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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시작과 끝, 비행기 안에서 대접 받는 에티켓 7

  • 박수진
  • 입력 2015.06.01 05:34
  • 수정 2017.07.26 09:46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신혜은

글쓰는 전직 승무원, 책 '낯선 바람을 따라 떠나다' 저자

한국관광공사에서 밝힌 2014년 우리나라의 내국인 출국자 수는 1,607만 명. 전체 국민이 5,000만 명을 웃도니 3명 중 1명꼴로 해외여행을 하는 셈이다. 마음만 먹으면 비행기 타는 일이 어렵지 않은 요즘에도, 여행을 떠난다는 흥분과 방문국가에 대한 이해부족이 맞물려 해외에서 추태를 부리거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도 증가하고 있다.

잘못된 행동 하나로 나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깊게 주고 올 수도 있는 일. 그러나 기본적인 여행 에티켓과 세련된 매너를 보여 준다면 세계 어디에서도 기분 좋게 대접받을 수 있다. 필자가 7년 동안 승무원으로 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당신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기내 에티켓을 소개한다.

1. 안전벨트 표시 사인을 준수하자.

기내에서 안전벨트는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 또 불안정한 기류를 만났을 때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다. 지상이라고 해도 비행기의 안전벨트 표시등이 꺼지기 전에 안전벨트를 풀거나 움직이면 안 된다. 성질 급한 사람들은 비행기가 땅에 닿고 움직임이 느려질 때면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꺼내기도 하는데 무거운 가방이 다른 사람의 머리 위에 떨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다. 안전벨트 사인이 꺼질 때까지 절대 선반을 열지 말고 여유롭게 기다리자. 어차피 비행기 문이 열려야 나갈 수 있다.

2. 얇은 양말이나 슬리퍼를 준비하자.

비행기에 타면 신발과 양말부터 벗는 승객들이 있다. 자기는 모르겠지만 고약한 냄새가 나는 데다 비위생적이기도 하다. 기압이 낮은 기내에서 발이 부어올라 불편하다면 미리 깨끗한 새 양말이나 슬리퍼를 준비하도록 하자. 혹시나 기내에서 만난 썸남썸녀에게 지저분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3. 도움이 필요할 땐 서비스 버튼을 누르자.

기내 통로를 다니다 보면 옷자락을 잡아끌거나 팔다리를 꾹 찌르는 승객이 있다. 공공장소에서 모르는 사람과의 신체 접촉은 최소화하는 게 좋다.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승무원을 부르거나 좌석 팔걸이에 있는 서비스 버튼을 이용하자. 가끔은 갤리로 내려와 승무원들과 담소를 나누며 필요한 것을 직접 가져가는 것도 좋다. 혹시 아는가? 그렇게 친해진 승무원이 의외의 것들을 챙겨줄지.

4. 큰 소리로 떠들거나 자리를 옮겨 다니지 말자.

승무원에게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것은 단체여행객. 단체 속에 개인을 감추고 음주가무를 즐기며 고성을 부르짖는 승객은 정말이지 통제하기가 힘들다. 비행기에서는 자리를 옮겨 다니며 소리 지르고 화투를 치는 관광버스 모드는 잠시 꺼두길 바란다. 자칫 도를 넘었다가는 기장님의 특별관리에 들어갈 수도 있다.

5. 앞뒤 다른 승객들을 배려하자.

기내는 매우 좁은 공간이다. 이코노미석은 더욱 그렇다. 원하든 원치 않든 나의 작은 행동들이 앞뒤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등받이를 젖힐 때는 천천히, 식사 중에는 제자리로 돌려놓자. 양말 벗은 맨발을 앞좌석 팔걸이에 걸쳐놓거나, 앞좌석 등받이를 손으로 치고 붙잡는 행동을 조심하자.

6. 매직 워드(magic words)를 쓰자.

비행기 안은 다양한 국적과 문화의 사람들이 밀집된 공간이다.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상황에 맞게 "Excuse me", "Thank you", "Sorry", "Please"라는 말을 해보자.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질 것이다. 목소리가 크면 이긴다는 인식은 해외에서는 안 통한다. 오히려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때와 상황에 적절한 표현이 나를 더욱 세련돼 보이게 한다.

7. 항공사 승무원들에게 매너있게 대하자.

한국 사람이라면 다 친절하고 예의 바르다고 생각하는 외국인 동료들에게 가장 민망했던 순간은 욕설을 내뱉으며 고함을 지르던 한국 손님을 코앞에 두고 있을 때였다. 이륙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승무원이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우리는 엔지니어도 아니고 항해를 하는 기장도 아니다. 비행기가 목적지에 빨리 도착했으면 하고 가장 고대하는 사람은 승무원이다. 준비된 식사 메뉴가 떨어졌다고 고도 36,000피트 위에 떠 있는 하늘에서 식재료를 조달할 방법도 없다. 제발 승무원이 하늘 위의 하나님이라도 된 양 무리한 요구를 하지 말자. 미운털 박혀봐야 좋을 것 하나 없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오르면 여행의 설렘도 커진다. 목적지에 도착해 각자의 길로 흩어지기까지 비행기 안에 탄 사람들은 어찌 됐든 나와 함께 하는 여행의 동행자다. 작은 배려의 마음만 있다면 짧게는 한 시간부터 길게는 16시간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비행시간도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호감 가는 승무원이나 승객을 발견했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주자. 짐 들어주는 남자는 대체로 멋있으니까.

필자 신혜은은 전직 에미레이트 항공사 승무원이었고 현재 여행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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