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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발병 병원을 공개하자는 주장의 4가지 근거

  • 허완
  • 입력 2015.06.03 10:32
  • 수정 2015.06.03 10:40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공개하자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가세한 판국이다.

반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병원명 미공개에 따른) 고민의 많은 부분들이 조금은 근거가 없다”며 “메르스는 밀접 접촉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어떤 환자가 해당 병원에 있었다고 해서 그 병원에 가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고 말했다. 명단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한 것.

그러나 ‘병원 명단을 공개하자’는 주장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그 주장의 4가지 근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19구급대원들이 3일 오전 메르스 의심환자 격리센터가 운영되고 있는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1. 상황이 달라졌다

3일까지 집계된 메르스 확진자는 30명이다. 감염 의심자는 400여명에 달하고, 격리자는 1300명을 넘어섰다. 특히 격리자 수는 하루 만에 573명 증가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일 하루 동안 ‘메르스 콜센터’에 접수된 상담실적은 1107건이었다. 처음으로 1000건을 돌파한 것. 여러모로 사태 초기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3차 감염자까지 발생한 상황이다.

메르스가 환자 25명에 3차 감염자까지 나오는 등 확산에 속도가 붙은 만큼, 지역과 병원을 공개해 해당 지역 사회가 적극적으로 확산 방지 및 감염 예방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6월2일)

2. 불명확한 정보가 떠돌고 있다

이미 SNS 상에서는 ‘메르스 환자 접촉 병원 리스트’가 떠돌고 있다. 경로는 다양하다. 코레일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기차역에 관련 명단을 게시했고, 춘천의 한 병원은 응급실에 명단을 공개했다. 최초 환자가 발생한 경기도 평택의 한 병원은 ‘메르스 때문에 휴원한다’는 사실을 이미 널리 알려왔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누구도 SNS 등에 떠도는 ‘병원 리스트’가 정확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정부가 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명단에 거론된 병원들 중에는 실제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특히 명단에 언급되고 있는 ‘국가지정 격리병상’의 경우, ‘환자 발생 병원’과는 달리 음압병상(병실 안 기압이 외부보다 낮아 문밖으로 공기가 나가지 않도록 차단되는 병실) 등을 갖추고 있어 감염 가능성이 낮다.

지난달 31일 한 인터넷 카페에는 메르스 접촉 병원이라며 병원명이 적혀있는 리스트가 사진으로 찍혀 게시됐다. 해당 사진을 올린 이용자는 이 리스트가 A 대학병원에 고지된 것을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며, 해당 게시물은 삭제됐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SNS에서는 이 게시물이 일파만파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머니위크 6월1일)

3. 억울한 피해자가 생겼다

억울하게 피해를 본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의심 환자를 진료하면서 관련 규정에 따라 선제 조치를 단행했고, 확인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던 경기도의 한 병원이 엉뚱하게 명단에 오른 것.

지난 5월 30일 새벽 무렵에 메르스 감염 의심환자가 내원해 병원 측은 다른 환자들의 안전 차원에서 응급실을 폐쇄하고 의심환자 방문 당시 근무하던 의료진과 환자 및 보호자를 15시간에 걸쳐 격리하는 조치를 취했다.

다행히 의심환자는 30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1차 진단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고, 6월 1일 2차 정밀 검사에서도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통보받았다.

내원한 메르스 의심환자가 최종적으로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안도했지만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불거졌다.

강원도에 위치한 H대학병원 측이 방문객이 볼 수 있는 응급실 벽면에 '메르스 발병지역, 메르스 접촉병원'이란 게시물을 게재해 놓은 걸 누군가 촬영해 온라인 상에서 유포한 것이다. (라포르시안 6월2일)

2일 오후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환자가 병원 응급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생 병원인 것처럼 병원 이름이 공개된 메모 사진이 유포돼 손실을 끼치게 한 강원 소재 모 대학병원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나섰다.

경기지역 A 병원은 2일 오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메르스 관련 허위사실 게시물이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확산하면서 (우리 측) 병원에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외래환자는 급격히 줄고 수술까지 연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략)

A 병원은 최근 의심환자가 내원해 격리 조치한 것은 사실이지만 검사 결과 메르스 음성 판정이 나와 메르스 발생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6월2일)

4. 외국 정부가 공개 압박하면?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거나 감염 의심 증세를 보이는 한국인은 중국과 홍콩 등 해외에서도 격리조치된 상태다.

이들 당국은 자국민의 안전 등을 고려해 한국 정부에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1일 오후 중동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외국인들이 발열 감시 적외선 카메라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국의 공개 압박도 골칫거리다. 한국인 6명을 포함해 19명의 메르스 감염 의심자를 격리한 홍콩은 우리 정부 측에서 한국 발병 병원 명단을 요구해 이를 자국민에 공개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당국이 우리 측에서 병원 명단을 받아 공표한다면, 이 정보가 한국으로 재유입돼 비공개 원칙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연합뉴스 6월2일)

홍콩이 한국 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사례가 확산되자 한국 의료계와의 교류 중단을 결정했다고 홍콩경제일보 등이 전했다.

(중략)

코 국장은 "현재 홍콩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에 협조를 요청해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의료시설의 명단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1 6월3일)

한편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감염자가 나온 병원과 지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은 응답자의 82.6%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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