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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로 학교 휴업하자 PC방으로 향한 학생들

ⓒ연합뉴스

"학교에는 갈 수 없어요. 집에 가도 아무도 없어서 그냥 나왔어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여파로 경기도 내 7개 지역 모든 학교가 일제 휴업한 8일 낮.

용인시 수지구 번화가에 위치한 한 대형 PC방 입구에서부터 학생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300대가 넘는 컴퓨터 모니터 앞은 이미 초·중·고등학교 학생들로 가득 차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PC방 종업원은 "평소 이 시간에는 일반 손님도 거의 없는데 오늘은 학생들로 가득 찼다"고 설명했다.

학생 몇몇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메르스를 개의치 않는 듯 편한 차림이었다.

한시간째 PC방에 있었다는 김모(18)군은 "부모님과 선생님이 되도록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집에만 있으면 답답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PC방뿐만 아니라 노래방과 당구장에도 오전부터 학생들의 출입이 이어졌다.

수지구 풍덕천동의 한 가족노래연습장에는 이날 오전부터 학생 40여 명이 다녀갔다. 노래연습장 측은 일제 휴업으로 마땅히 갈 곳 없는 학생들이 이른 시간부터 노래 부르러 찾아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모(49·여) 노래연습장 운영자는 "청소년출입이 허가된 건전한 노래연습장이라 평소에도 학생손님이 많은데 오늘은 손님이 없던 시간에 학생들의 방문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고3 수험생을 중심으로 상당수 학생은 독서실로 발길을 옮기기도 했다.

한 프랜차이즈 스터디룸 운영업체에는 이날 오전부터 학생 4∼5명이 1일 독서실 운영권을 끊고 공부하고 있었다. 업체 측은 휴업 둘째 날부터 독서실을 찾는 학생이 점차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용인 A고교 3학년 이모(19)군은 "아침부터 독서실에 있다가 점심 먹으려고 잠깐 나왔다"며 "방학을 당겨서 하는 거나 다름 없는 거 같다. 수능이 코앞이라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휴업에 대책 없이 방치됐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노래방에서 만난 B고교 오모(17)군은 "어제 저녁에서야 이번 주 휴업한다는 소식을 알았다. 미리 알았다면 알찬 계획이라도 짜서 어디든 갔을 텐데 아쉽다. 딱히 할 게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18)은 "휴업을 왜 한 것인지 모르겠다. 부모님 때문에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다들 밖에서 놀고 있다. 방학만 주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맞벌이 부부 자녀들의 사정은 더 딱했다.

친구와 함께 PC방을 찾은 초등학교 6학년 김모(13)군은 집에서 혼자 점심을 먹고 답답한 마음에 친구를 만났다고 했다.

김 군은 "외동이고 부모님이 모두 회사에 가서 집에 가봤자 혼자 있어야 한다. 쓸쓸한 한주를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학교는 온종일 썰렁하기만 했다.

전교생이 1천300명이 넘는 화성지역 C초등학교는 이날 등교한 학생이 단 한명도 없었다.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한 초등돌봄교실에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C초교 교장은 "아무래도 전염병 문제이다 보니 힘들더라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보호하겠다는 생각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메르스와 관련해 휴업하는 경기지역 유치원과 학교는 모두 1천358곳이다. 이는 도내 전체 3천457곳의 39.3%로 열 곳 중 네 곳꼴로 학교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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