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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월 1500원 인상 재추진 : 성사 가능성은?

  • 허완
  • 입력 2015.06.01 15:22
  • 수정 2015.06.01 15:24
ⓒ한겨레

KBS가 1981년부터 동결된 수신료 인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나서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조대현 KBS 사장은 1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 제작비가 1981년에 비해 23배 급증했지만, 수신료는 35년째 동결됐다며,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수신료 현실화를 더는 늦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요지는 이렇다.

1981년 월 2천500원으로 결정돼 35년간 동결된 수신료를 1천500원 인상해 월 4천원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앞서 KBS는 2007년과 2010년, 2014년에 이사회 통과 등의 절차를 거쳐 '텔레비전 방송 수신료 인상 승인안'(수신료 인상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수신료 인상안은 2007년에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멈췄고, 2010년에는 문화체육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해 전체회의에까지 올랐지만 통과 되지는 못했다.

지난해 국회에 올라간 수신료 인상안도 현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이 안 역시 19대 국회 내에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KBS 수신료는 전기료에 포함돼 국민이 납부하고 있다. 이를 1천500원 인상하겠다는 것은 가구당 연간 1만8천 원을 더 내야 한다는 의미다.

그간 수신료 인상안이 매번 좌절된 것은 준조세 성격의 부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와 국민의 거부감 및 반발, 국민 부담을 의식한 국회 의원들의 반대, KBS가 광고를 포기하지 않고 수신료를 인상하겠다는 데 대한 케이블과 종편채널 등 다른 매체의 반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 BBC와 일본 NHK 등 세계적인 공영방송과 비교할 때 KBS의 수신료 비중은 턱없이 낮다는 게 KBS 측의 주장이다. 수신료가 전체 재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BBC가 74%, NHK가 96%인 반면, KBS는 2012년 기준 37.3%에 불과하다고 KBS 측은 설명했다.

조대현 KBS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수신료 인상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각국의 물가 사정을 반영해도 KBS의 수신료가 낮은 수준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14년 12월 기준 월 단위로 BBC는 2만550원, NHK는 1만1천923원, 독일(ARD·ZDF 등 4개사)은 2만3천777원, 프랑스(FT1 등 4개사)는 1만4천657원을 걷고 있다고 KBS측은 밝혔다. KBS의 2천500원보다 4.8~9.5배 많은 액수다.

BBC나 NHK가 국경을 넘어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데는 광고에 휘둘리지 않는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밑바탕이 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국내 학계나 시민사회단체도 공감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간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은 KBS 측의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 KBS의 공정성과 공영성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으며 ▲ KBS 2TV가 광고를 하는 것 등을 이유로 수신료 인상에 반대해 왔다.

특히 KBS가 수신료를 인상하기 위해서는 2TV의 광고를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수신료 인상안 반대논리의 핵심이다.

KBS도 이 같은 외부의 시선과 비판여론을 감안해 이날 기자회견에서 평일 프라임타임인 밤 9시부터 다음날 밤 1시까지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의 2TV 광고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광고 완전 폐지를 내걸었다.

이를 통해 연간 2천억 수준의 광고를 감축해, 그 광고분량이 갈수록 광고가 악화하는 신문과 방송업계로 유입돼 미디어 업계의 상생을 이끌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매체 다변화와 방송 기술 선진화 등 미디어 환경 급변에 대응하고, '차이나머니의 공습'에 맞서 제2의 한류 도약을 이끌기 위해서는 공영방송 KBS가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도 앞세웠다.

아울러 공영성 확보는 그간 KBS 수신료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거론됐던 사안이지만, 지난 10년 수신료 인상을 추진해오는 과정에서 하루가 다르게 치열해지는 미디어 환경에서 이제는 미디어 산업의 상생과 공영성 회복을 위해서는 수신료 인상이 절실하다는 게 KBS의 논리다.

조대현 KBS 사장은 "국내 제작사와 우수한 제작인력이 잇따라 중국으로 유출되고 있어 한류가 중국 한족의 한류(漢流)가 될까 우려스럽다"며 "공영방송이 한류 위기의 '대항마' 역할을 굳건히 하기 위해서라도 수신료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청자 복지를 위한 방송 서비스, 최소한의 공적 책무 수행 등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했다.

KBS는 수신료 인상을 통해 ▲ EBS 지원금 연간 164억 원에서 467억 원으로 확대 ▲무료 다채널 방송(MMS)을 통한 디지털 복지 실현 ▲다큐, 다문화, 장애인, 어린이, 고령층을 위한 공익적 콘텐츠 확대 ▲재난재해 구조 시스템 확충 ▲고품질 한류콘텐츠 제작 및 KBS월드채널 해외진출 강화 등 60개의 공적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공영성과 함께 수신료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거론됐던 공정성 확보에 대해 KBS는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각종 제도와 기구를 운영하고 있으며, 공정성 가이드라인을 상세하게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시 국민이 떠안게 될 부담을 국회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다 KBS가 프라임타임 광고는 포기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이 이번 19대 국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처리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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