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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다

더 큰 문제는 화력발전을 짓지 않는 대신 원전 추가 건설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정부는 삼척과 영덕 등지에 원전 2기를 추가로 짓는 것을 비롯해 모두 13기의 원전을 더 짓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고리 1호기를 비롯한 노후 원전을 폐쇄하는 계획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신재생에너지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에너지원 구성을 다변화하겠다고 했지만, 6차 수급계획과 비교해볼 때 석탄 비중이 2.5%p 감소하는 반면 원전 비중은 1.1%p, 신재생 비중은 0.1%p 증가하는 것으로 잡았다. 결국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에게 원전에 대한 불안까지 안고 살라고 요구하는 형국이다.

  • 권태선
  • 입력 2015.06.11 11:50
  • 수정 2016.06.11 14:12

최근 에너지 산업과 밀접한 관련되는 뉴스가 두 건 전해졌다. 하나는 지난 5일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이 석탄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를 회수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고 다른 하나는 8일 발표된 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다.

두 소식의 공통점은 이제 석탄이 생산하는 에너지는 기업에도 국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점이다. 노르웨이 의회는 5일 1000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전체 매출액 또는 생산량의 30% 이상을 석탄을 통해 만들어내는 기업에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도록 의결했다.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될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한국전력에 투자한 1600억 원도 회수될 게 확실시되며, 포스코에 투자한 2400억 원 역시 회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결정은 올해 말 파리에서 열리는 기후협상을 앞두고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라는 세계 환경단체들의 요구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8일 우리 정부가 발표한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애초 예정됐던 화력발전 4기의 건설 계획은 중단하는 조처가 포함됐다. 송전망 건설 등의 어려움을 고려한 조처이지만, 어쨌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조처라 할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저탄소 전원구성을 함으로써 국제적으로 논의 진행 중인 POST 2020에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지금의 계획으로는 온실가스가 감축되기는커녕 4600만 톤이나 더 발생하게 된다고 비판한다. 이 규모는 202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량의 9%에 이르는 수치라고 한다. 추가 감축을 해도 시원치 않을 상황인데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화력발전을 짓지 않는 대신 원전 추가 건설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정부는 삼척과 영덕 등지에 원전 2기를 추가로 짓는 것을 비롯해 모두 13기의 원전을 더 짓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고리 1호기를 비롯한 노후 원전을 폐쇄하는 계획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신재생에너지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에너지원 구성을 다변화하겠다고 했지만, 6차 수급계획과 비교해볼 때 석탄 비중이 2.5%p 감소하는 반면 원전 비중은 1.1%p, 신재생 비중은 0.1%p 증가하는 것으로 잡았다.

결국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에게 원전에 대한 불안까지 안고 살라고 요구하는 형국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전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일본 총리였던 간 나오토 전 총리가 국회에서 강연을 했을 때, 유모차를 앞세운 아기 엄마들이 대거 방청을 했다. 아이들에게 끔직한 재난을 가져온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재앙을 물려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이나 고리 1호기의 재연장에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것 역시 원전에 대한 불안감의 반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원전 반대여론을 감안할 때 추가 건설을 강행하려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원전 추가건설 이외에는 방법이 없나? 그렇지 않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이야기다. 우선 전력수요 예측부터 부풀려 있다는 것이다. 2012년부터 전력수요 증가율이 0%대로 진입했음에도 정부는 연평균 수요증가율을 2.2%로 잡았다. 환경단체들은 이렇게 수요예측을 높게 한 것이 원전 증설을 정당화하기 위한 방편이 아닌가 의심한다.

그렇다고 원전 이외의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여러 차례 지적되고 있지만 독일을 위시한 많은 나라들이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해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가 2014년 펴낸 <에너지를 다시 생각한다>를 보면, 같은 액수를 재생에너지에 투자할 때, 원전이나 화력발전에 투자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구가 올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재생에너지 산업에 고용된 인력은 전 세계적으로 770만 명에 이르며 이는 전년도에 비해 18%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중국, 브라질, 인도 등이 이 분야에서 이룬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중국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340만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브라질도 100만 명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또 새로운 저장 기술 등의 발전으로 인해, 재생에너지의 경우 굳이 대규모 송전탑을 건설하지 않아도 된다. 밀양 송전탑 건설 등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것과 같은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실업을 해결하고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더 나은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위험한 원전 건설을 고집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그야말로 기본에서부터 다시 검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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