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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대응의 중요성 : 메르스 성공, 에볼라 실패한 미국의 사례

  • 허완
  • 입력 2015.06.02 12:58
ⓒAP/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빠르게 확산한 것은 당국의 초기 대응 실패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미국이 지난해 상반기 메르스, 하반기 에볼라 사태에 대처한 상반된 사례는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4월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지만 신속한 초기 대응으로 환자 수를 2명으로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5개월 뒤인 9월 라이베리아 출신 남성이 에볼라에 감염된 채 미국에 입국해 숨지자 초기대응에 총체적으로 실패, 집중포화를 맞았다. 추가 감염자가 이어지자 미국 내에서 '에볼라'와 '공포'를 조합한 '피어볼라'(fearbola)라는 신조어까지 나왔고 극심한 혼란이 발생했다.

지난해 4월 중동에서 메르스가 기승을 부렸을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에 거주하던 미국인 A씨는 24일 영국 히스로 공항을 거쳐 미국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인디애나 주 자택으로 이동했다.

입국 사흘 뒤인 27일부터 고열과 호흡곤란, 기침, 콧물 등의 증상을 보여 다음 날 병원 응급실을 찾았을 때 병원은 곧바로 환자의 여행력을 파악, 격리 조치하고 메르스 감염을 확진했다.

미국 내 메르스 감염 첫 사례인 이 환자는 11일 만에 건강한 몸으로 퇴원했다.

당시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 환자가 이동 중 만난 비행기 탑승객 100여 명, 버스 탑승객 10여 명에게 연락을 취해 이 중 75%와 연락이 닿았고, 전염 증상을 보인 사람은 없다고 확인했다.

며칠 뒤 플로리다에서도 첫 번째 환자와 관련 없는 다른 환자가 발생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 거주했다는 여행력을 파악하자마자 격리했고, 이 환자 역시 9일 만에 퇴원했다.

CDC는 '2m 이내에서, 혹은 같은 방 안에서 상당 시간 동안 밀접하게 접촉'한 경우를 찾아낸다는 대응 지침에 따라 첫 번째 환자와 접촉한 사람이 메르스에 감염됐다며 '사람 간 전염' 사례로 발표했다가 철회하는 소동을 겪기도 했다.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한 에볼라가 미국에 상륙한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출신 남성 토머스 에릭 던컨은 9월 28일 텍사스주 댈러스의 텍사스건강장로병원에 입원한 후 9월 30일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고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10월 8일 숨졌다.

이 과정에서 병원의 여자 간호사 2명이 차례로 에볼라에 감염됐다. 여자간호사 한 명은 비행기를 타고 오하이오에 있는 집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당시 던컨 및 간호사들과 접촉한 댈러스, 오하이오 지역 수백명이 관찰 조사를 받았고 일부는 21일 잠복기간에 격리됐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미국 의료 체계는 텍사스건강장로병원의 어이없는 초기 대응으로 난도질을 당했다.

한 방역대원이 에볼라 감염자의 아파트 주변에서 작업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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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원은 9월 26일 처음 병원 응급실을 찾은 던컨이 39.4도의 고열에 에볼라 창궐국인 라이베리아에서 왔다고 했는데도 항생제와 타이레놀만 처방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던컨을 수시간 동안 일반환자 7명과 같은 방에 방치했다.

던컨이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의료진은 가운과 장갑, 마스크, 보호안경 등 방역장비를 갖췄으나 테이프로 고정시키지 않았고, 방역복의 목부분도 분리돼 피부가 노출됐다. 이 때문에 간호사들이 삽관이나 병역복 탈의 도중 감염됐으며 이들이 다른 일반 환자도 돌보도록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병원 측은 던컨의 가검물을 실험실로 보낼 때 특수 봉인처리도 하지 않았다.

미국 당국은 서아프리카에서 입국하는 여행객들을 상대로 뒤늦게 10월 11일부터 공항에서 체온을 재는 등 검역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허점을 노출했다. 발열 증상이 나지 않았던 의사가 입국대를 버젓이 통과해 뉴욕으로 돌아온 후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텍사스 북부에서 시작된 에볼라 공포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 일부 학교는 휴교 했고 에볼라 환자 의료진은 여행을 금지당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환자의 체액과 직접 접촉해야만 감염된다며 진정을 호소하기도 했다.

미국 에볼라의 진원지인 댈러스시가 모든 환자 치료 및 격리를 마치고 사태 종식을 선언할 수 있었던 것은 던컨이 확진 판정을 받은 지 38일 만이었다. 결과적으로 미국내 에볼라 감염자 중 1명만 숨졌고, 7명은 생존했지만 미국의 사회적 비용은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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