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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죽어가는 맹기용을 살린 '명의' 김풍의 3가지 처방

  • 박세회
  • 입력 2015.06.09 07:44
  • 수정 2015.06.09 09:34

TV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음식에 관심이 많아서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해')와 '한식대첩'만은 꼭 챙겨본다. 모든 셰프들이 다 멋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바로 김풍. 이 남자의 요리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고 그의 예능감은 정형돈을 거의 따라잡았다.

맹기용의 '맹모닝 사태'이후 그의 행보를 보자면 더욱 흥미롭다.

맹기용은 지난 25일 냉부해에 출연해 '꽁치 샌드위치'를 한번 만들었다가 괴식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셰프의 자격 논란 선봉장에 선 바 있다. 이후 그는 꽁치 통조림을 만드는 동원 F&B 시가총액 1300여 억원을 날려버렸다는 의혹까지 받았을 정도.

그러나 코믹 캐릭터로 나름의 요리 세계를 선보이고 있는 김풍이 다 죽어가는 맹기용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본인의 의도는 아닐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그의 몇 가지 행동이 맹기용을 살렸음은 자명하다.

1. 진상짓

여러분 맹모닝~ 맹씨네 꽁치집에 두번째 방문. 내가 진짜로 꽁치통조림을 들고올지는 몰랐다며 무척 놀란기색의 맹씨. 나의 식탐에대한 열정과 집요함을 우습게 안것같아 순간 분노가 치밀었지만 라마조 호흡법으로 깊은명상에 잠겨 평정심을 유지해 아찔한 순간을 모면했다. 먹고싶다 맹모닝! 맹모닝의 비릿하고 아찔한 그 맛을, 그 충격을 다시 느끼고싶다. 마치 코끼리똥 냄새에 환장하며 열광하는 아프리카 사자가 된 기분이다.

풍김(@kim_poong)님이 게시한 사진님,

방송이 끝나고 맹기용이 실시간 검색 순위를 점령하며 아직 전 국민의 욕을 얻어먹고 있을 5월 28일, 김풍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2장의 사진을 올렸다. 한창 욕먹고 있는 맹기용의 가게에 찾아가 '맹모닝'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는 것.

그는 "맹씨가 만든 맹모닝이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며 "비릿한 꽁치와 시큼한 레몬의 포스트모던한 조화. 마치 내가 초딩때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처음 봤을 때의 그 느낌!" 때문에 '맹씨네 꽁치 구이집'을 찾았다고 적었다.

순식간에 온 국민의 미각적 상상력을 유린한 맹기용이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살짝 변하는 순간이었다. 김풍의 진상짓이 악랄(하지만 귀여워서)해서 맹기용까지 괜찮아 보이는 효과.

2. 꼰대짓

어제(8일) 냉부해의 조리대 앞에 다시 선 맹기용은 식은땀을 흘리며 손을 부들부들 떤다. 이때 김풍은 꼰대의 포지션을 취한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맹기용은 만화 작가인 김풍에게 '셰프님'이라고 정중한 호칭을 붙이며 '전자레인지를 써도 되겠습니까?'라며 극존칭을 사용한다.

맹기용 셰프를 단 두 번 만난(적어도 시청자가 알기에는) 김풍의 대답이 더 가관이다. "어 써 써 써". 몇 번 만나지도 않아놓고 반말하고 자기 것도 아닌 전자레인지 빌려주면서 거드름 피우는 상 꼰대. 그렇게 김풍은 또다시 맹기용의 피해자 포지션을 강하게 밀어준다.

3. 허세짓

맹기용이 없을 때까지만 해도 김풍은 냉부해에서 상대적인 약체였다. 요리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는 아마추어 자취방 출신 인스턴트 맞춤형 셰프. 그래서 항상 놀림을 받는 포지션은 김풍의 차지였다.

그러나 맹기용이 위기에 처하자 김풍은 마치 49등이 50등을 처절하게 짓밟는 모양새를 취한다. 바나나를 까면서 최현석처럼 허세를 부리고 커다란 휘핑기로 장난을 치며 맹기용 즘은 쉽게 이길 수 있다는 듯이 군다. 그리고 폼나게 진다.

그 사이 맹기용은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롤 케익을 만다. 이 얼마나 확실한 심폐소생술인가.

의도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김풍은 맹기용을 부활시켰다. 아무리 생각해도 김풍은 천재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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