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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째 메르스 환자 확인 : 구멍 뚫린 방역체계

  • 허완
  • 입력 2015.05.30 08:17
  • 수정 2015.05.30 08:25
Colorized scanning electron micrograph of Middle Eastern Respiratory Syndrome virus particles attached to the surface of an infected VERO E6 cell. Credit NIAID
Colorized scanning electron micrograph of Middle Eastern Respiratory Syndrome virus particles attached to the surface of an infected VERO E6 cell. Credit NIAID ⓒNIAID/Flickr

국내 메르스 환자가 추가로 확인됐다. 13번째 환자다. 사흘 만에 확진 환자가 8명이나 확인되면서 방역체계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의심 증상을 보인 환자 1명이 양성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새롭게 확인된 환자는 12번째 환자의 배우자다. 이 환자는 지난 15~17일 B병원에서 배우자를 간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최근 사흘 동안 메르스 환자 8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게 됐다. 첫 번째 감염자 발생 열흘 만에 빠른 속도로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보건당국의 대처에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29일 중국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남성(44)이 지난 19일부터 8일 동안 격리되지 않은 채 국내에서 일상생활을 한 상태여서 보건당국의 관리 밖에 있는 감염자(3차 감염)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건당국은 이 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한 사람들 모두를 격리할 방침이지만, 접촉 여부가 파악되지 않은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보건당국이 초기 대응 실패와 허술한 방역체계로 메르스의 확산을 키웠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겨레 5월29일)

국내 메르스 환자 발생 현황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3차 감염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첫 번째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하지 않은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

하지만 3차 감염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이나 회사 동료는 그나마 관리할 수 있는 접촉자들이지만 평소 다니면서 만난 사람들이 문제다. 지금이라도 이 환자를 포함해 확진된 환자 등이 다닌 병원을 공개하고 이 병원을 다니면서 환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면 스스로 격리하고 보건당국에 신고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5월29일)

상황이 이렇게 되자 보건당국의 대처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초기 대응의 실패의 아쉬움이 가장 크다. 11~20일까지의 첫번째 환자의 행적을 면밀히 추적하지 못하고 인접접촉자를 꼼꼼히 파악하지 못한 방역체계의 헛점을 드러냈다. 의료계는 이번 기회로 감염관리 대책을 전문가들에 맡겨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짜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는 오히려 환자가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감염학회 관계자는 “정부의 초기 대응이 완전히 실패했다”라며 “전문가가 아닌 행정가의 질병관리 대응책에서 책임을 피하기 위해 현실에 맞지 않는 매뉴얼대로 행동하고, 감염 우려없이 안전하다는 오판으로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조선비즈 5월30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메르스는 환자의 가족과 의료진 감염을 가장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가족과 의료진은 물론 같은 병실에 머물렀던 사람이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격리 등의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

특히 중국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한국인 환자 K씨는 최초 감염자와 밀착 접촉한 뒤 의심 증상이 나타나 진료를 받았지만 별다른 통제 없이 국내에서 11일 동안 일상생활을 했으며, 출국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 번째 환자 C(76)씨의 아들이자 네 번째 환자 D(40대 중반·여)씨의 동생으로, 아버지 C(76)씨를 병문안하고자 지난 16일 ⓑ병원을 방문해 국내 첫 메르스 환자 A씨와 C씨가 입원한 병실에 4시간가량 머물렀다. 보건당국은 K씨가 이 때 A씨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방문 후 3일 뒤인 19일 발열 등의 증상이 발생해 22일과 25일 한 병원의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지만 의료진 역시 신고를 하지 않았다. K씨는 의료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6일 홍콩을 경유해 중국 광저우로 출장을 갔다.

K씨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만큼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그가 메르스 환자를 접촉한 16일부터 출국한 26일까지 11일간의 행적을 샅샅이 조사해 밀접접촉자를 찾아내는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행적 확인이 필요한 기간은 메르스의 최대 잠복기인 초반 이틀을 빼더라도 9일이나 된다. (연합뉴스 5월29일)

정부는 뒤늦게 K씨와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던 승객을 비롯해 승무원, 의료진, 직장동료, 공항 직원 등에 대해 자가격리·시설격리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애초 감염성이 낮다던 정부가 ‘뒷북대응’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29일 서면 브리핑에서 “보건당국은 감염성이 낮다며 사태를 예단하다 초기대응에 실패해 중동국가를 제외하고 메르스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도록 했다”면서 “방역당국의 호언장담이 무색한 상황이고, 보건당국의 검역 시스템에 심각한 결함도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중략)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명언 의원은 전날인 28일 MBC 라디오에서 “이번 메르스 확산 사태를 키운 것은 바로 초기대응에서 미흡했다는 부분”이라며 “보건당국하고 의료기관 대응이 미흡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5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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