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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에도 변함없는 국회 의전문화

메르스의 여파로 공공기관에는 열 화상 카메라가 속속 설치되고 있다. 국회도 예외는 아니어서 국회의사당 본청을 비롯한 의원회관 출입구 곳곳에도 열 화상 카메라가 설치되었다. 얼마 전부터 국회 직원들도 예외 없이 출입구에서 열 화상 카메라 앞에서 스캐닝 후에 입장을 하기 시작했는데, 딱 예외인 사람들이 있다. 다름 아닌 국회의원들이다. 혹자는 이걸 두고 "여기서도 특권이야?"라고 하겠지만 사실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회관과 의사당 본청 입구에 열 화상 카메라가 있는지조차 모른다. 입장하는 출입구와 관행 때문이다.

  • 임형찬
  • 입력 2015.06.11 10:13
  • 수정 2016.06.11 14:12

중동호흡기증후군(이하 메르스)의 여파로 공공기관에는 열 화상 카메라가 속속 설치되고 있다. 국회도 예외는 아니어서 국회의사당 본청을 비롯한 의원회관 출입구 곳곳에도 열 화상 카메라가 설치되었다. 얼마 전부터 국회 직원들도 예외 없이 출입구에서 열 화상 카메라 앞에서 스캐닝 후에 입장을 하기 시작했는데, 딱 예외인 사람들이 있다. 다름 아닌 국회의원들이다.

혹자는 이걸 두고 "여기서도 특권이야?"라고 하겠지만 사실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회관과 의사당 본청 입구에 열 화상 카메라가 있는지조차 모른다. 입장하는 출입구와 관행 때문이다. 국회의사당 본청과 의원회관은 대체로 중앙에 자동문과 좌우에 회전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입장하는 사람 입장에서 왼쪽은 주로 입구가 되고, 오른쪽은 출구가 되는데, 주로 열 화상 카메라는 왼쪽 입구에 배치되어 금속 탐지기와 병행 운영되고 있다.

국회 방호처 직원들은 일반 출입자와 국회 직원들이 중앙 자동문 출입구로 통행을 하면 열 화상 카메라로 유도를 지시한다. 그러나 출입구 앞에 있는 방호처 직원들에게는 국회의원들에게는 유독 유도 지시(!)가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국회의원들이 열 화상 카메라로부터 체온 조사(?)를 받지 않을 본의 아닌 특권(?)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엄밀히 말해서 특권이 아니라 차별이다. 바이러스와 질병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감염되기 때문이다. 다만 청결하냐 아니냐를 따지고 면역력이 좋으냐 아니냐를 따져서 감염과 생존을 결정할 뿐이다. 국회의원들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들도 사람이고, 평균 연령으로 따졌을 때, 사실은 고위험군 연령대에 해당한다. 게다가 국회의원들은 여러 사람들과 접촉하는 게 일상이니 오히려 일반인과 국회 직원보다도 까다롭게 바라봐야 한다. 게다가 의원회관의 경우에는 소회의실, 세미나실, 간담회실에서 수시로 행정부 기관 사람과 다수의 민간인들이 사용한다. 그래서 의원들에게도 적극적인 스캔을 요구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런 상식적인 대응을 막는 것은 다름 아닌 사회의 위계서열과 의전이 주요 요인이다.

본회의장 앞에도 손소독제를 쓸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의원들은 대체로 출입증이 존재하지만 패용하지 않는다. 금배지가 신분을 나타내기 때문이고, 사실상 건물을 사용하는 주요 인물들이다보니 방호처 직원들의 입장에서 신분을 검사한다는 게 무례한 행동이 될 수 있다. 마치 경찰에게 "경찰서에 왜 오셨습니까?"라고 묻는 것과 같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의전과 사회적 위계 관계가 메르스 방역 문제에서도 연장된다는 사실은 참으로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방호처 직원들이 의원들이 출입하는 가운데에 가로막고 가지 않았던 금속탐지기 쪽으로 입장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껄끄러울 수 있지만 사실은 이 무례(?)해 보일 수 있는 것이 진짜 방역을 위한 역할이라는 점이다.

삼국지를 읽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조조가 승상이었던 시절, 낮잠을 자면 허저가 그 앞을 지켰다고 한다. 그리고 형제와도 같은 하후씨들이 와도 출입을 막았다고 한다. 그래서 조조는 허저를 총애했는데, 오늘날과 비교하자면 여기서 조조는 '국회의원'이 아니고, '국민'이다. 그 속에 또 '국회의원'이 존재한다. 메르스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것은 예외없는 방역 대상의 지정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용감하고 대담해질 수 있지만 '열 화상 스캔'을 받지 않는 의원은 출입을 못 하게 하는 조치도 취해져야 한다. 혹여 감염이 일어난다면 회관 안에 있는 다른 의원과 민간인, 직원들은 무슨 죄란 말인가?

작게는 국민들이 특권층으로 인식하고 있는 국회의 모습을 비추어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런 '예외'와 '특권'의 폐단은 메르스 사태에 이미 나왔다. 다름 아닌 대기업이 운영하는 병원이었다. 그들은 자체 수습이라는 행위를 통해 국가의 통제망을 벗어나 있었다.(그렇다고 국가의 통제망이 유능했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하진 말자) 그리고 '핫베드(소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다.

어떻게든 열외와 예외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항상 이 말을 기억해야 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9일 국회 면회실 입구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열 감지기가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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