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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호위함 엔진, 정말 부적절한가

차기 호위함의 '엔진이 소음과 진동에서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들과는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다. 애당초 소음과 진동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이미 해외에서 그 목적으로는 나름 검증된 축에 드는 추진 방식과 엔진을 들여왔더니 느닷없이 '딴지'가 걸린 것이다. 뭐 역사가 짧으니 검증이 덜 됐다는 면에서는 아주 일리가 없는 지적은 아니지만, '소음과 진동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 홍희범
  • 입력 2015.06.10 11:24
  • 수정 2016.06.10 14:12

졸지에 비리로 둔갑한 신형 엔진

최근 해군 차기 호위함(FFX) 2차 사업의 호위함에 탑재될 엔진이 소음과 진동 부문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가 모 일간지에서 나왔다. 탑재가 예정된 엔진은 그 동안 해군이 쓰던 A사의 엔진이 아니라 B사 엔진이 선정됐고, 추진 방식도 기존의 '기계식'에서 전기식과 가스터빈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식'으로 바꿨다는 것. 이 보도는 기존의 A사 엔진이 전 세계적으로는 물론 우리 해군에서도 널리 쓰이던 반면 B사 엔진은 영국만 채택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1%정도만이 운용하며 우리 해군은 쓴 적이 없다며 이 변경이 일종의 '비리'인 것처럼 '군 관계자'의 발언을 빌려 주장하고 있다.

과연 어떨까. 일단 소음과 진동부문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는 주장 자체부터 문제가 있다. 차기 호위함 2차 사업은 아직 건조도 시작되지 않은 상태다. 만들지도 않은 배에 어떻게 소음과 진동 부문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있는지 알 수 있을까. 이 기사를 쓴 기자, 혹은 이 기자가 언급한 해군 관계자는 완성되기는커녕 만들기 시작하려면 아직도 시간이 꽤 남은 배의 소음과 진동을 미리 예언할 수 있는 초능력이 있는 것일까.

오히려 조용하다?

물론 '예언'은 아니라도 '추측'은 가능할 수도 있다. 만약 차기 호위함이 선택한 추진 방식이 다른 배에서 소음과 진동 부문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있었다면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오히려 정 반대라면?

차기 호위함이 선택한 추진방식은 CODLAG이라는 방식이다. 평소에는 디젤 엔진으로 발전기를 돌려 생기는 전기로 모터를 움직여 추진하고, 빠른 속도나 가속이 필요할 때에는 가스 터빈을 가동시키는 것이다. 즉 전기로 가다가 필요하면 엔진(그것도 일반 엔진보다 더 조용한 가스터빈)을 돌리는 셈이니, 어떻게 보면 자동차의 하이브리드 개념과 비슷하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일반 자동차보다 시끄럽다는 이야기 들어보신 분 계신지?

기존의 우리 함정은 전기가 아니라 평소에는 디젤 엔진을, 가속이 필요할 때에는 가스 터빈을 사용하는 방식(CODAG)을 주로 사용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전기를 이용하는 편이 디젤 엔진으로 직접 돌리는 것보다 조용하다. 애당초 CODLAG의 장점이 소음과 진동이 적다는 것. 처음부터 소음과 진동이 적은 추진방식을 가지고 '소음과 진동 부문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어폐가 있지 않을까.

실제로 이 방식을 군함에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영국의 타입23 대잠 호위함은 소음과 진동이 상대적으로 적어 대잠 작전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가 이 방식을 차기 호위함에 적용한 이유도 마찬가지이며 독일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2016년부터 취역할 차기 호위함인 F125급이 같은 방식을 채택했다. 그런데 지난 30년 가까이 영국과 독일등에서는 소음과 진동이 적은 방식이라고 알려졌던 것이 어느날 갑자기 우리나라에서 소음과 진동이 심한 방식으로 둔갑한 것이다.

진짜 영국만 쓰나?

심지어 '영국만 채택하는 등'이라는 부분에 이르면 사실을 왜곡하는 수준이 아니라 숫제 날조하는 수준이다. 위 기사에서 언급한 'B사 엔진'은 아마로 영국 롤스로이스사의 MT30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엔진은 영국뿐 아니라 미 해군도 채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엔진이 선박용으로 위 기사에서 'A사 엔진'으로 언급된 미국제의 LM2500에 비해 사용된 예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엄연히 미 해군도 채택한 엔진을 영국만 쓴다고 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가 아닐까.

게다가 이 엔진이 LM2500에 비해 사용되는 사례가 적은 이유는 또 있다. 엔진이 비교적 새롭기 때문이다. LM2500은 1,000대 이상이 판매된, 충분히 검증된 엔진인 것은 사실이지만 1970년대부터 사용된 비교적 오래된 엔진이기도 하다. 성능이 좋을 뿐 아니라 오랫동안 시장에 있었기 때문에 많이 쓰이는 것이다. 반면 MT30은 2002년에 처음 시운전을 거친 비교적 신형이다. LM2500에 비해 좀 무거운 편이기는 하나 대신 더 출력이 강하고 조용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반적인 성능 평가도 좋다.

1%는 상위 1%?

물론 LM2500과 비교하면 MT30이 보급된 양이 적은 만큼 '1%에서만 사용되는 엔진'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가능은 하다. 그런데 그 1%의 존재가 '상위 1%'라면?

MT30이 장착되는 배들의 리스트를 보자.

- 퀸 엘리자베스급 차기 항모(영국)

- 타입 26 호위함(영국)

- 타입 23 호위함(영국)

- 줌월트급 차기 구축함(미국)

- 프리덤급 연안 전투함(미국)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는 그야말로 영국 해군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역작이고, 타입 26 역시 영국 해군의 차기 주력 대잠함으로서 야심차게 개발되고 있다. 줌월트급 역시 미 해군이 거액을 들여 개발한 차기 구축함으로, 유명한 이지스함을 능가하는 성능을 가진 '미래형 전투함'이고 올해에야 취역하는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최신형이다. 프리덤급 역시 미 해군이 상당한 기대를 걸고 개발한 배이다.

한마디로 MT30이 장착된 배들은 거의가 미 해군과 영국 해군이 미래의 야심작으로 기대하고 개발한 최신예 함정들이다. 그만큼 추진체계도 큰 기대를 걸고 선정되었을 것이다.

즉 MT30이 장착된 1%는 어떻게 보면 상위 1%라고 해도 좋은 수준이다. 물론 이 배들 중에는 기대에 못 미쳐 계획이 축소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는 경우도 있지만, 최소한 추진체계상에 심각한 결함이나 지나친 소음과 진동이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소음과 진동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로 MT30이 채택됐다.

그런데 그런 엔진에 우리 차기 호위함에 달리게 되면 소음과 진동 부문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상당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우리 해군 차기 호위함과 같은 가스터빈이 채택된 미 해군의 최신 구축함 줌월트. (http://www.battlecruisers.org/dd1000.JPG)

한번은 걸러 듣자

이처럼 차기 호위함의 '엔진이 소음과 진동에서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들과는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다. 애당초 소음과 진동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이미 해외에서 그 목적으로는 나름 검증된 축에 드는 추진 방식과 엔진을 들여왔더니 느닷없이 '딴지'가 걸린 것이다. 뭐 역사가 짧으니 검증이 덜 됐다는 면에서는 아주 일리가 없는 지적은 아니지만, '소음과 진동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관계 검증이 필요하다. 방산비리 같은 군 관련 기사는 한 번쯤 걸러 듣는 습관도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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