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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2차 감염자, 여러 병원 전전

보건당국이 총력을 다해 막아내겠다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3차 감염’이 현실화됐다. 첫 메르스 확진 환자 ㄱ씨가 입원한 ㅍ병원에서 감염된 16번째 환자 ㄴ(40·남)씨가 다른 병원에서 2명의 환자에게 전염시킨 것이다. 그동안 추가 환자가 주로 첫 환자와 같은 병원에 머물던 사람들 안에서 나오던 것과 달리 감염 ‘전파자’가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일반인들로서는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3차 감염’은 대책본부의 초기 대응 실패에서 비롯됐다. ㄴ씨는 ㄱ씨와 같은 병동에 입원해 있었지만, 초기 격리 대상자에서 빠져 있었다.

보건당국은 ‘3차 감염’이긴 하지만 병원 안에서 이뤄진 것인 만큼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지역사회 감염’(병원 밖 감염)이 아닌 ‘의료 관련 감염’(병원 안 감염)이어서 통제와 격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병원 밖 접촉으로 감염이 발생하면 보건당국의 통제를 벗어나 무차별 확산의 우려가 있지만 병원 안 감염은 대상자 추적·관리가 가능해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3차 감염 환자 추가 발생 여부는 가깝게는 ㄴ씨와 같은 병실을 썼던 환자들에게 달려 있다. 보건당국은 현재 ㄴ씨와 같은 6인실에 머물렀던 나머지 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메르스 감염 여부를 검사 중이다. 밀접접촉자였던 만큼 이들 3명이 추가로 3차 감염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ㄴ씨는 또 ㅍ병원에서 퇴원한 뒤 지난달 25~27일에 또 다른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접촉한 사람들 중에서도 3차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 권 반장은 “ㄴ씨가 입원한 병원들에서 접촉한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격리했다”고 밝혔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ㄴ씨가 병원이 아닌 이동 과정에서 메르스를 옮겼을 가능성이다. 이런 병원 밖 접촉자는 확인과 추적이 제한적이어서 대규모 병원 밖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록 ㄴ씨가 버스·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식당 등을 오갔다 하더라도 ㅍ병원에서처럼 다른 사람과 밀접한 접촉이 이뤄지기는 힘들어 감염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ㅍ병원에 지난달 15~17일 입원했지만 초기 격리 대상에서 빠졌다가 나중에 메르스로 확진된 환자 10여명이 3차 감염의 전파자가 될 수 있다. 대책본부는 이들이 격리치료를 받기 전 거쳐 간 병원을 추적 중이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ㄴ씨처럼 다른 병원에 입원해 감염을 일으킨 경우 또다시 14일 동안(이달 13일까지) 메르스 환자가 계속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 전문의들은 현재까지 메르스 감염 추세로 볼 때 병원 밖 감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오명돈 서울대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첫 메르스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 다른 환자들에게 옮기고, 이들이 또 다른 환자에게 옮기는 것은 의료기관 안의 감염이다. 메르스 환자가 폐렴이 나타났다면 배출되는 바이러스 양이 가장 많을 때이고, 환자가 기침을 하거나 의료진이 객담을 뽑아내고 내시경 검사를 할 때 밀접한 접촉이 일어난다. 하지만 병원 밖에서는 이런 밀접한 접촉은 없어 병원 밖 감염이 이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메르스 유행이 2012년에 시작됐지만 98%에 이르는 환자가 중동지역에서 발생하는 등 아직 세계적으로 확산하지 않은 것도 병원 밖 감염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몇 달 만에 세계로 퍼져 나가는 인플루엔자(독감)와 메르스는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 2012년 메르스 발생 뒤 2013년과 2014년 세계에서 100만명이 넘는 이슬람교도들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지만 세계 확산이나 병원 밖 감염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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