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질병과 세계적 유행병이 지구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병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듣지만, 우리가 실제로 이 병들에 대해 아는 것, 또는 모르는 것은 무엇일까? 새로운 질병과 세계적 유행병에 대한 흔한 잘못된 믿음을 이 기회에 떨치고자 한다.
1. 공중 보건상의 문제일 뿐이다.
새로운 질병과 세계적 유행병은 공중 보건의 영역에만 속한다고 보통 생각한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병들은 거의 모든 분야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자면 식량 생산, 생물보안, 환경 위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에 따르는 영향은 큰 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 BioERA는 SARS가 세계 경제에 미친 영향이 3~5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 추산하고, 지난 십 년간 발병 때문에 일어난 손실은 수천억 달러 규모다.
마르부르크병(에볼라와 연관이 있는, 고열과 출혈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바이러스 전염병) 때문에콩고 민주 공화국의 광산이 5년 동안 폐쇄되었던 것, SARS와 조류 독감 때문에 중국 시장들이 계속 폐쇄되었던 것, 지금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가 MERS 때문에 메카 성지 순례를 연기하라고 권고한 것들로 알 수 있듯이 이런 병들은 사회, 생계, 생산성에 두루 영향을 미친다. 사람과 재화의 이동을 크게 방해할 수 있고, 그래서 전염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무역과 여행에 대한 규제와 제한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2. 이 병들은 잘 알려져있지 않고, 드물고, 그 영향은 단기적이다.
새로운 병이 생겨나는 경우가 잦지는 않지만(1년에 3~5회 정도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좁은 범위와 넓은 범위의 지역, 전세계에까지 엄청난 영향을 준다. 발병은 갑자기 일어날지라도 끝나는 것도 빠른 건 아니다. 인간에게 다시 발병하기도 하고(에볼라가 그랬다), 새로운 지역에서 나타나거나 다른 종에게서 발병하기도 한다. 병원성이 아주 높은 H5N1 인플루엔자(조류 독감)처럼 자리를 잡기도 한다.
오늘날 인간이 걸리는 전염병 대부분은 어느 시점에서 동물에게서 나타났고, 매년 1백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10억 명 이상이 앓고 있다. 그리고 그냥 '열', '뇌염', '폐렴', 심지어 '알 수 없음'으로 진단 받는 사례들은 어떤가? 이 중 일부가 '새로운' 질병이고, 우리에겐 아직 그 병을 감지해낼 도구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3. 의사들은 전염병을 전부 다 알고 있다.
지구상의 전염병을 전부 다 아는 사람은 없다. 의학이 병을 유발하는 1,400가지 이상의 바이러스를 밝혀냈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알려진 인간 전염병 중 60%는 동물에게도 걸리니, 아직도 많은 질병이 야생에 숨어있을 가능성이 있다. 다행히 바이러스성 질병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포유류에 숨은 발견되지 않은 바이러스의 수가 무한하지는 않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지만...... 어떤 바이러스들이 있는지 이해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질병 발견은 우리가 바라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 바이러스 발견을 저해하는 요소가 있다. 관광과 무역에 미치는 영향 같은 것들이다. 그것도 이해는 된다. 관광객을 불러모아 수입을 내는 아름다운 곳에 인간에게 퍼질 가능성이 아주 조금 있는 위험한 병원균이 존재한다면, 당신이라면 그것을 히스테리컬하게 온 세상에 알리고 싶겠는가? 우리도 그러고 싶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그 병원균을 어떻게 관리할지 알아내려면 위험 평가는 해야 하고, 이런 위험을 알아내는 것을 편안하게 생각해야 한다. 잘 모르면 우리를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구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는 쉽게 변한다. 정부의 자금 마련 어려움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자금 마련의 난이도에는 늘 차이가 존재한다. 초기 발견, 예방, 연구를 위한 자원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는 신병이 많아서 사전 발견과 개입이 힘들다.
4. 국제 기구들이 우리 모두를 보호한다.
그렇지 않다. U.N. 세계보건기구나 식량농업기구, 세계동물보건기구는 질병 예방과 통제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세계적 유행병 예방과 대응에서 업무를 조직화하고 대처법을 알려줄 수 있으며, 질병 통제 노력을 위반하는 국가들에게 제재를 가할 수도 있지만, 결국 현장에서 행동을 취할 권리는 주권국만이 갖는다. 그리고 국제 기구들조차 한정된 자원만을 갖는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에서는 WHO의 연간 인플루엔자 예산이 770만 달러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뉴욕 시의 공중 보건 비상 예산의 3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
5. 우리는 병을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그 반대다. 사실은 우리는 우리가 잘 아는 질병을 감지하고 대응하는 능력조차 부족한 판국이다. 새로운 질병은 더 힘들다. 현재의 공중 보건 감시 능력과 진단 기술로 인간이 아닌 영장류에 있는 HIV를 옮기는 병원균을 인간에게 옮기 전에 감지해낼 수 있었을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가 존재할지도 모르는 병원균을 찾고 있는 곳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질병과 세계적 유행병을 감지하고, 대응하고, 이상적으로는 예방까지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2009년 세계은행과 UN의 연구에서는 인간과 동물들이 공유하는 흔한 병들을 국가들이 파악하려면 2020년까지 매년 20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돈이 많이 드는 것 같지만, 최근의 발병 사례를 보면 그렇게 큰 것도 아니다(1번 항목을 보라). 그리고 인간, 동물, 환경 사이의 연결을 생각하는 '하나의 건강'이라는 접근을 통해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병을 다루면 비용이 절감될 가능성도 있다.
6. 질병 발생은 피할 수 없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이제 조금은 좋은 소식이다. 자발적인 바이러스성 돌연변이나 재배열이 일어날 수 있지만(새로운 H7N9 인플루엔자가 그렇다), 신병의 근원과 확산은 그렇게 자발적이지 않다. 나타날 기회가 없는데 병이 갑자기 툭 튀어나오지는 않는다. 문제는 인간들이 넓은 지역에 걸쳐 그런 기회를 만들고, 점점 더 많이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토지 이용과 식량 생산의 변화, 무역과 여행, 기후의 변화 등의 인간과 관련된 압력들이 질병의 등장을 주도하고 있다. 야생과의 접촉이 더 잦아지고 새로운 접촉이 등장하며, 우리의 행동이 생태계 역학을 흔들기 때문이다.
새로운 질병이 나타나는 이유를 우리가 대충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병을 막을 방법을 알아낼 퍼즐의 한 조각은 가진 셈이다. 다른 조각은 병이 발생하기 전에 어디서, 어떤 종에서 찾을 것이냐 하는 것이다. USAID의 새로 발생하는 세계적 유행병 위협 프로그램은 현재 질병이 나타나는 '핫 스팟'인 개발도상국에서 운영할 통합 질병 감시와 감지 프로그램에 투자하고 있다. 새 바이러스를 찾고, 인간에게 갖는 위험성을 익히고, 현지 정부와 협업하여 발병 위험을 낮추는 활동을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찾지 않는 곳에서 바이러스를 발견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찾지 않는 곳이 세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7. 세계화는 새로운 질병 감염과 확산에 있어 악재다.
좋은 소식이 또 있다...... 영화 '컨테이젼'에서 보여준 것처럼 무역과 여행을 통해 빠른 속도로 전세계에 퍼질 가능성도 있지만, 세계화는 진단법을 빨리 찾아내고 세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도 해준다. 세계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병이 발생했을 때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당신 동네, 혹은 지구 반대편에서 어떤 병이 보고되고 있는지 궁금한가? HealthMap.org와 새로 등장하는 질병 모니터 프로그램 같은 도구가 전세계의 전염병 발병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우리는 질병 현황을 신속하게 알 수 있으며 공중 보건 상의 필요에 맞추어 자원을 배분할 수 있다. HealthMap.org 으로는 '당신 근처의 감기 Flu Near You'라는 프로그램으로 질병 발생을 소셜 리포팅할 수도 있다.
신병과 세계적 유행병에 관심이 있는 세계시민으로서, 우리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상류 예방을 우선순위로 하라고, 그리고 회사들에게는 사업 계획을 세울 때 적극적으로 위험을 고려하고 발병으로 인한 피해를 감안하라고 권할 수 있다. 또한 질병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의 일부가 되는 우리의 생태적 '발자국'을 줄임으로써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
허핑턴포스트US의 7 Common Myths About Pandemics and New Disease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