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지금이 미국 갈 때인가

정부가 전염병의 창궐에 대한 대비와 발생 직후 초동대응에 완전히 실패한 처지에, 박 대통령은 14일부터 19일까지로 예정된 방미를 강행할 태세다. 심지어 여당 내에서조차 방미를 미루라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청와대는 오불관언이다. 박 대통령이 만사를 제쳐놓고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해야 할 긴절한 현안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청와대는 북한 도발, 미·일 신밀월 관계 구축 등에 따른 동북아 정세 등을 박 대통령이 방미를 미룰 수 없는 이유로 드는 것 같은데 그게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전염병 제압보다 우선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 이태경
  • 입력 2015.06.09 09:32
  • 수정 2016.06.09 14:12
ⓒ연합뉴스

메르스 사태가 확산일로 양상이다. 확진 환자도 늘고, 사망자도 늘고, 감염자가 발생한 병원도 늘었다.(메르스 환자 8명 늘어 95명...서울아산병원서도 감염자 첫 발생) 사정이 이런대도 청와대는 여전히 컨트롤 타워를 자임하는 데 주저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렇게 책임지기 싫고, 상황을 통제할 자신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은 굳이 왜 됐는지 모를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 말이다.

신종 전염병이 창궐하는 마당에, 더구나 정부가 전염병의 창궐에 대한 대비와 발생 직후 초동대응에 완전히 실패한 처지에, 박 대통령은 14일부터 19일까지로 예정된 방미를 강행할 태세다. 심지어 여당 내에서조차 방미를 미루라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청와대는 오불관언이다. 박 대통령이 만사를 제쳐놓고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해야 할 긴절한 현안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청와대는 북한 도발, 미·일 신밀월 관계 구축 등에 따른 동북아 정세 등을 박 대통령이 방미를 미룰 수 없는 이유로 드는 것 같은데(연기 vs 강행... 대통령 방미 이번주 분수령) 그게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전염병 제압보다 우선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일에는 선후가 있고, 경중이 있고, 완급이 있다. 메르스 퇴치가 선이며, 중이고, 급이라면, 방미는 후이고, 경이며, 완에 해당한다. 그 정도를 분별하지 못하는 정도의 분별력을 가지고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방미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게 옳다. 만약 박 대통령이 방미를 강행한다면 시민들은 전염병이 창궐하는 와중에 국정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이 시민들을 버리고 미국으로 달려간다고 여길 것이다. 더 나아가 시민들의 국가에 대한 믿음이 크게 손상당할 것이다. 일찍이 공자가 말했듯이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하는 법이다.

* 미디어오늘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메르스 #박근혜 #방미 #정치 #이태경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