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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장의 사진 : 서울, 1955년

  • 김도훈
  • 입력 2015.06.12 12:24
  • 수정 2016.01.27 19:51

당대 광고사진의 대가였던 고 한영수 작가가 50년대 중반부터 60년대 초반까지 서울을 담은 사진들을 모은 회고전 '서울, 모던 타임스'가 오는 2월 29일까지 서울 소격동 트렁크 갤러리에서 열린다.

한영수 작가의 사진들 외에도 우리는 해방 직후, 혹은 한국 전쟁 직후 미군이 찍은 사진들을 종종 재발견한다.

카메라를 갖고 다니던 미군들은 당시 한국인들이 삶의 고단함에 치여서 기록하지 못한 한국의 모습들을 선명한 컬러 필름 속에 담아냈고, 수십 년이 지난 뒤 여러 경로로 사진들을 공개했다.

그리고 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아마도, 당신이 기대하지 않았을 사진일 것이다.

아마도 로렌스 올리비에가 연출한 '햄릿(1948)'이 개봉 중인 극장 앞을 트렌치코트를 입은 두 남녀가 지나가고 있다. 그들이 아는 사이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이 우리가 '1955년 서울의 사진'에서 기대하는 가난과 고통과 슬픔의 광경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 당신을 놀라게 할 수도 있다.

어떤 시대에도 사람들은 자신을 단장했다. 한국전쟁 직후의 서울 사람들 역시 그저 삶을 영위할 뿐만 아니라 바깥으로 멋과 품위를 드러내려 애썼을 것이다. 바로 '햄릿' 상영관 앞을 지나치는 이 서울 남녀처럼 말이다.

이 사진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 영국군 엔지니어로 일하던 마이클 킹이 촬영한 사진 중 하나다. 그의 손자가 발굴한 이 사진들은 현재 사진작가 조너던 가젤리(Jonathan Gazeley)가 운영하는 '메모리즈 오브 코리아'라는 웹사이트에 잘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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