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그 냉장고의 그 레시피는 진짜인가?(Q&A)

ⓒJTBC

당신은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 이 ‘햄릿적인’ 고뇌에 요즘 티브이는 명쾌한 해답을 내놓고 있다. 먹기 위해 살라는 것!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테이스티 로드>(티브이엔) 등)부터,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쿡방’(<마이 리틀 텔레비전>(문화방송) 등), 재료의 역사를 함께 소개하는 인문학적인 프로그램(<이욱정 피디의 요리인류키친>(한국방송2) 등)까지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 셰프들의 대결을 보여주는 <냉장고를 부탁해>(제이티비시), 농촌에서 세끼를 직접 해먹으며 ‘느린 삶’을 보여주는 <삼시세끼>(티브이엔) 등은 웬만한 예능프로그램 못지않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리브> 같은 요리전문채널을 제외하더라도, 지상파 3사,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등에서 방영 중인 요리 관련 프로그램만 20개 가까이 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시청자가 보는 것은 뺄 것 빼고, 보탤 것 보탠 결과물들이다. 보기만 해도 군침 도는 ‘먹방’의 세계 뒤편에는 시청자들에 말 못할 고충과 비밀도 많다.

■ 먹방남녀들, 진짜 맛있나요?

먹방 프로의 기본은 출연자들이 요리를 맛있게 잘 먹는 것이다. <테이스티 로드>는 2010년부터 시작했지만, 2012년 원년 멤버인 박수진에 김성은이 가세하면서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너무 잘 먹었기 때문이다. <식샤를 합시다>(티브이엔)는 서현진과 윤두준이 너무 맛있게 먹어서 드라마인데도 ‘먹방’으로 화제를 모은다. 김치찌개에 소주 한잔을 마시고, 곱창을 집어들고 후후 불며 흡입하는 것만 봐도 침이 꼴딱 넘어갔다. 이들은 정말 맛있어서 이렇게 먹는 것일까. <식샤를 합시다> 박준화 피디와 <테이스티 로드> 최정하 피디는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고 입을 모았다. 최 피디는 “하루에 서너집을 돌아다녀야 하는데 먹는 걸 워낙 좋아해서 본인들 입맛에 잘 맞을 때는 카메라가 꺼져도 먹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충은 있다. <식샤를 합시다>는 실제 소문난 맛집에서 촬영한다. 그 식당의 영업시간을 피해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 극중에서 아침과 점심 먹는 장면은 식당이 문을 열기 전인 오전 9시 정도에, 저녁 먹는 장면은 식당이 문을 닫은 이후인 밤 11시에 찍었다. 아침에 곱창 먹는 장면은 정말 아침부터 곱창을 먹었다. 거의 촬영 때마다 밤 11시에 ‘폭풍 흡입’을 했다. 서현진의 매니저는 “밤 11시에 먹는 장면 촬영이 있으면 촬영 때 맛있게 잘 먹기 위해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다”고 말했다. 박준화 피디는 “아무리 적게 먹는다고 해도 밥 한그릇은 먹어야 해 초반에는 서현진이 소화제를 갖고 다니기도 했다”고 전했다.

맛있게 보이게 찍는 노하우도 있다. 박준화 피디는 “배우들이 정말 맛있게 먹게 하려고 식당에 앉아 대화하는 신을 먼저 찍은 다음 먹는 장면을 마지막에 촬영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입만 무작정 클로즈업하지 않고 음식을 떠서 입으로 넣고 먹는 동선을 그대로 촬영하는 것도 시청자들이 맛을 상상하게 하는 노하우라고 한다. 그렇게 먹고도 여배우들의 몸매는 왜 그리 날씬할까. 최정하 피디는 “힘차게 하루 동안 먹고 나머지 날들은 운동하고 몸매 관리를 하더라”고 전했다.

■ 훈남 셰프들, 어떻게 찾아내나요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쏟아지면서 셰프가 예능의 대세로 떠올랐다.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 시대를 연 선발주자는 강레오와 레이먼 킴이다. 최근에는 최현석, 백종원, 이연복 등을 중심으로 20명이 넘는 셰프들이 따로 또 같이 등장해 인기를 끈다. <올리브쇼 2015> 신상호 피디는 “방송 나오고 싶어하는 셰프들의 요청이 굉장히 많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나 스타 셰프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피디들은 “요리 실력이 가장 중요하고, 개성도 있고 입담도 좋아야 한다”고 말한다. ‘허세 셰프’ 최현석, ‘백 주부’ 백종원처럼 셰프들도 캐릭터가 있어야 성공한다.

스타 셰프를 찾으려는 제작진의 노력도 눈물겹다. <냉장고를 부탁해> 성희성 피디는 “사적인 약속으로 들어간 음식점에서 요리가 맛있으면 주방을 두리번거리게 된다”고 말했다. 방송 출연을 하라고 하면 셰프들이 모두 두 손 들고 환영할 것 같은데, 셰프들끼리 대결 구도는 꺼린단다. 성 피디는 “프로그램 전 셰프 100명을 만났다. 샘 킴에게는 한번 거절당한 뒤 다음날 화환을 보내는 식으로 애교 작전을 펼쳤다”고 말했다. 셰프 스타 만들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작용도 생겨난다. 최근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한 셰프는 잘생긴 얼굴과 화려한 스펙 등이 화제가 됐지만, 방송에서 선보인 요리의 맛이 떨어져 구설에 올랐다.

이들은 대부분 본인이 식당을 운영하거나, 식당에서 총괄 셰프로 일한다. 셰프들의 방송 출연이 잦아지면 그 식당의 요리 맛은 떨어지지 않았을까. <인간의 조건-도시농부>에 출연 중인 정창욱 셰프의 경우, 본인 식당을 예약제로만 운영해 촬영이 있는 날은 아예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최현석 셰프는 “(본인이 총괄셰프로 있는 식당에) 파스타, 스테이크 등 분야별로 10~20년 된 팀장이 있다”고 방송에서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방송 출연이 너무 많아지면, 아무래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있다. 그나저나 셰프는 왜 대부분 남자일까. 남자 셰프만 11명이 출연하는 <올리브쇼 2015> 신상호 피디는 “현업에서 남자 셰프 비율이 9대 1로 여자 셰프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 그 냉장고, 그 레시피 진짜예요?

<냉장고를 부탁해>는 초대손님의 냉장고 속 재료로 요리를 만든다. 그래서 그들이 집에서 사용하는 냉장고를 녹화 스튜디오에 운반해 둔다. 출연하는 연예인이 냉장고를 운반하기 전에 미리 다양한 재료를 채워 넣지는 않을까. 성희성 피디는 “작가들이 사전 인터뷰 등을 하러 집을 방문해 냉장고 속 사진을 찍어 증거자료로 남겨둔다”고 말했다. <냉장고를 부탁해>처럼 셰프들이 냉장고 재료를 본 뒤 메뉴를 바로 정하거나 <삼시세끼>처럼 즉석에서 요리를 해야 하는 구성이 많아지면서 셰프들의 순발력도 중요해졌다. 이들에게 혹시 미리 재료와 요리법을 알려주지는 않았을까. 성희성 피디는 “셰프들은 녹화장에서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 재료들을 알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약간의 시간은 있다. 성 피디는 “냉장고 속 재료를 공개하고 요리에 들어가기 전 카메라 위치 등을 바꾸는 세트 조정 시간이 30분 정도 있는데, 셰프들이 그 시간에 레시피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삼시세끼>의 한 출연자도 “촬영장에 가기 전까지 뭘 해 먹을지 알려주지 않더라”고 말했다.

■ 맛집 소개, 믿을만한가요

맛집 소개는 가장 오래된 요리프로그램 형식이다. 리포터가 찾아가 맛을 보며 극찬만 퍼붓던 전형적인 형식에서, 이제는 <수요미식회>(티브이엔)처럼 요리별로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프로그램까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요리프로그램이 범람하면서, 한달에 방송에 소개되는 맛집만 수십개다. ‘진짜 맛집’을 찾아내야 하는 제작진의 머리는 더 아파졌다. <찾아라 맛있는 티브이>는 몰래카메라 형식을 도입해 전문가들이 손님처럼 가장해 맛을 본 뒤 솔직한 평가를 내놓는다. <수요미식회>는 칼럼니스트, 셰프, 기자 등 요리전문가들의 추천을 받는 등 몇번의 검증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식샤를 합시다> 박준화 피디는 “드라마지만 진짜 맛집을 등장시키려고 작가진에게 회식비를 주며 진짜 맛집을 찾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문화 #셰프 #먹방 #냉장고를부탁해 #수요미식회 #삼시세끼 #스타셰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