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인터뷰]명진 스님 "우리 조계종이 패륜집단처럼 돼버렸다"

▶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3년 한국 불교 최대 종파인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두고 ‘협잡’(Monkey Business)이라는 말까지 동원해 기사를 썼습니다. 외부의 시선조차 이렇게 싸늘한데 한국 불교는 어떤 개선의 노력을 기울였을까요. 봉은사 전 주지 명진 스님은 최근 각종 자리에서 조계종 지도부를 날선 표현으로 질타하고 있는데요. 이유가 뭘까요. 명진 스님을 만났습니다.

명진 스님이 대중의 주목을 받은 건 1994년께부터다. 서의현 총무원장이 3선 연임 도전에 나서자 개혁파 스님들이 들고일어났고 당시 마흔넷이던 명진 스님은 개혁파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 서의현 총무원장은 집단 난투극으로 비화된 분규와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3선 도전을 포기했다.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졌던 명진 스님이 다시 주목을 받은 건 2006년 11월 그가 서울의 대형 사찰 봉은사 주지를 맡으면서부터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특유의 언변으로 법회 등에서 가감없이 이 대통령을 비판했다.

2011년 3월 명진 스님은 봉은사를 떠났다. 주지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난 것인지 쫓겨난 것인지 모호한 구석이 있다. 2010년 3월 일요법회에서 명진 스님은 당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자신을 ‘좌파 주지 스님’이라고 지칭한 사실을 들었다고 말해 정치권의 불교계 외압 논란으로 번졌고, 그해 11월 조계종의 입법부 격인 중앙종회는 조계종의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을 결정했다.

명진 스님은 간간이 강연 등의 현장에서 모습을 보였지만 횟수는 많지 않았다. 더이상 다른 사찰의 주지로 부임하지 않았다. 그러던 명진 스님이 얼마 전부터 불교계 언론에서 곧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총무원장 직선제 실현 사부대중 연석회의’에 참석한 명진 스님은 ‘패륜’ 등의 극한 단어까지 쓰며 조계종에 날을 세웠다.

명진 스님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조계종을 비판하고 나선 일부 불자들의 행동과 연관이 있다. 지난 3월 일반 불자 중심으로 ‘바른불교 재가모임’(대표 우희종)이 출범했다. 이들은 단체 출범의 이유로 “개혁 대상들이 종단의 기득권 세력으로 행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불교재가연대’(대표 허태곤)도 3월 “조계종은 내부에 건강한 비판 여론이 없는 죽은 단체”라고 비판 성명을 냈다. 자승 총무원장의 측근인 일면 스님과 보광 스님이 각각 동국대 이사장과 총장으로 선임되는 것에 반대하는 농성이 동국대에서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총무원장 직선제 실현 사부대중 연대회의 사무실에서 명진 스님과 2시간 동안 만났다. 명진 스님은 “조계종의 개혁을 위해선 자승 총무원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단 내 검찰’ 호법부 제 기능 못해

-그간 어떻게 지냈나?

“수행하고 가끔 강연 다니고 그랬다. 하안거·동안거 기간에는 봉암사·상원사 등에서 수행하고 일반 승려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

-다른 사찰의 주지 제안은 없었나?

“불교는 원래 수행을 하는 종교다. 주지가 되는 게 우선이 아니라 수행을 우선으로 하는 종교다. 주지를 맡지 않는다고 이상하게 볼 게 아니다. 나는 원래 (절의 살림을 맡지 않고 수행을 주로 하는) 수행승이다. 주지는 봉은사에서 처음 맡은 것이다. 지금은 ‘허공무착사’라는 절의 주지로 있다. 허공에 있는 집착이 없는 절.(웃음) 전국이 다 내 절이다.”

-다시 사찰의 주지 선임 제안이 온다면?

“주지는 조계종 총무원장이 임명을 하거나 본사(사찰)의 주지가 품신(주지 임명 제안서)을 총무원에 올려야 하는데 지금 총무원장(자승 스님)이 그걸 허락하겠나. 나와 함께 봉은사에서 일한 종무원(행정직원)들도 다른 사찰에 취업이 안 되고 있다. 심지어 사찰도 당했다.”

-누가 스님을 사찰하나?

“자승 총무원장이지.”

-확인한 건가?

“2013년 말부터 봉암사(경북 문경)에서 동안거에 들어갔었다. 나와 가까운 한 스님이 말해줬다. ‘설암 스님(당시 총무원 호법국장)이 숨소리 하나까지 보고하라고 시켰다’고. 설암 스님이 나와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람인데 왜 그런 보고를 받으려 했겠나. 총무원장이 시킨 거지.”

-최근 조계종 총무원과 관련해 계속 비판하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프란츠 카프카가 ‘인간에게 정의로움이 없다면 그건 수치’라고 말했다. 우리 조계종은 수치를 넘어서 무슨 패륜집단처럼 돼버렸다. 자기 절의 탱화를 훔쳐서 지인인 비구니에게 갖다 준 사람이 동국대학교 이사장(일면 스님)이 됐다. 논문을 표절한 사람이 동국대학교 총장(보광 스님)이 됐다. 재심 호계위원(대법관 역할·ㅅ 스님)이 본인 이름으로 모텔을 운영하고 있고, 심지어 거기서 성매매도 이뤄졌다. 어떻게 불교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용납될 수 있는가.”

-성매매 사실을 확인한 건가?

“김영국 거사(전 조계종 총무원장 종책특보)가 그 모텔에 손님처럼 가서 술 먹고 여자 불러서 다 확인한 거다. 여자가 다 얘기를 했다더라. 거기 ㅅ 스님이 자주 오는데 (여자한테) 용돈도 주고 간다고.”

‘일면 스님 탱화 논란’은 일면 스님이 흥국사 주지로 있을 때(1983년~90년대 중반) 1792년작 흥국사 탱화를 몰래 지인인 비구니에게 주었다는 의혹이다. 일면 스님은 분실된 것이라고 주장하나 분실 사실을 사전에 총무원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출자가 일면 스님이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광 스님의 논문 표절 논란의 경우, 지난 2월 동국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보광 스님 논문 30건 가운데 2건 표절, 16편은 자기 표절’ 판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보광 스님은 위원회에 재심 요청을 했고, 동국대 이사회는 5월2일 보광 스님을 신임 총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2013년 총무원장 선거 때 자승 스님 쪽 선거대책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았다. ‘ㅅ 스님 모텔 논란’과 관련해 조계종 총무원 쪽은 “(스님이)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라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조계종 내부 문제를 감시하는 독립적인 기구가 있지 않나?

“호법부가 그런 역할을 한다. 사회로 따지면 검찰 같은 기구다. 지금의 호법부는 자승 총무원장의 친위부대 같은 곳이 돼 있다. 호법부장(세영 스님)이 자승 총무원장과 같은 문중의 사람이다.”

-과거부터 호법부가 제 기능을 못했나?

“자승 총무원장 체제에선 그렇다.(자승 스님은 2009년 10월 총무원장에 당선됐고 2013년 10월 재선됐다.) 2013년 8월 적광 스님이 조계사 앞에서 조계종 내부 비리를 폭로하려는 기자회견을 하려다 호법부 승려와 직원들이 총무원 지하실로 끌고 가서 집단폭행했다. 옷을 다 벗겨놓고 중 노릇 그만두게 하겠다고 협박했다. 적광 스님은 기자회견을 결국 못 했다. 폭행에 가담한 사람들은 형사처벌(서울고등법원은 2014년 11월 법원 스님과 이세용 종무실장에 대해 벌금 1000만원 선고)을 받았지만 호법부에서는 아무런 조처가 없었다. 폭행 가담자인 법원 스님이 당시 호법부 상임감찰이었다. 또 다른 폭행 가담자 중 한 명이 우봉 스님인데(적광 스님은 우봉 스님은 고소하지 않았고 우봉은 형사처벌 받지 않음) 그는 지난해 중앙종회 의원(총무원 행정과 예·결산 등을 감시하는 81명의 의원)에 당선돼서 활동하고 있다. 법원 스님도 종회 의원이 됐다.”

-호법부가 문제이면 호계원(조계종 내부의 법원 구실)에서 판단이 뒤집힐 수 있는 것 아닌가?

“강원 삼척에 모텔을 갖고 있어서 문제가 된 ㅅ 스님이 호계위원이다. 지난해 호계원 재심 위원장 겸 호계원장이던 일면 스님은 올해 동국대 이사장이 되었다. 흥국사 탱화를 빼돌리거나 성매매 모텔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무슨 판단을 제대로 하겠나. 지난해 ‘재심 호계원’(2심)이 혼인 의혹을 받은 돈명 스님을 문서견책만 했다. ‘초심 호계원’(1심)에서 공권정지 5년을 받은 것을 뒤집은 거다. 또 사찰 공금 횡령 의혹으로 징계에 청구된 공주 신원사 주지 지성 스님도 은사 스님을 잘 모신다는 이유로 문서견책했다. 초심 호계원은 지성 스님에 대해 공권정지 3년에 변상금 1억7000만원을 판결했다.”

왜 직선제 공약을 안 지키나

-조계종 내부 자정 기능이 마비됐다는 건가?

“그렇다. 옛날에는 계율이나 수행 기풍에 따라 스님들이 만공 문중(수덕사 중심)과 용성 문중(범어사 중심)으로 나누어졌는데 지금은 자승 스님의 계파인가 반대파인가로 나뉘어 있다. 계율도 아니고 그냥 이해관계에 따라 파가 나뉜 거다.”

-조계종에 비리가 많다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뭐라고 보나?

“돈선거다. 본사 주지 선거나 종회 의원 선거에 돈이 개입 안 되는 경우가 없다. 종회 의원이 되면 그 지역에서 권력을 갖게 된다. 그 덕에 주지도 하고 그러는 거다. 종회 의원이 되려면 유권자 한 명당 200만원 정도는 뿌려야 한다. 얼마 전 마곡사 주지를 뽑는데 양쪽 후보 모두가 돈을 뿌려서 문제가 됐다. 돈을 뿌린 건 법원에서도 일부 입증됐다. 그런데 호법부는 아직도 아무런 조처를 안 하고 있다. 서울 사찰의 주지는 총무원장에게 돈 안 갖다 주면 안 된다고 본다. 이게 사실이 아니라면 그냥 나를 고발하라고 해라. 나는 요즘 조계종 돌아가는 상황에 미쳐버릴 것 같다.(머리에 손을 얹고 웃음) 거의 자폭하는 기분으로 인터뷰하는 거다. 양심적인 스님들도 나를 멀리서 응원한다고 말할 뿐 나서지를 않는다.”

-명진 스님도 서울의 대형 사찰 봉은사 주지를 역임했는데?

“내가 주지가 된 건 종단에서 유례없는 사건 같은 거였다. 사실 난 당시 지관 스님(2007년 당시 총무원장) 반대파였다. 그런데 지관 스님이 나를 봉은사 주지로 추천하더라.(당시 봉은사는 조계종 직할사찰로 총무원장이 주지를 임명했다. 이에 견줘 직영사찰은 재정까지 총무원이 관할한다.) 봉은사는 선거 끝나고 논공행상을 할 때 가장 큰 덩어리인데 그걸 나에게 주는 건 말이 안 되지. 나는 세 번 거절했다. 지관 스님께 ‘나는 돈 못 갖다 드리니 그래도 괜찮다면 주지를 맡기라’고 했다. 지관 스님이 자기가 용돈 줄 테니 그냥 주지를 맡으라고 하더라.”

-지금 조계종단에 대한 비판에 나서는 게 일종의 계파싸움의 연장선 아닌가?

“그런 질문을 계속 받는다. 나보고 계파라든지 그러면 내가 할 말이 없다. 그냥 계파다, 그래버린다.(웃음) 자승 총무원장이 종단 경영을 잘한다면 내가 흔든다고 그게 흔들리겠나. 자리 욕심 때문에 내가 그를 흔든다고 말하는 거면 현실을 전혀 모르는 멍청한 놈이거나, 그냥 알면서도 음해하는 악질인 거다.”

-명진 스님 외에는 공개적으로 자승 총무원장을 비판하는 승려가 드문데?

“글쎄. 자리와 연관되어서 안 하는 걸까.”

-존경받는 원로 스님들도 모두 조용히 있지 않나?

“내가 안 물어봐서 모르겠다. 다만 내가 이번 인터뷰로 징계를 받는다면 나는 얼마든 징계를 받을 거다. 대신 조계종은 배를 한번 갈라야 할 것이다.(웃음)”

-총무원장을 직선제로 뽑으면 내부가 조금 바뀔까?

“자승 총무원장이 내건 재선 공약이 직선제였다. 그런데 지금 없던 일이 됐다. 종교는 직선제랑 안 맞는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재선 전에는 연임에 관심 없다더니 말 바꿔 출마하고, 직선제 공약도 뒤집고, 연주암 내놓겠다고 해놓고 약속 안 지킨다.”

현재 총무원장은 간선제로 뽑는다. 종회 의원 81명과 24개 교구 본사에서 각 10명의 선거인단(240명), 비구니 선거인단 10명 등 총 321명이 유권자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격을 갖춘 승려 전체에게 총무원장 투표권을 줘야 한다는 내부 여론이 커지고 있다. 관악산 연주암은 현재 탄무 스님(자승 총무원장의 상좌)이 주지다.

자승 총무원장과의 어떤 인연

-자승 총무원장과 원래 가까운 사이 아니었나?

“자승 스님은 1980년대 초 봉암사 선원에서 수행자로서 몇달간 같이 있으며 처음 만났다.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는 사이까지는 아니지만 지인은 맞다. 94년도에 관악산 연주암에 자승 스님이 폭력배 동원해서 들어간 것(1994년 ‘연주암 사태’로 알려진 사건으로 신임 주지 자승 스님 지지파와 전임 주지 종상 스님 지지파가 충돌했다.) 때문에 종단에서 징계를 당할 때 나에게 도와달라 부탁해 뒤를 봐준 적은 있다. 그런 연유로 자승 스님이 연주암에 선원장 직책을 나에게 맡겼다. (2007년) 자승 스님이 이상득 의원이랑 봉은사로 찾아와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를 신도에게 소개해달라고 부탁하고 내가 거절하면서 사이가 껄끄러워졌다. 2009년에도 자신이 총무원장 선거에 나갈 테니 도와달라고 했는데 내가 봉은사 내 문간방 하나를 내어주고 적극 돕지 않았다. 그에게 ‘포교를 열심히 했나. 참선을 열심히 했나. 그런 것부터 잘 쌓아놓고 총무원장 하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그런 것 때문에 자승 스님이 내게 실망했을 수는 있겠다.”

-명진 스님은 과거 ‘룸살롱 사건’으로 불교계에서 비판을 받은 것으로 안다.

“내가 룸살롱에 혼자 간 게 아니라 자승 스님이 가자고 해서 다른 스님들과 우르르 갔던 사건이다. 1998년 그 사건 터졌을 때 내가 종회 부의장직을 내려놓고 참회했다. 매맞아야 한다. 인정한다. 10년 뒤 다시 그 문제가 불거지길래 또 참회한다고 엎드려 신자들께 빌었다. 내게 또 뭐라 한다면 또 참회할 것이다. 그런 것 때문에 내가 다른 비판까지 해선 안 되는 걸까.”

자승 스님에 대한 평가는 불교계 내부에서 엇갈리는 편이다. ‘권승’(권력친화적인 승을 이르는 불교계 용어)과 맥을 같이하고 무리하게 자신의 측근을 총무원 주요 직책에 앉혀 분란을 일으켰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전임 총무원장에 비해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고 총무원 재정을 투명화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공존한다.

-자승 총무원장의 사퇴를 원하나?

“조계종단이 1994년 (종단 분규 사건) 이후 이만큼 대중으로부터 지탄받은 역사가 없다. 자승 총무원장은 총무원장을 그만둬야 한다.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측근을 요직에 앉히고 승려들을 둘로 갈라놓은 것을 해결해야 한다. 총무원장 판공비 사용 내역도 투명하게 공개하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금강경에 보면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라는 구절이 있다.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한 것이니, 모든 형상이 있는 것이 형상이 아닌 것을 알게 되면 곧 여래를 보게 될 것이란 뜻이다. 지금의 조계종은 욕망의 집착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명진 #조계종 #인터뷰 #명진 스님 #한겨레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