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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정부, 무모한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전문가들의 의견은 동결 전망이 우세했다지만(왜 동결 전망이 우세했을까?), 이 호기를 정부와 한은이 놓칠 리 있겠는가. 한국은행 총재도 객관적 근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고 "불확실하지만", "경제주체에 미치는 심리", "미리 완화" 등 주관적인 생각만을 말한 것을 보면 자기도 잘 모르겠다는 것을 실토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한은이 메르스 공포를 악용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이동걸
  • 입력 2015.06.12 07:14
  • 수정 2016.06.12 14:12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전문가들의 의견은 동결 전망이 우세했다지만(왜 동결 전망이 우세했을까?), 이 호기를 정부와 한은이 놓칠 리 있겠는가. 한은 발표에 의하면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면서 소비가 위축되는" 등 "앞으로 성장경로의 하방위험이 커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해석이 필요한 말이다. 풀이하자면, 살아나던 소비가 위축된 것은 메르스 때문이 분명하고, 정부가 예측했던 만큼 경기가 안 살아나는 것도 메르스 탓이고, 그래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앞으로 메르스가 경제를 침체시킬 위험이 생겼는데, 그것이 걱정이 되니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뭔지 모르겠지만 불안해서 무조건 기준금리를 내렸다는 말과 다름없다. 한국은행 총재도 객관적 근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고 "불확실하지만", "경제주체에 미치는 심리", "미리 완화" 등 주관적인 생각만을 말한 것을 보면 자기도 잘 모르겠다는 것을 실토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한은이 메르스 공포를 악용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어찌도 이리 무모하게 기민한지 모르겠다. 선제적으로 대응해서 효과나 있으면 모르겠지만 효과는 없이 부작용만 클 테니 문제다. 무능한 정부에 무모한 한국은행이 가세해서 우리나라에 '경제판 메르스 사태'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메르스 여파로 일부 지역, 일부 서비스 산업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상황이 시작된 것은 메르스 위험이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이니 불과 10여일밖에 되지 않았다. 국지적으로 심한 타격을 받은 곳이 있겠지만 열흘 사이에 무슨 대단한 거시경제적 충격이 나타났겠는가. 그러니 메르스 파급효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작년 8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와 함께 금리인하 조치가 시작된 이후 두 번의 금리인하 조치가 더 있었다. 지난 10개월간 무슨 일이 있었는가? 싼 금리에 대출규제 완화라는 정부의 부추김에 부동산 거래가 몇 년만에 다시 살아났지만 가계부채가 다시 폭증하기 시작했다. 빚내서 집을 사니 거래가 늘어나고 부동산 가격이 일부 회복되었지만 이것도 결국 빚내서 잔치한 것에 불과하다. 위험만 키우고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실물경제가 개선된 것이 없다.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이 되살아났고 하며 이를 대단한 치적으로 생각한다.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소비심리를 살려내고 내수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했고, "그간 부동산 시장을 옭아매던 과도한 규제들을 바로잡은 결과, 지난해 주택거래량이 8년만에 최대치에" 달했다고 자랑이 대단했다. 박 대통령의 비뚤어진 시각을 보여주는 말이다. 금리인하하고 규제완화해서 부동산투기 붐을 다시 일으켜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10개월만에 다시 네 번째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LTV와 DTI 규제 완화도 연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메르스는 핑계이고 목적은 부동산임에 틀림없다. 며칠 뒤의 위험도 내다보지 못한다.

금리인하로 인해 다른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기준금리를 인하했다고 기존 대출금리가 그만큼 낮아지지도 않겠지만 이자가 좀 낮아진다고 해도 부채가구들은 경감된 이자비용으로 빚을 갚거나 저축을 하지 소비를 늘리지 않는 것이 요즘 세태다. 미래와 노후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이 정도 금리인하로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 경기부양 효과는 없다. 그러니 심리효과를 들먹인다. 그렇다고 빚 갚기 버거운 한계가구들이 이자 약간 낮아졌다고 원리금 상환능력이 개선될 것도 아니다. 빚이 많은 기업의 경우 이자비용이 약간 경감되겠지만 그 정도 이자부담이 경감된다고 숨통을 돌릴 기업이라면 그런 기업에 기대서 경기부양을 기대할 것이 아니다. 그런 기업은 구조조정 대상일 뿐이다.

반면 예금이자가 낮아질 테니 이자소득에 의존하는 은퇴세대나 자산가층은 소비지출을 약간이나마 줄일 것이다. 더욱이 예금이자가 너무 낮아 자산가들이 부동산으로 몰리면 부동산 가격이 필요이상 오를 것이고, 그러면 추후에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때 충격이 더 커지는 것은 나중에 걱정하더라도 우선은 서민들의 주거비가 상승해서 소비지출 여력이 줄 것이다. 어쨌든 경기억제 효과만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 모든 부작용은 보지 않고 오직 부동산 가격 상승만 생각한다. 나라를 망칠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메르스 사태는 가급적 빨리 종식시켜야 하지만, 메르스가 경제에 미치는 잠재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금리를 인하할 것이 아니라 메르스 조기종식이 최선임이 틀림이 없다. 정부가 정작 메르스 사태에 대해서는 뒷북만 쳐대며 사태를 일파만파 키워 놓았고, 20여 일이 지난 지금에서야 "조기에" "철저하게" 종식시키겠다는 둥 뒤늦게 야단법석을 떨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도 여기저기 혼선만 보이는 등 무능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메르스를 핑계로 이리도 무모하게 대응하는 것을 보면 우리 경제는 메르스로 한번 죽고 가계부채와 부동산으로 또 한번 죽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무능하고 무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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