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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에서는 흰색 달걀이 사라지고 갈색 달걀이 지배하는가?

ⓒGetty Images/OJO Images RF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껍질이 하얀 달걀을 볼 수 없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달걀의 99%가 갈색이다. 미국은 정반대다. 미국의 슈퍼마켓에 가보면 흰색 달걀이 압도적으로 많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달걀의 껍질 색깔은 닭의 품종에 따라 결정된다. 대체로 털 색깔이 흰 품종의 닭이 하얀 달걀을 낳고, 갈색 품종이 갈색 달걀을 낳는다. 그렇다면 미국에는 흰색 닭이, 한반도에는 갈색 닭이 서식하는 것일까? 터무니없는 소리다. 오늘날 세계의 거의 모든 양계농가는 몇몇 글로벌 육종회사들로부터 알을 낳는 닭을 공급받는다. 흰 달걀을 낳는 닭을 들일지, 갈색 달걀을 낳는 닭을 들일지는 양계장 주인 마음이다.

영양성분에서는 갈색 달걀과 흰색 달걀 사이에 의미있는 차이가 없다. 어느 나라에 어떤 색깔의 달걀이 많이 유통되는지는 소비자들의 선호에 달려있다. 유색인종이 갈색 달걀을 선호하고, 백인들은 흰색 달걀을 선호한다는 속설도 있지만 별로 설득력이 없다. 미국의 육종기업 하이라인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에서도 갈색 달걀이 지배적이다. 유럽 안에서도 영국·이탈리아·아일랜드 등에서는 갈색 달걀이 압도적으로 많이 소비되고, 독일·네덜란드·스페인 등에서는 갈색 달걀과 흰색 달걀의 비중이 엇비슷하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갈색 달걀을 선호하게 된 건 ‘오해’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지난 2월11일 케이블방송 티브이엔(tvN)의 맛집 예능프로그램 ‘수요미식회’에서 “80년대 말, 90년대 초 갈색달걀이 토종란이라고 업자들이 ‘토종 마케팅’을 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달걀 생산·유통기업 조인㈜의 노준기 이사도 “‘신토불이’ 열풍이 불면서 갈색란이 토종닭이 낳은 계란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백색란 소비가 점차 줄었다”고 설명했다. 갈색 달걀이나 흰색 달걀이나 외래 품종 닭이 낳은 것은 매한가지다.

갈색 달걀보다 껍질이 얇아 상대적으로 깨지기 쉽고, 표면에 묻은 이물질이 눈에 잘 띈다는 점도 흰색 달걀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조인의 자료에 따르면 갈색 달걀의 껍질 두께는 약 0.6㎜, 흰색 달걀은 약 0.4㎜다. 노 이사는 “세척시설이 열악하던 시절에 백색란은 계분 등 이물질이 묻으면 갈색란보다 눈에 잘 띄어 지저분해보이고, 얇은 껍질 때문에 깨지는 비율이 높아 농가에서도 점차 외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척 및 운송 기술의 발전으로 흰색 달걀의 약점이 사라진 지금도 갈색 달걀을 고집할 이유가 있을까? 황교익씨는 “흰색 달걀이 훨씬 맛있다”고 단언한다. 노준기 이사는 “흰자 대 노른자 비율이 갈색란은 7:3, 백색란은 6:4다. 백색란이 노른자 비중이 높아 더 고소한 맛이 난다”고 말했다.

더 중요한 장점도 있다. 조인이 갈색 달걀을 낳는 로만플러스 품종과 흰색 달걀을 낳는 로만화이트 품종의 사료 섭취량을 분석한 결과, 로만화이트 품종이 평균 16% 가량 사료를 덜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료값이 덜 들 뿐 아니라, 적게 먹고 적게 배설하기 때문에 환경에 부담을 덜 준다는 것이다.

조인은 지난 2012년부터 이마트와 손잡고 ‘착한계란’이란 이름으로 흰색 달걀을 판매해왔다. 사료값이 덜 든 만큼 판매금액의 일부를 적립해 국내외 어린이 후원사업에 기부했다. 조인은 올해 들어 흰색 달걀을 낳는 로만화이트 품종을 3만마리에서 5만1000마리로 대폭 늘렸다. 흰색 달걀을 찾는 소비자들이 차츰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으로부터 흰색 달걀을 수입해온 주한미군이 지난해 연말 미국에서 유행한 조류독감의 영향으로 수입이 끊기자 이제 국내에서 흰색 달걀 공급처를 물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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