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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인간을 보신 적 있나요?

우리는 다양한 늑대인간들과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다니고 사랑을 나눌 수도 있다. 그들이 늑대가 아니고 늑대인간이라는 것은 우리 또한 그들을 인간적 특성으로 먼저 바라봐줘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늑대인간들은 평범한 인간들처럼 살기에는 조금 불편하거나 약간의 다름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들이 늑대로서의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그것은 다른 것이지 나쁘거나 틀리거나 부족한 것은 아니다.

  • 안승준
  • 입력 2015.06.05 13:08
  • 수정 2016.06.05 14:12

영화 '늑대아이'에는 평범한 여학생과 늑대인간의 사랑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일어나기는 어려운 판타지이지만 여러 가지 다름을 가진 이들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던져주는 화두는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너무도 강렬했다.

하나가 그를 처음 만난 곳은 일상 속 강의실이었다. 교재도 없이 친구도 없이 어렵게 청강하는 한 남학생에 대한 작은 호의로 시작된 둘의 만남은 자연스레 호감으로 이어지고 어느새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싹을 틔워 갔다.

남학생은 보름달이 뜨던 어느 날인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늑대인간이라는 자아를 고백하게 되는데, 엄청난 고민 끝에 털어놓았을 그의 두려움과는 다르게 그 장면은 그닥 위기라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완성하기까지 하나가 느끼고 쌓아올렸던 그에 대한 이 모양 저 모양의 끌림의 감정들은 '늑대인간'이라는 극단의 비밀마저도 작은 다름으로 인정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삶을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의 모습 속에서 '늑대'라는 작은 부분은 하나에게 있어서는 지켜주고 함께해주고 싶은 작은 불편함으로 보였을 것이다.

만약 하나가 보았던 그의 첫 모습이 늑대였다면 아니면 늑대인간이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면, 그를 받아들이기에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 둘이 함께 넘겨온 아름다운 사랑의 페이지가 늑대라는 작은 페이지에 묻히기엔 너무도 두꺼웠던 게 분명하다.

가정을 이루고 배가 불러오는 하나를 위해 그는 늑대의 모습으로 꿩을 사냥하고 직접 요리를 만들어 주었다.

어느 틈엔가부터 하나는 늑대의 모습마저도 사랑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유키와 아메가 태어나고 귀여운 두 꼬마들도 커 가면서 일반적이지 않은 자신들의 귀와 꼬리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꼬마아가씨 유키는 일반학교에 입학하고 쇼외이라는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거쳐왔던 인간의 길을 따르기를 선택한다.

어린 쇼외이는 평범하지 않은 아픈 가정사를 가지고 살아가는데 그것은 늑대아가씨 유키를 별다른 고민없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포용의 힘을 길러줬던 것 같다.

영화가 막바지로 가면서 막내 늑대인간인 아메는 인간의 삶 대신 늑대의 자아를 택하고 숲으로 들어가게 된다.

어머니 하나는 안타까운 눈물을 흘리게 되고 그 순간 많은 관객들도 안타까운 신음들을 내뱉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늑대라는 선택조차도 아메가 가진 또 하나의 소중한 자아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삶이 늑대로서의 삶보다 더 가치로운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다수가 가지는 오만한 오류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통합사회라는 듣기 좋은 모터 속에 다수의 특성을 우월하다고 규정하고 그 안에 모두를 가두려 한다.

준비되지 않은 통합교육 속에 장애아이들을 물리적으로 밀어넣기도 하고 남들과 다른 개성들은 쉽사리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양한 늑대인간들과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다니고 사랑을 나눌 수도 있다.

그들이 늑대가 아니고 늑대인간이라는 것은 우리 또한 그들을 인간적 특성으로 먼저 바라봐줘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늑대인간들은 평범한 인간들처럼 살기에는 조금 불편하거나 약간의 다름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들이 늑대로서의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그것은 다른 것이지 나쁘거나 틀리거나 부족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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