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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조명이 불러온 도시 박쥐의 비극

  • 박세회
  • 입력 2015.06.09 11:32
  • 수정 2015.06.09 11:33
ⓒ500PX

박쥐는 참 고달프다.

기후 변화에서 서식지 유실, 흰 코 증후군, 풍력 발전용 터빈 날개까지 박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들이 참 많다. 그리고 새 연구를 통해 밝혀진 위협이 또 하나 있다. 우리 도시의 빛 공해다.

6월 5일에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 저널에 온라인으로 발표된 이 연구는 밝은 곳에서는 박쥐가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게 왜 중요하냐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능력은 박쥐의 건강과 넓은 범위의 박쥐 개체수의 탄력성에 있어 핵심적이다.” 이 연구를 주도한 영국 버밍햄 대학의 지리학과 연구원 제임스 헤일이 서면으로 발표했다.

싸고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조명은 ‘도시를 돌아다니는 박쥐에게 문제가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박쥐가 왜 중요하냐고?

당신이 박쥐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이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박쥐는 세계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식물의 수분을 돕고, 비료로 쓰는 구아노를 공급하고, 우리의 농작물을 크게 훼손하고 우리 피를 빠는 벌레들을 먹는다.

유럽 기름 박쥐 분포도

박쥐 관찰하기

헤일과 랭커스터 대학 과학자들을 포함한 동료들은 영국 웨스트 미들랜즈 지역의 박쥐들을 현장에서 관찰했다. 그들은 박쥐들이 밤에 나와서 나무들을 지나 먹을 벌레가 많은 지역으로 ‘출근’하는 것을 관찰했다.

관찰 결과 박쥐들은 강한 빛이 존재할 때도 나무들 사이의 좁은 거리는 이동했으나, 약한 빛이라도 있으면 더 먼 거리는 가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도시화에 내성이 있는 박쥐들조차 아직 빛에 방해를 받습니다.” 헤일이 허핑턴 포스트에 쓴 이메일이다.

과학자들은 유럽 기름 박쥐로 알려진 흔한 종을 연구했지만, 헤일은 북미에 있는 종들을 포함한 다른 종들도 빛에 비슷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좋은 소식?

이 발견이 박쥐 애호가들과 보호를 중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도시의 박쥐들을 돕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랭커스터 대학의 과학자 젬마 데이비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논리적으로 다음 단계는 도시 계획 과정에 이 결과를 도입하여, 박쥐 개체수가 적은 곳이 어디인지 파악하고 가로등을 전략적으로 어둡게 하거나 가리고 나무 사이 간격을 좁히는 일이다.”

“빛 가리개를 설치하고, 특정 시간대에 전등을 끄거나 어둡게 하는 것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눈부심을 줄이고, 조명으로 인한 성가심을 줄이고, 지역 야생 동물들을 위한 더 자연스러운 환경을 만드는 실용적인 방법입니다. 야행성 야생 동물들을 위한 고속도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서식지 통로 근처에서 특별한 배려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박쥐들아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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