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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코리아 인터뷰]한 달에 한 도시: airbnb로 여행하기

  • 김병철
  • 입력 2015.06.01 10:25
  • 수정 2015.06.01 18:21

"종민씨, 소고기 좋아해요? 아르헨티나 소고기가 그렇게 맛있다는데 나중에 같이 먹으러 갈래요?"

김은덕-백종민 커플은 결혼 전 세계여행부터 약속했다. 그리고 결혼 1년여 후인 2013년 3월 이들은 '기내용 가방' 2개를 들고 아르헨티나 소고기를 먹으러 떠났다.

여행 콘셉트는 '한 달에 한 도시'로 정해 약 2년 동안 24개 국가, 25개 도시에서 머물렀다. 둘은 관광객과 생활인의 언저리에 있는 여행기를 블로그에 올렸고, 이를 모아 책도 냈다. 한 달에 한 도시: 유럽편 / 남미편 / 아시아편(출간 예정)

숙소는 현지인의 집이나 방을 빌리는 airbnb를 이용했다. 덕분에 현지인의 삶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고, 비용도 줄일 수 있었다.

2015년 4월, 2년 1개월만에 한국에 돌아온 이들을 지난 11일 만났다. 여행기는 이들의 책에서 읽으면 된다. 나는 가능하면 그 외에 것들을 주로 물었다.

참고로 가장 궁금할 여행예산은 4000만원이다. 이들은 전세금 7000만원을 빼, 3000만원은 국민연금·보험료 등 고정 지출비로 묶어놓고 떠났다. 4000만원이 많아 보이지만, 2년으로 나누면 사용 가능한 돈은 월 166만원, 하루 5만원 남짓이다.

1. 여행 준비

- 신혼여행은 어떻게 다녀오셨어요?

백종민(백) : 2012년 5월5일 결혼하고 다음날 출발했어요. 2주간 런던, 이스탄불, 홍콩을 다녀왔는데, 이때 에어비앤비를 처음 이용했어요.

김은덕(김) : 한국 론칭 전이에요.

백 : 런던에서 처음 이용했을 때는 모험이었어요. 한국어 이용 후기도 없을 때니까요. '한 번 해보자'해서 갔는데 뭐랄까. 호스트와 관계를 맺는 여행도 색 달랐고, 가격 자체가 메리트가 있었죠.

- 세계여행 준비 과정을 좀 설명해주세요.

백 :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세계여행을 결정했어요. 그리고 1년 동안 준비를 한 거죠. 도시를 정하고, 도시 별로 어떤 공연을 하는지 알아봤어요.

김 : 부모님께 통보도 했고요.(웃음)

백 : 영어 공부를 했어요. 언어는 제가 맡고 있거든요. 6개월 동안 새벽에 영어 학원을 갔다가 출근했어요.

김 : 생전 처음 영어 학원을 다닌 거에요. 저희 둘 다 토익 시험을 본 적이 없어요. 공인된 점수 없는 사람들이 발등에 불이 붙어서 새벽반을 다닌 거죠.

- 여행 일정을 모두 다 정해놓고 간 거에요?

김 : 유럽, 남미, 아시아를 8개월씩 2년을 간다는 큰 계획은 정했어요. 세부 일정은 유럽까지 준비했고요.

백 :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가는 것(도시, 항공권 포함)까지는 다 했어요.

김 : 우리가 돈이 얼마 없어서, 철저하지 않으면 새거든요. 그런데 공연 욕심이 있어서 공연은 조기 예매했어요.

백 : 조심해야 할 게 저가 항공사는 저렴해서 좋지만 예매를 다 했는데도 통보 없이 취소되기도 해요. 발권 전까지 직접 확인해야 해요.

- 책을 보면 여행경비 마련을 위해서 외식을 안 하셨다고 나와있어요.

백 : 소비를 최소화하면서 다 모았어요. 외식도 금지했는데 2주에 한 번씩 치킨은 먹었어요. 약속은 독서 모임 외에는 잘 잡지 않았고요.

- 또 어떤 준비가 있을까요?

김 : 여행을 준비할 때 저희가 32, 33살이었어요. 결혼도 했고, 너무 불안했죠. 어쨌든 다녀와서 1인출판, 독립출판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도서관 여행 책은 다 읽었어요. 한 번 죽 훑고, 정해진 유럽 도시에 대한 인문서적도 다 읽었어요. 사람도 안 만나니까 일 끝나고 한 거죠.

백 : 친구가 없어요.(웃음)

- 도시를 결정하는 기준은 뭐에요?

김 : 유럽은 무조건 공연과 전시, 문화를 많이 볼 수 있는 곳이었고, 남미는 경제, 문화적 연결성이 높은 브라질과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칠레가 있는 남쪽 '서더콘' 지역에 있었어요.

백 : 주로 남미 여행자들도 볼리비아, 에콰도르, 콜롬비아 쪽을 가는데 저희는 관광지가 목적이 아니니깐 경제적 특이성을 보이는 '서더콘' 지역으로 갔어요.

- 여행 정보는 어떻게 구해요? 기존에 책을 다 읽고 가나요?

백 : 은덕은 한국어 블로그를 많이 보고, 저는 외국 블로그를 많이 봤어요. 그리고 기본 정보만 얻고, 가서는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봐요.

- 1년 동안 준비한 건데, 막상 떠날 때 느낌은 어때요?

백 : 공항 가는 순간까지 '야 신난다'였고요. 첫 도시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가서는 1, 2주 동안은 뭘 해야 할지 방향을 못 잡았어요. 기록을 해야 하는데 방향을 못 정한 거죠. 어느 날 둘이 카페에서 이야기하다가 '블로그에 글을 쓰고 그걸 매거진으로 만들어보자'고 해서 시작한 게 '블로그진(Blogzine)'이에요. 그 원고를 모아서 책을 내기로 계약한 거고요.

김 : 이탈라아 피렌체에서 기획안을 만들어서 출판사에 보냈어요. 운이 좋게도 잘 됐고요.

백 : 계약을 맺고 가면 좋겠지만, (저희가) 뭔가 만든 후에 하고 싶었어요.

김 : 미리 계약을 하고 가면 저희 의도대로 안 될 수도 있잖아요. 여행 석달 한 후에 이제 기획안을 내도 되겠다고 판단한 거죠.

2. 여행 중

- 여행 준비할 때와 여행 중에 언제가 더 좋아요?

백 : 여행 준비는 당연히 즐겁고요. 초반엔 설렘에 즐거웠는데, 3달 후인 피렌체부터 저희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어요. 안다고 생각하고 결혼했는데 24시간 붙어 있던 적은 없잖아요. 이 사람이 말하고 생각하는 게 나와 부딪치는 게 많아져서 싸우기 시작했어요.

김 :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요. 종민은 여행 중 나와 싸웠을 때가 그 때 였대요. 나는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요.

백 : 1년 6개월은 싸우다가, 아시아로 넘어가면서 다툼의 강도가 약해졌어요. 이전엔 몰랐는데 너무 달랐던 거죠. 이혼까지도 생각했어요.

- 여행에 대해 좀 물어볼게요. 관광지는 아예 안 다닌 거에요?

백 : 가긴 갔어요. 그런데 관심도 없는데 가이드북 때문에 가야 할 것 같은 곳은 싫었어요.

김 : 그 중 가고 싶은 데만 갔어요. 그리고 한 곳에 가면 거의 반나절 동안 있었고요.

- 런던 영국박물관, 파리 루브르박물관 같은 곳은요?

백 : 영국박물관은 제가 좋아서 주구장창 있었어요.

김 : 좋으면 한 이틀에 한 번 꼴로 가요. 하루 종일 있는 곳도 있고요.

백 : 저희가 2년 내내 24시간 붙어 있었는데, 박물관 미술관 등에선 따로 다니기도 했어요.

- 한 도시에 한 달 동안 있으면 패턴이 어떻게 돼요?

백 : 4주라서 4단계로 나뉘어요. 첫 주는 동네 주변만 돌아다녀요.

김 : 동네 슈퍼, 재래시장은 어디 있고, 동네 ‘맛집’은 어디 있는지 호스트에게 물어봐서 다니는 거죠.

백 : 둘째 주엔 외연이 넓어져요. 예를 들어 망원동만 돌아다니다가 마포, 셋째 주는 서울시 이렇게요.

김 : 넷째 주는 당일치기로 다른 도시를 다녀오기도 하고요.

백 : 마지막 주엔 그 동안 인연을 맺은 단골과 인사를 하고, 호스트와 식사도 해요.

- 보통 에어비앤비는 열쇠 줄 때 빼고 호스트와 만날 일이 없잖아요.

김 : 한 달이라 가능한 것 같아요. 일주일이라도 게스트는 짧은 시간 동안 자기 스케줄이 있고, 호스트도 많은 사람이 오고 가니깐 정을 주기 어렵고요. 그런데 한 달이면 얼굴 부딪치지는 시간이 늘어나니까 밥이나 술을 먹으면서 정이 들이 들어요.

주인한테 '우리는 24개월 동안 24명의 호스트를 만나는 과정에 있다. 당신은 특별합니다'라고 해요. 그러면 상대방도 너네는 '다른 게스트구나'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친해진 것 같고요.

- 여행에선 호스트, 택시기사처럼 관광업 종사자들을 만나는 게 대부분인데요. 한 도시에 한 달씩 있으면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되나요?

백 : 저희는 주로 관광지가 아닌 곳에 있어서 대하는 태도가 달랐어요. 관광지에선 많은 관광객 중에 하나인데, 우리는 동네에 갑자기 나타난 이방인이죠. 피렌체 동네에 생판 못보던 동양 꼬맹이 둘이 나타난 거에요. 처음엔 경계하다가 궁금해지는 거죠. 말도 걸어보고, 맛있는 게 있으면 조금 떼서 주기도 하고. 잠깐 그 동네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간접체험하고 빠지는 것 같아요.

- 한 달이 짧은가요 아니면 긴가요?

백 : 여행과 생활의 경계로는 적절한 것 같아요. 한 달이 넘어가면 아예 생활자가 되는 것 같고.

김 : 호스트도 한 달이니깐 너무 질리지 않고 잘 해준 것 같아요.

- 기존의 일상 중 가장 벗어나고 싶었던 게 뭐였나요?

김 : 저는 소화불량을 달고 살았어요. 맨날 체하고, 활명수, 정로환 이런 걸 달고 살았어요. 일요일이 되면 회사 가기 싫어서 울렁울렁했고요. 어떻게 다녔나 모르겠어요. 여행 가니까 너무 좋은 거에요. 내 세상인 거에요. 어떻게 살았나. 이 정도까지 힘들면 그만 뒀어야 하는데... 다른 기준이 없으니깐. 여행 나오니까 '그게 정말 나한테 안 맞는구나'를 깨달았어요.

백 : 이런 이유로 그만 두고 여행을 간 거는 엄살이 심한 건데요. '나인 투 식스' 삶도 싫었는데, 나의 일상의 에너지 대부분을 회사에 쏟는 게 싫었어요. 그 에너지를 나한테 쏟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회사에 다 빼앗겨서 퇴직하고 나면 다 없잖아요.

- 호텔과 에어비앤비의 장단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김 : 호텔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웃음)

백 : 저희도 돈 있으면 호텔에 갔을 거에요.

김 : 프랑크푸르트에서 자봤는데 내 몸 쉬기에는 오성급 호텔만한 게 없어요. 남의 집을 전전하다가 한 번 쯤 자보면 그렇게 좋을 수 없어요. 뽀송뽀송한 이불. 아~

백 : 아무도 안 보이는데 다 정리되어 있잖아요.

김 : 수영장 있고, 돈 있으면 당연히 가죠.

백 : 그래도 단점은 인간적인 교감이 없잖아요. 한 달 있으면 심심할 거에요.

- 에어비앤비는요?

백 : 남의 집이라는 생각은 잘 안 들어요. 익숙해지니깐 어디를 가든 편한데 호스트에 따라 기복이 심해요. 어떤 호스트는 잘 맞고, 누구는 안 맞기도 하고요.

김 : 여행에서 숙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되게 크더라고요. 특히 호스트와 안 맞으면 그 도시에 대한 인상까지 바뀌어서 떠나게 돼요.

백 : 집 컨디션보다 호스트가 어떤 사람이냐가 더 중요해요. 2년을 여행하면서 써보니까 감을 잡은 거에요. 처음 한두 번 이용한 사람들은 모를 거에요. 에어비앤비가 광고하는 대로 인간적인 교류를 원해서 갔는데 숙박업으로 하는 곳도 있어요.

- 에어비앤비가 좋은 의도의 공유경제로 시작했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기존 숙박업 시장을 침범하는 건 사실이에요. 실제 숙박업자들의 탈세 창구로 이용되기도 하고요.

김 : 세금을 내야 하는 건 맞다고 봐요. 호스트들도 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내겠다고 하고요. (도시마다 불법 여부가 다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합법화 되겠죠. 이용자 입장에선 합법, 불법 문제보다는 에어비앤비 숙소 이웃들과 어떻게 잘 지낼 것이냐가 더 고민이에요. 예를 들어 불법이라고 했을 때 동네 이웃들이 게스트도 이상한 눈으로 봐요. 어떻게 하면 이 이웃들도 같이 잘 지낼 수 있을까. 우리가 이제 호스트 역할을 하면 고민이 생기겠죠.

그래서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아무래도 낯선 이들이 오고 가고, 공동구역에 쓰레기 하나라도 더 버려질 수 있잖아요. 이웃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계단을 청소한다거나 그런 고민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 에어비앤비로 이웃과 공생할 수 있을까.

백 : 아, 이 얘긴 꼭 하고 싶은데요. 저희가 에어비앤비 도움을 하나도 못 받았는데, 돈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슬퍼요. (저희가)마치 광고하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제발 지금이라도 협찬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웃음)

3. 여행 후

- 세계여행을 하는데 아이에 대한 고민은 없었어요?

백 : 나가보면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요. 대체로 서양사람들이지만 정말 젖병 든 갓난아이도 있고요. 저런 환경 속에 노출되면 병에 걸리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에요.

김 : 애들이 흙 먹고 있으니까.(웃음)

백 : 불가능한 건 아닌데 우리가 표본이 없어서. 우리가 안 해보고 관찰자 시점에서 해봤으니 그건 모를 일이죠.

- 한창 일할 나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불안하거나 그렇진 않아요?

김 : 지금 생각하면 그 불안감이 뭐라도 하게 했던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돈도 없고, 그 불안감이 내가 무엇을 계속 하게 한 거죠. 블로그진에 글을 쓴다거나 책 계약을 한 것도 다 그게 바닥에 깔린 거에요. 완벽하면 내려놓기 힘들었을텐데 없는 상태에서 한 거니까요. 결혼식부터 생각하면 모든 게 다 그 돈 쓰기 아깝고, 부모님에게 의지하기 싫어서 그렇게 한 거에요.

2012년 5월 결혼한 이 부부는 '예식장 결혼식'을 거부했다. 대신 홍대의 한 인도 레스토랑에서 가까운 이들만 불러 작고 소박하게 치렀다.

이건 그들의 결혼 선언문이다.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우리가 선택한 배우자와 평등한 관계를 이루고 우리만의 가정을 이끌어 나갈 뜻을 밝히고자 <결혼 선언문>을 발표합니다.

하나

우리는 남편과 아내이기 이전에 독립된 개체로서 평등한 관계로 살아갈 것입니다.

의견이 달라 다툼이 일어날 때에는 잠적하거나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부모님들께서도 절대 문을 열어 주지 마시기 바랍니다.

집으로 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생의 목표를 평수를 넓히는 데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세계여행의 꿈을 실현해 아르헨티나로 떠나 1인분에 1kg이라는 소고기를 맘껏 먹을 것입니다.

다섯

현재 자리에 참석 중인 모태솔로(태어난 후 연애 경험이 전무한 신인류)와 독거노인(30대 이상 미혼으로 독립생활 중인 남녀)들과 더불어서 살아갈 것입니다.

여섯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은덕=매년 태국에서의 휴식, 충분한 취침 시간 확보/종민=카페에서의 잉여짓, 구글 스케줄 관리)을 이해하며 살겠습니다.

일곱

성공보다는 개인의 행복에 가치를 두겠습니다. 일할 때는 최선을 다하겠지만 일이 삶의 전부가 되는 것을 경계할 것입니다. 아울러 일 때문에 서로에게 소홀해지지 않겠습니다.

여덟

무엇보다 우리는 상대방의 덕을 보기 위해 결혼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예단, 예물 등의 절차는 생략하며 살면서도 남들 눈을 의식하기보다는 우리만의 가치를 지키며 합리적인 생활을 지향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첫 시작이 지금 여러분이 보고 계시는 우리의 결혼 방식입니다.

아홉

상대방을 향한 비난과 힐난을 경계할 것입니다. 비난과 힐난이야말로 서로에게 가장 많은 상처를 준다는 것을 알고 대화와 배려로 대할 것입니다. 실아 가는 동안 한없이 아름다운 순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칼끝을 세워 치열하게 싸우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 순간이 바로 서로에 대한 애정 혹은 애증의 순간임을 기억할 것입니다. 매 순간 서로에게 무관심으로 등 돌리지 않도록 노력하고 이해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물질적인 효도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효심으로 부모님을 섬기며 살아가겠습니다.

청첩장 대신 둘의 이야기를 담은 청첩북을 만들고 웨당사진, 예물, 예단 모두 생략한 그들의 작은 결혼식은 책 '어떤 결혼식'에서 확인할 수 있다.

4. 서울 여행

여행에서 돌아온 이들은 최근 서울 마포 망원동에 보증금 1000만원, 월세 60만원짜리 전세집을 구했다.

- 여행 후엔 어떤 삶을 구상하고 계세요?

백 : 저희 새롭게 시작했어요. 여행 다녀오니까 (은행)잔고가 ‘빵’이더라고요.(웃음)

김 : 500만원은 책 인세로 내고, 500만원은 엄마한테 빌렸어요. 이제 월 60만원을 해결해야 돼요. 방 하나는 에어비앤비로 내놓을 거고요. 보험료, 식비가 필요한데 최소한의 소비만 하면서 살기로 했어요. 이름은 '돈 없는 부부의 우아한 서울살이'로 정했고요.

- 구체적으로 어떤 거죠?

백 : (서울에서도)계속 여행을 이어가는 거에요. 지출 비용이 여행 때와 똑같아요. 여행 전엔 서울이라는 공간을 싫어했어요. 그런데 돌아와 보니깐 서울이 다시 보이더라고요.

김 : 이곳은 어떤 곳인가 다시 보게 됐죠.

백 : 서울이라는 공간이 싫은 것보다, 지하철에 실려서 출근하고 회사에서 온갖 어려움 속에서 일을 하고, 다시 집에 돌아오고. 사실 서울이 싫은 게 아니라 나의 '서울 삶'이 싫었던 거에요. 이 친구(은덕)가 합정에서 교대로 출근했는데 당산 철교를 지나면서 한강을 본 적이 없다는 거에요. 자기 삶에 지쳐서 주변 환경을 보지 못한 거죠.

김 : 서울을 다시 한 번 살펴보려고요. 그리고 휴대폰 없이 살거에요. 비싼 통신비 내지 않고, 매달 선불칩 사서 수신만 하려고요. 반경 5km 안에서는 걸어 다니기로 했고, 머리는 이발기(일명 바리깡)로 자르면 돼요. 카페, 술집, 음식점도 가능하면 안 가고, 사람들은 집에서 만나려고요. 이렇게 소비 안 하고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지 않을까요?

백 : 집 앞의 작은 공원 같은 곳을 그렇게 만들고 싶어요. (결국) 소비를 최소화하겠다는 거에요.(웃음)

김 : 거창한 건 아닌데요. 우리는 어쨌든 시스템 안에서 놓여진 사람이잖아요. 최종 단계는 돈인 것 같아요, 돈. (그렇지만)내가 바뀜으로써 세상이 조금이라도 바뀌지 않을까.

백 : 일상을 즐기면서도, 없어도 되는 걸 줄이고 싶어요. 홈쇼핑에 나오는 것들. 필요하지 않은데 필요한 이유를 찾는 것들 있잖아요.

[김은덕-백종민이 뽑은 살고 싶은 도시 5]

1. 터키 이스탄불

이스탄불은 신혼여행으로 갔고, 여행가면서 한 번, 돌아오면서 한 번 더 갔어요. 그들의 환대가 저희를 계속 끌어요. 첫 에어비앤비 호스트의 부모님 집에 간 적이 있어요. 자기 손님, 자식들처럼 대해주니깐 갈 때마다 그 분들을 찾게 돼요. 그 친밀감이 엄청나더라고요. 다시 돌아가고 싶은 내 집처럼.

2. 스페인 세비야

하몽 때문이에요. 너무 너무 좋아서 하몽 다리를 하나 사서 들고 다닐 생각을 했어요. 세비야가 안달루시아 주도라서 고유의 문화를 볼 수 있어요. 느긋하고 유쾌한 도시에요.

3. 볼리비아 따리하

너무 아름다운 곳이에요. 볼리비아가 고도가 높고 척박한데 따리하는 해발 2천 미터 정도라 숨쉬기 괜찮고 기온도 온화해요. 포도가 생산돼서 와인이 있고, 하몽과 치즈가 있어요. 고도가 낮으니깐 사람들도 덜 예민해요. 푸근하고 와인이 나와서 좋죠.

4.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저희가 처음 여행 가게 된 계기가 아르헨티나 소고기잖아요. 소고기는 말할 것도 없고, 음식이 장난 아니에요. 100년 전에 대거 이주한 이탈리아 사람들이 음식을 다 가지고 갔어요. 그리고 남미의 파리라고 할 정도로 문화 유산이 많고요. 문화는 사라지는 게 아니잖아요. 향유 할 수 있는 곳에요.

5. 대만 타이페이

(백종민)제가 중국에서 4년을 살았는데 대만은 일본 느낌이 있는 깨끗한 중국 같아요. 아름다운 중국의 이미지가 있고, 유교문화의 사람들이 예의도 바르고, 그리고 일본 문화를 받아들여서 아기자기하면서도 깔끔한 소비재들이 있어요. 저는 두 번 갔는데 너무 좋았어요.

[장기여행자가 챙기면 좋은 의외의 물건 5가지]

(김은덕-백종민 부부가 직접 쓴 글이며, 이미지는 예시용이다.)

1. 전기밥솥

1~2인용 사이즈 밥솥은 부피와 무게를 고려하더라도 ‘한 달에 한 도시’ 여행자에게 요긴한 아이템이다. 높은 현지 물가를 견디기에는 직접 요리를 해먹는 것이 제일인데 그 때마다 진가를 발휘한다. 유럽에서 비교적 저렴한 고기를 구워 밥과 함께 먹으면 한 끼로 더할 나위 없다.

*온라인을 통해 1~2인용 밥솥을 검색하면 수많은 상품이 있다. 제품 간 성능 차이는 크게 없으니 작은 사이즈 제품을 구매하면 좋다.

2. 전기장판

장기여행자가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이 개인 건강인데 간혹 감기 기운이 돌 때 이만한 아이템이 없다. 한국 사람은 등 따시게 하고 하루 자면 웬만한 병은 낫는다.

*2인용 이상 제품은 여행 중 큰 짐이 된다. 1인용 장판을 추천하고 부피와 무게를 더 줄이고 싶다면 전기 방석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3. 귀마개

코골이가 심한 동행을 두었거나 소음에 예민하다면 꼭 하나 챙기길 바란다. 미쳐 챙기지 못했다 하더라도 유럽 국가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단, 남미를 목적지로 두었을 경우 반드시 한국에서 구매!

*수영장에서 귀마개로도 사용할 수 있는 실리콘 재질을 추천.

4. 배낭 대신 캐리어

이동의 횟수가 적고, 도로 상황이 좋은 곳 위주로 움직이면 캐리어가 더 좋다. ‘한 달에 한 도시’ 여행은 한 번 숙소를 잡으면 한 달 가량은 큰 이동이 없어 캐리어를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배낭이라는 아이템이 주는 낭만보다 캐리어가 주는 실용성에 주목하자.

*도시 간 이동 시 15리터 이하의 소형 배낭과 캐리어 조합을 추천한다.

5. 담요

담요는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기능을 담고 있다. 공원에 돗자리 대신 펴놓고 시간을 보내도 좋고, 추우면 이불 대신 써도 좋다. 또한 짐 쌀 때 파손 위험이 있는 물품의 보완재 기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우리는 가끔 우산 대신 사용하기도 했다.

*순면 종류를 추천한다. 여행지 시장에서 중고로 구매하여 사용하다가 여행 뒤에는 기념품으로 간직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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