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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를 다룬 동화책 '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 출간

ⓒ리젬

열 살 남자아이 '꽁치'는 치마를 좋아한다. 꽁치 옷장 속에 가득한 치마는 축구할 땐 최고의 골키퍼고, 공기놀이할 때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기에 제격이다.

하지만 엄마와 선생님은 눈살을 찌푸린다. 선생님은 체육 시간에 여자 탈의실로 향하는 꽁치 옷자락을 붙잡아 남자 탈의실로 보낸다.

어느 날 집에 오던 길, 꽁치는 '사과 소녀 선발대회' 포스터를 보고 신이 났다. 집에 도착해 예쁜 치마를 입고는 워킹 연습을 하고, 미리 우승 소감도 말해 본다. 그런 꽁치를 안고 눈물을 흘린 엄마는 옷장에 있던 치마를 모두 치워버린다.

성소수자를 소재로 한 그림책이 출판사 리젬에서 출간됐다. 소수자 이야기를 채집하는 모임 '이야기 채집단', 이채가 글을 쓰고 이한솔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이채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인턴을 하던 25∼28세 친구 3명이 지난해에 꾸린 모임이다. 세 사람은 책을 내려고 온라인에서 후원금 400여만 원을 모았다.

이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남자와 여자가 연애해 결혼하고, 고전적인 남녀 성역할에 따라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림책과 소설, 드라마 등으로 많이 접하지만 성소수자는 거의 보지 못한다"며 "소수자의 이야기를 접하고 자라난다면 변두리로 밀려난 이의 삶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꽁치는 선생님과 엄마로 대변되는 이 사회에서 기존의 질서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격리된다. 하지만 꽁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친구들은 걱정 가득했던 가족의 마음도 녹인다.

이채는 성소수자를 소재로 한 '꽁치' 시리즈 5권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첫 책에서 꽁치는 열 살짜리 남자 아이였지만 앞으로 꽁치의 성별과 나이, 성적 지향은 달라질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책에서 꽁치는 '치마를 좋아하는 남자아이'로 묘사됐지만 꽁치가 스스로 남자 또는 여자라고 생각하는지는 분명히 드러내지 않았다"며 "성별의 선입견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주인공의 모습을 고양이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36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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