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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배치론과 핵무장론의 사이

어떤 군사전략이 채택되느냐에 따라 더 많은 자원을 배분받을 수 있는 조직이 달라진다. 한국군이 사드를 도입하게 되면 한국 공군은 이제껏 육군에 대한 지원군으로서 보조적인 위치에 불과하던 위상을 탈피해 일약 중심군으로 도약할 수 있다. 해상·수중 킬체인을 구축한다는 것은 해군에게는 일종의 복음이다. 해상초계기, 이지스함, 잠수함을 더 많이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지대지 미사일로 북한을 타격하는 군사전략을 채택한다면 유도탄사령부를 갖고 있는 육군에게는 축복이 된다.

작년 3월 동해에서 이뤄진 북한의 노동미사일 발사시험과 올해 5월 북한이 신포 앞바다에서 실시한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시험은 한국의 안보주의자들 여론을 정확히 세 개로 쪼개버렸다. 그 중 한 가지는 북한의 노동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의 사드(THAAD) 요격체계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는 공군 예비역 장성들이 열광적인 지지를 보낸다. 그런가하면 육군 출신인 박휘락 국민대 교수도 여기에 가세한다. 또 다른 여론은, 이미 북한은 잠수함으로 배후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므로 사드와 같은 방어무기는 소용없고 지상·해상·수중 킬체인(kill-chain)으로 북한을 선제 타격하는 공격능력이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해군 예비역 장성들이 열광적인 지지를 보낸다. 전 통일연구원장 출신인 김태우 박사는 지대지, 공대지, 함대지 미사일로 구성된 '3축 타격체계' 이론을 제시하며 여기에 가세한다. 마지막 여론은 변화무쌍한 북한의 전략에 일일이 대응하는 사드나 킬체인과 같은 무기체계는 모두 소용이 없고,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억지력으로써 한국이 핵무장을 선택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과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정몽준 의원이 총대를 메고 있다. 여기에 최근 조선일보 양상훈 논설위원이 가세했다.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미사일 발사 장면 (사진출처: MDA)

그런데 이런 주장들 중 무엇이 옳은지 논의하는 건 의미가 없다. 북한은 한국의 군사전략을 잘 관찰한 후에 자신의 군사전략을 바꾸어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면 어제 옳았던 것이 오늘은 틀린 것이 되고, 내일은 또 알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다만 어떤 군사전략이 채택되느냐에 따라 더 많은 자원을 배분받을 수 있는 조직이 달라진다.

한국군이 사드를 도입하게 되면 한국 공군은 이제껏 육군에 대한 지원군으로서 보조적인 위치에 불과하던 위상을 탈피해 일약 중심군으로 도약할 수 있다. 해상·수중 킬체인을 구축한다는 것은 해군에게는 일종의 복음이다. 해상초계기, 이지스함, 잠수함을 더 많이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지대지 미사일로 북한을 타격하는 군사전략을 채택한다면 유도탄사령부를 갖고 있는 육군에게는 축복이 된다. 현무 1, 2, 3 미사일을 모두 구비하고 각종 감시정찰 자산을 확충함으로써 공군을 제치고 여전히 육군이 중심군으로 기능할 수 있다. 아직까지 군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는 주장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론 하나뿐이다.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기도 하지만, 전략 핵군을 창설해 장군 보직을 늘릴 수 있다는 계산법이 아직은 한국군에서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비핵 통상무기를 증강하면 부대가 창설되고, 지휘관 보직이 늘어나며, 국방비를 증액할 수 있는 아주 합리적인 이유가 되기 때문에 그들은 각자 취향에 맞는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기에 바쁘다.

그런데 미국은 이와 다른 계산을 한다.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전략목표를 고수하는 미국은 중국의 코앞에 사드를 배치하는 데 자존심을 건다. 그 표면적 명분이 중국 견제가 아닌 북한의 노동미사일 위협으로부터의 한국 방위이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의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위협 가능성을 일축하고 오직 노동미사일에만 시선을 집중한다. 5월 8일 북한의 SLBM 발사 시험에 대한 미 합참 제임스 윈펠드 차장의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서의 언급은 이렇다. "몇 주 전에 우리는 북한이 자신들의 SLBM 실험을 격찬하는 것을 봤다. 다행스럽게도 북한의 SLBM 수준은 북한의 영리한 영상 편집기술자들이나 선전꾼들이 희망하는 수준에 못 미친다. 북한이 SLBM 능력을 개발하려면 몇 년은 더 걸릴 것이다(And just a few weeks ago, we saw Pyongyang raving about a test of its 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 capability. Fortunately, they've not gotten as far as their clever video editors and spin-meisters would have us believe. They are years away from developing this capability)." 이런 미국의 관점으로 본다면 5월에 존 케리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 국무부차관보, 미 합참차장이 한 목소리로 한반도 사드 배치를 외친 배경도 이상할 것이 없다. 미사일방어(MD)를 통해 중국과의 대결승전에 대비한다는 게 미국의 확고한 전략이라는 사실은 미 합참의 국가군사전략서(NMS) 최신판이 이미 천명하고 있는 사항이다. 미국은 21세기의 패권 능력이 지난 20세기의 핵 공격능력이 아니라 핵미사일을 무력화하는 방어력에서 창출된다고 믿고 있다. 북극권 상공은 그러한 대결승전이 벌어지는 특설 링이며, 그 주변의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유럽 일부, 일본, 한반도는 특설 링을 에워쌓는 전략적 지점이 된다. 여기에 사드와 같은 요격체계를 배치해 미사일방어 네트워크로 묶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전략적 과제는 없다. 지정학의 정점이자 미사일 전쟁이 벌어지는 북극권에서 패권을 장악하는 필수불가결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한국 언론이나 전략가들이 3축 이론이나 킬체인에 대해 떠드는 걸 아마추어로 취급하는 미국의 시각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미래 군사전략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비라는 전략(戰略)이 아니라 강대국 정치와 조직의 이익이라는 정략(政略)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어떤 전략․정략이건 동아시아에서의 분쟁적 요인을 확대해 한국의 국방비를 대폭 늘릴 것이라는 사실에는 차이가 없다.

문제는 어떤 군사전략을 채택하든지 한반도 안보가 불안하다는 현실 그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이다. 어떤 무기를 배치해도 북한은 그에 상응한 대응전략을 개발하게 된다. 아마도 북한은 머지않은 시기에 원자력 잠수함을 개발하고 있다며 허풍을 칠 것이고, 최종적으로는 수소폭탄 개발을 위한 핵 융합시험에 성공했다며 전략적 극단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지금 슬쩍슬쩍 보여주는 노동미사일 시험이나 잠수함발사 시험은 단지 그러한 극단으로 가는 단면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면 그때 가서 또 무슨 군사전략을 새로 내어 놓는다한들 안보 자체는 더 악화될 뿐이다. 이것이 작금의 사드 논쟁이 허망한 이유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 이 글은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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