사에 믿고 맡긴 것이 나의 실수다. 그러나 메시는 상관이 없다. 그는 축구 선수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상급 법원이 최근 메시를 법정에 불러 세우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완전히 해결된 듯한 문제의 여진입니다. 스페인의 <한겨레> 통신원인 스티브 김은 "유럽에서 축구 선수들에 대한 탈세 조사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스페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언론 노출 효과가 크기 때문에 메시가 타격을 받는 부분이 조금은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프로 축구 선수들의 연봉 상승률은 최근 20년간 일반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보다 8배 이상 커지면서 고소득 스타 선수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에 반감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사이트 참조)

메시의 아버지 호르헤 메시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벨리즈나 우루과이에 있는 회사를 통해 탈루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메시의 이미지 권리(image rights)를 팔거나 광고에 출연해 얻은 수익을 메시 계좌가 아닌 세금 회피처의 회사로 입금시켜 소득세보다 낮은 세율의 법인세로 처리하거나, 아예 세금이 없는 곳에서 회계 처리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로 문제가 된 것은 호날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포르투갈의 매체인 <코레이오 다 마냐>는 호날두가 자신의 초상권 판매 수입에 부과되는 세금을 회피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호날두가 드리블로 포르투갈 세금 당국을 피해 나갔다'는 기사입니다. 호날두가 자신의 초상권을 사용한 은행으로부터 받은 130만유로의 수입을 잘 아는 사람의 회사에 입금한 뒤 또 다른 회사를 통해 포르투갈의 법인세(25%)보다 낮은 아일랜드(12.5%)에서 세금을 내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포르투갈의 소득세(48%)보다 훨씬 낮은 법인세로 세금을 내게 되고, 그 법인세도 포르투갈보다 낮은 지역에서 처리해 절세한 것입니다. 신문은 호날두를 세금 회피자로 규정했는데, 사실 스페인 사법당국이 메시를 조사하듯이 호날두를 조사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스티브 김 통신원은 "스페인이 재정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고 세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돼왔던 편법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스페인에서 분리독립을 원하는 카탈루냐 지방의 상징처럼 돼 있는 바르셀로나 구단이 중앙 정부의 압박을 받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습니다. 메시에 대한 스페인 법원의 출석 요구에 음모가 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스티브 김은 "축구에 신경 쓰기에도 바쁜 메시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모든 사안을 세세하게 알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메시라도 법원이 부르면 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해외에서 뛰는 우리나라 선수들은 어떨까요? 세금 잘 내고, 국내에 들어와서도 또 세금 잘 냅니다. 만약 어떤 선수가 독일(소득세 47%)이나 영국(소득세 45%)에서 연간 100억원을 벌었다면 세금을 제외하고 50여억원을 챙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에 들어오면 현지에서 낸 세금의 75%밖에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또 세금을 낸다고 합니다. 반면 러시아(소득세 13%)나 모나코(소득세 0%, 사회보장세 13%)에서 세금을 냈을 경우, 국내 소득세(38%)와 차액만큼만 추가로 냅니다. 이미 한국의 소득세보다 높은 곳에서 세금을 낸 해외파 선수들한테서 "해도 너무 한 이중과세"라는 불멘 소리가 나올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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