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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SNS·포털 감청 의무화법 발의되다

  • 허완
  • 입력 2015.06.01 17:43
  • 수정 2015.06.01 17:46
ⓒAlamy

이동통신은 물론이고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업자한테도 감청 협조 설비 구비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다. 법안대로라면 국가정보원과 검찰·경찰 같은 정보·수사기관들이 이동통신 가입자들의 음성통화를 엿듣고 데이터통화 내용을 엿보는 것은 물론이고,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톡’과 네이버의 ‘라인’ 같은 메신저를 이용한 대화내용도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새누리당 간사를 맡고 있는 박민식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12명은 1일 이동통신·인터넷·에스엔에스 사업자한테 감청 협조 설비 구비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설비 구비 비용은 국가 예산으로 충당한다. 법안은 감청 협조 설비 구비 의무를 위반하는 사업자에는 해마다 매출액의 3%까지 이행강제금을 물리는 처벌조항까지 담고 있다. 박 의원은 제안 이유를 통해 “이동통신 등에 대한 감청을 못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어려움을 넘어 국가안보 수호 및 국민의 생명 보호에 치명적인 위험요소다. 합법적 감청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해 1월 이동통신 사업자의 감청 설비 구축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인터넷과 에스엔에스 사업자한테도 감청 협조 설비 구축을 의무화한 게 다르다. 이동통신은 물론이고, 카카오톡과 라인 같은 메신저, 메신저 기능을 가진 게임, 이메일 등도 모두 감청 가능한 상태로 만들겠다는 것이어서, 국회 통과 가능성과 상관없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예상된다.

정보인권 보호 활동을 펴고 있는 시민단체 연합인 ‘사이버사찰긴급행동’은 성명을 내어 “에스엔에스 감청 의무화는 세계 최초다. ‘통신감청의무화법안’이라고 부를만하다”고 비판했다. 긴급행동은 이어 “지난해 7월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통신비밀에 대한 특별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기업에 자기 통신망을 감청 준비 상태로 의무화하는 것은 싹쓸이 감시 조치를 촉진하는 환경을 낳기 때문에 특히 우려스럽다’고 표명한 바 있는데, 박 의원 발의 법안은 이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활동가는 “박 의원 발의 법안은 국내 모든 통신서비스에 정보·수사기관을 위한 감청 장비 부착을 의무화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국민들 쪽에서 보면, 자신이 낸 세금으로 자신을 상시적으로 감청하는 장비를 다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긴급행동은 박 의원 발의 법안에 감청 오·남용 예방과 관리 감독을 위해 미래창조과학부 아래 7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된 ‘감청 감시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돼 있는 것에 대해서도, 미국과 독일처럼 국회와 법원이 아닌 미래부가 국정원과 검찰 등을 감독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사실상 정보·수사기관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하도록 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SNS 감청법을 발의하였습니다!규탄합니다!통신비밀보호법 개악을 막아주세요!http://antigamsi.jinbo.net/?p=368

Posted by 사이버사찰긴급행동 on Monday, 1 June 2015

업계에서는 지난해 10월 벌어진 ‘카카오톡 검열’ 논란‘메신저 망명’ 사태를 계기로 메신저와 이메일 등에 대한 감청 영장 발부가 법적으로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공방이 일고, 다음카카오와 네이버 등이 이를 빌미삼아 감청 영장 협조를 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선언하고 나서자, 정보·수사기관들이 새누리당 의원들을 앞세워 통비법 개정으로 대안을 찾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의원 쪽도 “메신저 사업자들이 법과 제도를 정비해줘야 협조할 수 있다고 하니 정비 작업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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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프라이버시 #미래창조과학부 #새누리당 #감청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